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정부자금 2,000억 들여 개발한 8개 한방신약, 발암물질 검출돼 해외선 ‘판매금지’
  • ▲ 김대중 정권때부터 개발해 온, 일명 '자연물 신약'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사진은 자연물 신약을 홍보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산업기술진흥협회 홈페이지.
    ▲ 김대중 정권때부터 개발해 온, 일명 '자연물 신약'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사진은 자연물 신약을 홍보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산업기술진흥협회 홈페이지.

    지난 15년 동안 혈세(血稅) 1,700억 원을 대기업에 지원해 개발한 ‘한방 신약’ 8종류 가운데 6종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이 때문에 수출이 불가능함에도 식약청의 정책으로 우리 국민들이 대량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의 ‘무책임 신약개발’ 문제를 지적했다.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00년, ‘천연물질을 이용한 신약연구개발과 그 개발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천연물 신약연구개발 촉진법(이하 천연물 신약법)’을 재정했다고 한다. ‘천연물 신약’이란 쉽게 말해 ‘한방 신약’을 말한다.

    ‘천연물 신약법’이 제정된 뒤 정부는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여하는 ‘중점전략사업’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2000년 당시 김대중 정권의 보건복지부는 “1개 신약 개발 성공시 세계적으로 연 1~2조 원의 매출과 매출의 20~50%를 순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기업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후 정부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4,105억 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590억 원 등 총 7,69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0년까지 1,762억 원만 집행했고, 2011년 이후에는 어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됐는지 관련부처들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라고 한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 14년 동안 ‘천연물 신약’을 개발한다고 대기업과 함께 난리를 피웠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에는 실패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를 우리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게 김재원 의원의 지적이다.

  • ▲ 식약처,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가 공동추진한 신약사업의 수출실적. ⓒ김재원 의원 제공
    ▲ 식약처,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가 공동추진한 신약사업의 수출실적. ⓒ김재원 의원 제공

    김재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 자금으로 개발한 ‘천연물 신약’의 수출 실적은 2012년에 필리핀, 몽고, 남아공에 ‘스티렌(동아제약)’이라는 약 1억 500만 원을 수출한 게 전부다.

    해외 수출액에 1억 원 남짓에 불과한 이유도 충격적이다. 8개의 ‘천연물 신약’ 가운데 6개에서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이다.

    김재원 의원은 지난 6월 있었던 ‘천연물 신약 발암물질 검출시험 결과’는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는 ‘천연물 신약’의 원료가 되는 한약재에서 최대 24.8ppm, 추출물에서 최대 15.7ppm, 완제품에서 최대 12.81ppm 검출됐고, 벤조피렌은 한약재에서 최대 25.8ppb, 추출물에서는 최대 152.8ppb, 완제품에서 최대 16.09ppb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천연물 신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음에도 식약처는 한약재나 천연물 신약에 대한 ‘발암물질 안전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검사에 따르면 '발암물질 검출 신약''조인스 정(SK케미칼)', '스티렌 정(동아제약)', '신바로 캡슐(녹십자)', '시네츄라 시럽(안국약품)', '모타리톤 정(동아제약)', '레일라(한국PMG제약)' 등이라고 한다.

  • ▲ 7개 정부 부처가 지원한 '천연물 신약' 가운데 발암물질 검출 제품목록. ⓒ김재원 의원 제공
    ▲ 7개 정부 부처가 지원한 '천연물 신약' 가운데 발암물질 검출 제품목록. ⓒ김재원 의원 제공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천연물 신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은 2013년 3월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식약처의 변명은 매우 위험하다.

    “천연물 신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문제는 없다. 식약처 발표를 못 믿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모니터링한 두 성분의 검출량에 대해 위해평가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검토한 결과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다.”


    김재원 의원은 이 같은 식약처의 논리에 “단기 복용에는 식약청의 말이 맞을지 모르지만 장기 복용시에는 체내에 축적될 게 분명한데 무슨 소리냐”고 비판했다.

    김재원 의원은 ‘발암물질 신약’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식약처가 제정한 ‘식품별 벤조피렌 기준규격’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가공식품에서는 벤조피렌이 1ppb~5ppb 이하로 검출되어야 하고, 수산물에서는 2ppb~10ppb 이상 검출되면 안 되도록 돼 있다.

    김재원 의원은 “식약처가 정한 식품별 기준 뿐만 아니라 EU도 식품별로 벤조피렌이 1ppb~6ppb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 세금으로 개발한 ‘천연물 신약’ 모두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되었고, 일부 약에서는 벤조피렌이 16.09ppb나 검출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해외에서는 김대중 정권 때부터 이명박 정부 때까지 개발한 ‘자연물 신약’을 수입하지 않는데, 식약처는 국내 판매 기준을 느슨하게 만들어 국민들이 이 약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게 김재원 의원의 지적이다.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식약청은 국내외의 신약을 개발할 때는 임상실험 등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지만, ‘자연물 신약’에 대해서는 임상실험을 면제하는 등의 ‘특혜’를 줬다고 한다.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자연물 신약’ 8개의 건강보험급여 지급액은 2009년 1,066억 원, 2011년 1,235억 원, 2013년 1,674억 원, 2014년 6월말까지 849억 원으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총 7,616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김재원 의원은 “2008년 이전 7년 동안 ‘조인스’정과 ‘스티렌’정에 대한 건강보험 지급액을 포함하면 약 1조원이 보험급여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 일명 '발암물질 신약'을 포함한, 자연물 신약 사용에 지급된 국민건강보험 급여 지급액 현황. ⓒ김재원 의원 제공
    ▲ 일명 '발암물질 신약'을 포함한, 자연물 신약 사용에 지급된 국민건강보험 급여 지급액 현황. ⓒ김재원 의원 제공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발암물질 신약’을 개발하는 데 들어간 1,700여억 원을 빼고도, 매년 보험급여로 1,700억 원 가량의 국민 세금이 이 약을 사는 데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의원은 이처럼 ‘정부 전략사업’이라는 이유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자연물 신약’ 사업을 즉각 재검토하고, 관련 약물의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식약처는 의약품에서의 발암물질 검출량이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강변하기에 앞서 발암물질의 기준을 정해 관리하거나 발암물질이 검출된 천연물 신약은 허가 취소나 판매 중단을 즉각 검토해야 한다.”


    김재원 의원은 또한 식약처가 들먹이는 “세계 어느 국가도 의약품에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 검출 기준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이렇게 반박했다.

    “세상에 어떤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가. 선진국은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이 검출되는 천연물 자체를 소재로 한 의약품을 신약으로 허가한 적이 없어, 의약품에 대한 별도의 발암물질 관리기준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김재원 의원은 “유독 우리나라만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는 한약재 성분 약품을 ‘신약’으로 허가해 주고, 건강보험 재정지원까지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굳이) 천연물 신약 사업을 하겠다면, 발암물질 관리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