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때문에 굉장히 위험…국민의 생명과 안전 위협한다” 주장
  • 지난 10일 북한 인민군이 쏜 고사총탄 낙하지점을 군 병력들이 지키고 있다.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 지난 10일 북한 인민군이 쏜 고사총탄 낙하지점을 군 병력들이 지키고 있다.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삐라 살포와 관련해 북측에서 연일 남측 정부에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됐는데, 앞으로 정부가 민간단체에 삐라 살포를 중지할 수 있는 명분이 되는지 설명해 달라.”

    “북한 쪽에서 실제 총격이 있었고 낙탄이 우리 지역에 떨어져 해당지역 주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면서 탈북자 단체가 들어오는 것을 트럭 등을 이용해서 막고 있지 않느냐?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신변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정부가 지금쯤이면 어떤 안전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되는 것 아니냐?”

    “정부가 계속 ‘설득만 할 뿐, (대북전단 살포를) 강제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시는데.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지 아니면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될 의무를 먼저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좀 의문이 든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종북 성향의 의원들이 질의하는 내용이 아니다. 13일 통일부 정례 브리핑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들이 대변인에게 던진 질문 내용 가운데 일부다.

    대북전단 날린 곳과 북한군 총탄 떨어진 곳
    전혀 달라


    지난 10일 오후, 한 북한인권단체가 경기 연천군 전방 지역에서 대북전단이 든 풍선을 날려 보내자 북한 인민군이 14.5mm 고사총으로 조준 사격을 개시했다. 일부 총탄은 풍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한국의 ‘민간인 통제선(이하 민통선)’ 지역에 떨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총탄이 대부분 바닥으로 떨어져 군과 민간 시설도 별 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떠들어 댔다. 정치권도 여기에 부화뇌동해 정부와 북한인권단체를 ‘비난’했다. 그런데 이들이 놓친 ‘사실’이 있다.

    북한 인민군이 쏜 고사총탄이 떨어진 곳은 ‘경기도 전방’의 평범한 농촌이 아니라 ‘민통선 내부’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다. 여기서 거주하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정부의 허락을 받고 생활한다.

    한편, 대북전단을 날려보낸 이민복 대표에 따르면 당시 풍선을 날린 곳은 ‘민통선’ 근처도 아니고 훨씬 남쪽이었다고 한다. 북한인권단체들이 ‘민통선’ 내부로 들어갈 방법도 현실적으로는 없다.

    북한인권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려보낸 것을 놓고, 한국 언론들은 마치 인민군이 ‘원점타격’을 하려 했던 것처럼 보도한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보면, 인민군은 ‘원점타격’은 커녕 ‘날아가는 풍선’을 향해 ‘위협사격’을 했던 것이다.

  • 흔한 민통선의 경고판. 민통선(민간인통제선) 내부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뉴데일리 DB
    ▲ 흔한 민통선의 경고판. 민통선(민간인통제선) 내부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뉴데일리 DB



    언론들, “대북전단 살포 막아야 한다”는
    김무성·홍익표 영향 받았나


    이런 ‘사실관계’에는 관심이 없는 한국 언론들이, 북한 인민군이 대북전단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것을 두고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자, ‘인지도 높이기’가 필요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소리를 해대, 주말 내내 비난을 들었다.

    새로운 주가 시작되자 야당 의원들도 나서는 분위기다. 홍익표 새민련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의 이야기 가운데 일부다.

    “(대북전단) 풍선을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충청도에서 서울로 보내는 게 아니라, 고도의 군사적, 소위 말해서 물리력이 집중돼 있는 최전선을 넘나드는 거다.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지난 2004년 6월에 남북이 2차 정상급 회담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다음에 사실상 이게 정전협정 위반 가능성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에도 위험이 되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고 실제로 뿌린 전단 중에 10%도 채 도달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홍익표 새민련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를 가리켜 “불필요한 문제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대북전단 문제들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남북관계 화해협력 하자 그러고 그다음에 총리하고 북측 주요인사 3명이 내려와서 우리 남측의 안보관계자하고 회담까지 해 놓고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홍익표 새민련 의원은 이어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때문에 우리가 그런 것들을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정부가 방안을 만들어내고 제시하면 충분히 막을 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고로 홍익표 새민련 의원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귀태’라는 표현을 써 물의를 빚은 바 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0일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해 비난을 받고 있다. ⓒ채널A 관련 보도화면 캡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0일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해 비난을 받고 있다. ⓒ채널A 관련 보도화면 캡쳐

    이런 정치권의 주장에 공감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13일 통일부 출입기자들도 대변인을 향해 북한인권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잘못된 행동’으로 전제한 질문을 쏟아냈다.

    몇몇 매체는 ‘정부가 어떻게든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을 반복해댔다.

    반면 통일부는 ‘원칙 고수’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민간단체가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활동을 하는 것을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의 답변 가운데 일부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씀드렸듯이 (대북)전단 살포는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추진할 사안이다. 또한 정부가 강제적으로 제한할 법적 근거나 관련 규정이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부분에 대한 우려, 이런 것을 고려해 해당 단체에게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한국 정부과 김씨 왕조를 '대등한 관계'로 보는 언론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북한 인민군의 총격에 대해서는 “필요한 안전조치를 정부가 취하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기본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리는 북한인권단체 회원들. ⓒ뉴데일리 DB
    ▲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리는 북한인권단체 회원들. ⓒ뉴데일리 DB

    “정부는 앞으로 혹시 있을 지도 모를 북한의 대남위협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감안해 현장 상황을 잘 판단해가면서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서 조치를 해나갈 계획이다.”


    일부 매체가 “정부는 북한인권단체에게 ‘설득’만 하고 그칠거냐”고 계속 다그쳤지만 통일부는 “정부가 취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북한인권단체들에게 ‘권고’만 한다는 뜻을 바꾸지 않았다.

    이날 통일부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시킬 생각이 없느냐”고 계속 물었던 한국 언론들은 사실 예전부터 북한 김씨 정권과 한국 정부를 ‘대등한 입장’에 놓고 보도해 왔다. 

    이들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 언론의 다수가 지난 4일, 인천을 찾았던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의 방한 때 식사 메뉴까지 ‘속보’와 ‘단독’을 붙여 보도하는 행태, ‘반국가 단체 수괴’인 김정은에게 꼬박꼬박 ‘위원장’이라고 부르며 북한 지역의 ‘합법적 통치자’인양 보도하는 행태를 보이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있다. 

    이 같은 한국 정치권과 언론들의 행태를 잘 아는 김정은 정권은 대북전단 총격을 시작으로 '남남갈등'을 일으키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대북전단 총격으로 남남갈등이 일어났다'는 글에 '절뚝돼지 김정은' 님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한국 정치권과 언론은 '누구 편'인지 헷갈린다. ⓒ北관영매체 김정은 현지시찰 보도 캡쳐. 뉴데일리 DB
    ▲ "'대북전단 총격으로 남남갈등이 일어났다'는 글에 '절뚝돼지 김정은' 님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한국 정치권과 언론은 '누구 편'인지 헷갈린다. ⓒ北관영매체 김정은 현지시찰 보도 캡쳐.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