정대철 "김무성-문재인 견제 의도, 부인해야 할 것 아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오른쪽). ⓒ뉴데일리 사진DB
    ▲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오른쪽). ⓒ뉴데일리 사진DB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7~18일 실시한 차기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9.7%로 1위에 올랐다. 2위 박원순 서울시장(13.5%)의 세 배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도이며, 여권 주자 중 선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4.9%)과는 여덟 배 정도의 격차다.

    이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새누리당 친박계와 새정치민주연합 비노계가 서로 차기 대권 주자로 반기문 총장을 언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지난달 29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반기문 총장을 거론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 홍문종·윤상현 전 사무총장 등 친박계 국회의원 30여 명이 자리한 이날 모임에서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기문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새누리당 친박계에서 반기문 총장을 띄우고 나서자, 이에 질세라 새정치민주연합 비노계도 가세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3일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반기문 총장의 측근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내게 와서 '(반기문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쓰겠다(좋겠다)고 했다"며 "그만큼 훌륭한 분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반기문 사무총장이 좋은 (대통령) 후보임에는 틀림없다"며 "정치를 한다면 민주당 쪽에 오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7~18일 실시한 차기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그래픽=정도원 기자
    ▲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7~18일 실시한 차기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그래픽=정도원 기자

    이같은 '반기문 현상'은 마치 지난 대선에서의 '안철수 현상'을 연상케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36.7%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17.3%)과 박원순 현 서울시장(12.8%)을 압도했다.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하고 철수(撤收)한 뒤에도 '안철수 현상'은 지속됐다.

    이 해 11월 26일 한국리서치의 차기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무려 50%의 지지도를 얻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차기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던 박근혜 현 대통령(38%)을 누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 철수(撤收)와 민주당과의 통합 등 정치적 실책과 악수가 거듭되면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안철수 현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반기문 총장이 1위에 오른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도는 고작 4.2%.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도 뒤처지는 5위에 불과하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과연 '반기문 현상'의 향배는 어떻게 될까. '안철수 현상'의 전철을 밟게 될까.

    "안철수 의원이 현상에 그치고, 그 현상이 사그라든 이유가 반기문 총장에게도 적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신율 명지대 교수의 지적에 대해 정대철 고문은 "반기문 총장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단언했다.

    정대철 고문은 그 이유에 대해 "시기적으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순간과 (반기문 총장의) 임기 끝나는 시기가 거의 맞아떨어진다"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정치판이라는 것이 이것 저것 개입되는게 많은데, 임기와 후보 결정 시기가 거의 맞아 떨어져 그런 요소(변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대선을 1년 이상 앞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정치권에 등판했다. 너무 이르게 노출이 돼면서 극렬 친노(親盧) 세력들의 단일화를 빙자한 후보 양보 요구에 직면해 결국 철수(撤收)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 결국 야권이 패배하고, 패배한 야당을 이끄는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됐다.

    반면 반기문 총장의 경우 좋든싫든 총장 임기 중에는 차기 대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행보를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대선 후보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변수를 줄인다는 것이 정대철 고문의 설명이다.

    당시 여권에 박근혜 현 대통령이라는 독보적인 대권 주자가 있어 야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안철수 전 대표와는 달리, 반기문 총장은 여야 모두의 추파를 받고 있다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다.

    새누리당은 잠재적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대표·정몽준 전 대표·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남경필 경기도지사·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모두 친이(親李)계다. 친박계는 대권 주자는 고사하고 이렇다할 구심점도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외부 인사 영입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문재인 비대위원·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모두 친노(親盧)다. 비노(非盧) 입장에서는 반기문 총장 섭외에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한 형편이다.

    이렇듯 여야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 다투어 반기문 총장을 끌어당기려 하는 상황에서는 '반기문 현상'의 생명력도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가 "친박계가 반기문 총장을 미는 것은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함이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동교동계가 반기문 총장을 미는 것은 문재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냐"고 지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정대철 고문도 "부인해야 할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판의 복선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지만, 그럴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