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와 부당계약서 작성, 불안한 환경에서 책임 다할 수 있겠는가?"
  • ▲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언주 의원실
    ▲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언주 의원실


    한국공항공사가 '비정규직 근로자는 즉시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용역업체와 맺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계약은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는 적어도 30일전에 그 예고를 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26조를 위반한 것이어서, '한국공항공사가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국정감사 자료에서 "한국공항공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언제든 '즉시' 해고토록 한 용역계약서 작성해 왔다"며 "공사는 지금이라도 당장 불합리한 계약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한국공항공사 간접고용 노동자는 3,176명으로 공항공사 정규직 및 직접고용 계약직 직원(1,800명)의 1.8배에 달한다. 이들은 특수경비나 보안검색, 소방, 급유, 시설 정비 등 공항 주요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 한국공항공사 간접고용 용역계약서.
    ▲ 한국공항공사 간접고용 용역계약서.
    문제는 한국공항공사의 간접고용 용역계약서 11조에서 <계약담당자가(공항공사) 계약상대자가(용역업체) 채용한 근로자에 대하여 당해 계약의 수행 상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여 이의 교체를 요구할 때는 즉시 교체하여야 하며 계약담당자의 승인 없이는 교체된 근로자를 당해 계약의 수행을 위하여 다시 채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의무화한 근로기준법을 명시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더라도 언론 등에 제보하거나 공개적인 항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규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불공항시설 위탁관리 서비스수준 평가지표 감점요인으로 '부정적 언론보도'에 대해 최대 15점을 감점하도록 돼 있는데, 총점 87.5점 미만일 경우 계약연장도 되지 않고 인센티브 지급도 없어지기 때문에 공개 항의를 사실상 강제하는 조항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이언주 의원은 이 같은 사항들을 지적하면서 "이들을 위한 노동조합마저 없어 불합리한 계약조건·근무환경에 대해 그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금 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커녕 내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을 항상 안고 생활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들은 보안검색, 소방, 급유 등 공항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렇게 불안한 환경에서 긴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과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책임을 다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언주 의원은 또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조차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공사는 지금이라도 당장 불합리한 계약내용을 수정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언주 의원의 자료 공개 이후 한국공항공사 측은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이언주 의원이 낸 국감 자료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의 주장이다.

    "한국공항공사와 공항시설 위탁관리업체간에 체결한 용역계약서 제11조는 해당직무의 수행을 위해 필수적인 근로자의 기술이나 자격, 경험에 관해 명시한 사항이지 특정근로자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해고토록 하는 내용이 아니다.

    또한 해당 계약조건은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및 조달청 일반용역계약조건를 준용한 것이지 한국공항공사가 임의로 정한 것은 아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항시설 위탁관리업체와 계약체결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계약조건에 '계약상대자는 소속 근로자의 처우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하여야 하며 무단해고 또는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항시설 위탁관리 서비스수준(SLA) 평가는 용역업무의 품질향상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로서 평가내용 중 '부정적 언론보도'에 대한 감점은 해당업체의 불법적, 비윤리적 행위로 언론보도가 되었을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지, 단순히 언론에 제보하였다고 동 평가에서 감점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