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말바꾸기 논란 "'국고 지원 중단 압력' 받은 적 없다" 이제와서?5일 기자들에게 "문체부, 예산지원 중단 엄포"..7일 "통보 안받았다" 번복

  • 지난 5일 오후 사방이 어두워진 시각, 부산 해운대의 한 음식점에 영화 담당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하기 위해 내려온 펜기자들과, 이용관(60) 영화제 집행위원장 간의 미팅이 예정돼 있었던 것.

    이 자리에서 이용관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다이빙벨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면 내년에 예산 지원을 안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는 예산은 약 14억원. 전체 예산이 120억대라는 점을 감안해도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이빙벨의 상영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가운데 나온 이같은 발언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한 기자는 "'다이빙벨' 상영으로 부산영화제가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일부 국회의원은 이 문제를 국정감사까지 끌고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추궁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산지원 중단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보도한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문체부는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과 관련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어떠한 언급도 한 사실이 없다"며 "이용관 집행위원장 본인도 '언론보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확인했음을 밝힌다"고 전했다.

    발단을 제공한 장본인이 하루 만에 자신의 발언을 180도 뒤집었다는 얘기. 현장에서 위원장의 말을 들은 기자들은 그럼 '귀신'과 대화라도 나눴다는 건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문체부의 입장 표명에, 다수의 기자들은 이용관 위원장과 영화제 측에 사실 여부를 캐묻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은 이 위원장은 해운대구에서 내뱉은 발언과는 달리, "(지원 중단에 대한)그런 소문을 들었다는 게 와전된 것 같다"는 전혀 딴 소리를 늘어놨다.

    <문화일보>의 7일자 기사를 보면, 이 위원장은 (식당 미팅)그 자리에 없었던 한 기자에게 "그런 말이 도는 걸 들은 것이지, (예산지원 중단)통보를 받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나온다.

    "그런 말이 도는 걸 들었는데 그렇다고 상영을 안 할 경우 앞으로 영화제에 아무도 작품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을 했지 통보 받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화일보> 기자는 당시 식당 미팅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기자에게 물어 이 위원장이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여러 기자들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으로부터 문제의 발언을 들었다'고 <문화일보> 기자가 재차 묻자, 이 위원장은 "만약 그랬다면 그런 소문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걸 잘못 말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한편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국고지원 중단 압력을 행사한 일이 있는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저희는 이용관 위원장을 만난 적도 없다.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답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그 분이 뭔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실무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 적도 없고 압박한 적도 없습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중앙대 영화학과를 나와 서울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