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김대중은?" 반교육적-반문화적 망언 파문에 교문위원장 사퇴 촉구
  •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설훈 위원장(가운데)의 노인 비하 망언으로 파행된 가운데,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왼쪽)과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오른쪽)이 협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설훈 위원장(가운데)의 노인 비하 망언으로 파행된 가운데,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왼쪽)과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오른쪽)이 협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부천 원미을)의 노인비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7일 교문위 국정감사는 설훈 위원장의 "79세면 쉬셔야지 왜 일을 하려 그러느냐"는 막말로 얼룩져 자정을 넘긴 18일 0시 30분 파행으로 마감됐다.

    이날 열린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설훈 위원장은 윤종승(78·예명 쟈니윤) 관광공사 감사를 향해 "대한민국에 있는 누가 보더라도 79세면 쉬셔야지 왜 일을 하시려 그러느냐"며 "쉬시는 게 상식에 맞고, 나만의 느낌이 아니라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망언을 퍼부었다.

    설훈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은 증인이 그만두었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여당에 있는 분들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데없는 설훈 위원장의 망언에 교문위는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깜짝 놀라 "무슨 근거로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말하느냐"고 따져물었다.

  • 설훈 의원의 막말이 담긴 교문위 속기록. ⓒ뉴데일리 DB
    ▲ 설훈 의원의 막말이 담긴 교문위 속기록. ⓒ뉴데일리 DB

    그럼에도 설훈 위원장이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자, 박대출 의원은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에게 "뭘하고 있느냐, 제지하지 않고"라며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발언의 근거를 대라고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장이 여야 의원들의 고성에 휩싸이자 신성범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왜 그걸 여야를 막론한 판단인 것처럼 이야기하느냐"고 유감을 표시했다.

    뒤이어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79세면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말은 주제넘은 말"이라며 "증인이 그만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다는 말도 주제넘은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일 의원은 "실언했으면 했다고 인정하면 될 것을, 잘못이 없다고 하니 언쟁이 생긴다"고 질타했으나, 설훈 위원장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했으니 각자 판단하라"며 일방적으로 산회를 선포해 교문위 국정감사는 파행으로 끝났다.

  • 17일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가 자정을 넘어 파행으로 끝나자, 설훈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파문으로 모욕을 당한 윤종승(쟈니윤) 감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7일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가 자정을 넘어 파행으로 끝나자, 설훈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파문으로 모욕을 당한 윤종승(쟈니윤) 감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설훈 의원의 노인 비하 발언은 같은 당의 정동영 상임고문이 2004년 3월 26일 저지른 노인 비하 발언 파문을 연상케 한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정동영 상임고문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60대 이상, 70대는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투표 안 해도 괜찮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설훈 위원장의 망언을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치려는 대한민국의 모든 어르신들을 욕보이는 망언이자 모독"이라고 규정한 뒤, 정동영 상임고문의 10년 전 '노인 비하 망언' 파문을 거론하며 "당명이 바뀌어도 불효 정당의 DNA가 제1야당에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설훈 의원의 망언대로라면 그가 정치적 사부로 모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정권을 잡겠다고 나서지 말고 집에서 쉬었어야 한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설훈 의원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고,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지금도 스스로 '김대중 총재의 영원한 비서'를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25년생으로 우리 나이 73세에 대통령에 출마해, 79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함께 공동정권을 구성했던 김종필 전 총리는 선거 당시 72세, 박태준 전 총리는 71세였다.

    설훈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김대중 정권은 애초부터 집에서 쉬어야 할 사람들이 정권을 잡겠다고 나섰던 결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 탄생한 셈이 된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총재의 영원한 비서'의 망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집에서 쉬었어야 할 대통령', 김대중정권을 '집에서 쉬었어야 할 사람들로 구성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으로 만들어 버렸다.

  • 1997년 12월 31일 정권을 잡은 기념으로 건배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73)과 김종필 전 총리(당시 72), 박태준 전 총리(당시 71). 설훈 위원장의 망언대로라면 당시 70대인 이 세 명은 정권을 잡기는 커녕 모두 집에서 쉬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사진DB
    ▲ 1997년 12월 31일 정권을 잡은 기념으로 건배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73)과 김종필 전 총리(당시 72), 박태준 전 총리(당시 71). 설훈 위원장의 망언대로라면 당시 70대인 이 세 명은 정권을 잡기는 커녕 모두 집에서 쉬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사진DB

    설훈 위원장의 망언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설훈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소집한 국회 의장단~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는 막말을 내뱉었다.

    연석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이었다는 발언의 시점, 그리고 "대통령의 연애는 아닐 것"이라는 발언의 형식에서 결코 단순한 실언이 아닌, 고도로 계산된 막말이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당시 "누구누구 연애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누구 연애라는 단어만 기억하게 되는 점을 노린 것"이라며 "사전에 치밀하게 짠 의도적 발언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설훈 위원장은 해당 막말로 인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지만, 막말을 일삼는 자신의 행태에 대해 전혀 스스로 반성하지 못하고 이번 노인 비하 파문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국회 윤리위 제소의 무력함이 다시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설훈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대통령 연애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데 이번에는 묵과할 수 없다"며 "반교육적이고 반문화적인 언행을 일삼는 설훈 위원장은 국민과 어르신 앞에 사죄하고 교문위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 2002년 대선에서 20만 달러 수수 허위사실을 유포해 노무현정권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으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복권됐음에도 이듬해 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자, 전가의 보도처럼 단식 농성 카드를 꺼내들고 드러눕는 추태를 벌인 설훈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DB
    ▲ 2002년 대선에서 20만 달러 수수 허위사실을 유포해 노무현정권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으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복권됐음에도 이듬해 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자, 전가의 보도처럼 단식 농성 카드를 꺼내들고 드러눕는 추태를 벌인 설훈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DB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장이 걸어온 길

    △1953년 경남 창원 출생
    △마산중~마산고~고려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연루
    △2002년 대선 앞두고 "20만 달러 수수" 공작 발언 -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복권
    △18대 총선 공천 탈락 - 전가의 보도인 단식농성 돌입
    △2013년 "부정 선거 의혹" 막말
    △2014년 9월 "대통령 연애" 막말 - 국회 윤리위 제소
    △2014년 10월 "노인 비하" 막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