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술자리 참석, 장씨의 '자유의지'로만 보기 어려워""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 유족에게 2,400만원 지급하라" 판결
  • 故 장자연 영정 사진   ⓒ 연합뉴스
    ▲ 故 장자연 영정 사진 ⓒ 연합뉴스



    故장자연이 당시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았다고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0부(김인욱 부장판사)는 12일 "故장자연의 유족이 당시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45)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는 유가족에게 2,4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가 사용자로서 장씨를 보호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故장자연을 함부로 대한 측면이 있다"며 "고인이 당한 부당한 대우 등으로 유족이 입었을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故장자연은 김종승씨의 요구와 지시로 저녁 식사와 술자리 모임에 자주 참석해 노래와 춤을 췄고 태국 등지에서의 골프 모임에도 참석했습니다. 형사사건에서는 증거부족으로 접대 강요나 협박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일련의 행위가 고인의 자유로운 의사로만 이뤄진 것으로는 보기 어렵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김종승씨는 다수의 연예계 인사들이 참석한 모임에서 故장자연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가했다"며 "이로인해 고인이 모임 도중 귀가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한 굴욕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0년 11월 수원지법은 김종승씨가 故장자연을 손바닥과 페트병 등으로 때리고,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고인을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협박한 혐의를 인정, 김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법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은 김씨의 접대 강요 혐의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라, 향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만로는 당시 술접대 강요나 성상납 등이 이뤄졌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미흡하다"며 "김종승씨의 강요 행위가 故장자연의 자살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시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김씨의 폭행 사실만 인정, "유족에게 배상금 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TV브라운관에서 배우로 활약하던 故장자연은 지난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고인이 생전 재계 유력 인사들에게 성상납을 해왔다는 소위 '장자연 문건'이 급부상하면서 유족들은 "김종승씨의 강요 행위 등으로 고인이 자살을 하게 됐다"며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더컨텐츠 대표 김종승은 누구?

    김종승(일명 김성훈)씨는 과거 심은하, 최진실, 김남주 등의 매니저로 활동하며 '연예계 스타 제조기'로 불렸던 인물. 1994년 '더 스타즈'란 광고회사를 설립, 연예 기획 사업을 시작한 김씨는 1995년 '스타즈직업소개소'로 상호를 변경한 뒤 1997년 고(故) 최진실과 연예 활동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스타즈엔터테인먼트'로 상호를 다시 교체한 김씨는 2005년 올리브나인의 매니지먼트 계열사로 자사를 편입시켰다.

    수년간 연예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던 김씨는 2009년 3월 7일 자사 배우 장자연이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일대 위기에 봉착한다.

    ◆ 장자연 사건 발생, 그리고‥

    3월 13일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장자연 문건이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사회 전체에 센세이셔널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4월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거론된 '장자연 리스트'는 수개월간 '정재계(政財界)'와 언론계를 옥죄는 굴레가 됐다.

    같은해 6월 24일 일본에 체류 중이던 김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한 경찰은 7월 10일 구속 1명, 사전구속영장신청 1명, 불구속 5명 등 7명을 사법처리하고, 13명은 불기소 또는 내사 종결처리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장자연이 김씨에 의해 유력 인사들과의 술접대와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장자연 문건'이 있음을 수차례 암시,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장호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2008년 6월 자신을 비방하는 말을 했다며 장자연을 손바닥 등으로 때리고, 장자연이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전화 및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김씨를 폭행·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원지법은 1심 재판을 통해 2010년 11월 장자연의 소속사 전 대표 김종승씨와 전 매니저 유장호씨에게 각각 폭행과 명예훼손(모욕)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씩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판결에 불복한 두 사람은 즉각 항소심을 제기했고, 2011년 11월 17일 수원지법 형사항소3부(김한성 부장판사)는 "문자메시지로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는 취지를 단정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유씨에게는 원심과 동일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