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에 유리한 모바일 투표 도입? 한명숙-이해찬-문재인 역대 승리에 기여
  • ▲ [쌍문]이라 불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문재인 비상대책위원. ⓒ이종현 기자
    ▲ [쌍문]이라 불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문재인 비상대책위원. ⓒ이종현 기자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로
    한껏 기세를 올리던 문희상-문재인,
    이른바 [쌍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24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2차 비대위 회의에서
    이들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정세균 위원이었다.

    정세균 위원은
    "비대위가 전대 룰을 만들려고 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는 적절치 않다"

    "우리 비대위원 모두는 전당대회 관련 발언은
    신중의 신중을 기하자"
    고 주장했다.

    정세균계의 수장인 정 위원은 범친노·강경파로 분류되지만,
    차기 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문재인 위원의 [친노본당(親盧本黨)]과 이해를 달리한다.

    정세균 위원의 이날 경고성 발언으로
    범친노계도 수틀리면 언제든,
    친노계와 목소리를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해 관계에 따라 수시로 헤쳐모이는
    새정치연합내 계파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위원도
    "비대위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특히 책임을 맡은 분들은
    책임 있는 발언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고 거들고 나섰다.

    박지원 위원은
    전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 말씀드렸다"
    "전당대회 모바일 투표는 가장 큰 문제"라고
    [돌직구]를 날렸었다.

    동교동계의 수문장인 박지원 위원 역시
    차기 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 도입을 저지할 필요성이 강하다.

    이에 대해 [쌍문] 문희상 위원장과
    문재인 위원은 일단 논란을 피해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 ▲ 24일 열린 새정치연합 비상대책회의에서 [쌍문]을 향해 공세를 쏟아낸 정세균 비상대책위원. ⓒ이종현 기자
    ▲ 24일 열린 새정치연합 비상대책회의에서 [쌍문]을 향해 공세를 쏟아낸 정세균 비상대책위원. ⓒ이종현 기자


    문희상 위원장은
    "오늘은 비대위가 출범한지 사흘째 되는 날인데,
    살아있는 것만 해도 천행"
    이라며
    "당에 대한 애정과 동료애가 당 재건에 가장 중요한 급선무"라고
    비대위의 단결을 호소했을 뿐,
    문제가 된 전당대회 관련 발언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모바일 투표 도입시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문재인 위원도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말을 아꼈다.

    오히려
    "새누리당의 수사권·기소권에 대한 무조건 반대는 정치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리누르는 독재자의 통치"
    라며
    "담뱃값 인상이 서민증세가 아닌 부자증세라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이라고
    강도 높게 여당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을 향한 당내 비판 여론의 방향을 돌리려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문재인 위원은
    회의 내내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 있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강공 발언을 쏟아내던 정세균 위원이
    국회(선진화)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한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의 이름을
    민병두 의원으로 잘못 호명(민병두 의원은 새정치연합 민주정책연구원장)했을 때만
    빙긋 웃어보였을 뿐이었다.

    [쌍문] 입장에서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전당대회의 룰(Rule)을 정하는 문제를 조기에 거론해
    갓 출범한 비대위를 좌초시킬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차기 당권 장악을 노리는 친노계 입장에서
    모바일 투표 도입 여부는 쉽게 물러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날 정세균·박지원 위원의 공세에 [쌍문]이 침묵한 것은
    입장 철회가 아닌 전술적 후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모바일 투표 도입 문제는
    언제든 다시 터져나올 수 있는 상태로 잠복했다"
    고 평했다.


    ◆모바일 투표, 대체 무엇이기에 논란되나


  • ▲ 친노 열성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한 모바일 투표가 적용된 전당대회나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당심이 왜곡되고 민심과 유리돼 결과적으로 단명하고 만 친노계 인사들. ⓒ그래픽 재구성=정도원 기자
    ▲ 친노 열성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한 모바일 투표가 적용된 전당대회나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당심이 왜곡되고 민심과 유리돼 결과적으로 단명하고 만 친노계 인사들. ⓒ그래픽 재구성=정도원 기자



    모바일 투표는 당원 외에 일반 국민도 스마트폰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투표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일견 일반 국민에게 전당대회의 문호를 열어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젊은 열성 지지층이 많은 친노계에 구조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친노 세력이 조직적으로 모바일 투표 참여를 선동함으로써 오히려 당심이 왜곡돼고 민심과 유리된 결과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많았다.

    역대 모바일 투표가 반영된 결과 역시 이러한 우려와 다르지 않았다.

    모바일 투표 제도가 첫 도입된 2012년 1월의 민주통합당 창당 전당대회에서는 친노계 한명숙 대표최고위원이 당선됐다. 그해 6월에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친노계 이해찬 대표최고위원이 당선됐다. 같은 해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다.

    특히 2012년 1월 출범한 친노계 한명숙 체제는 같은 해 4월의 19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무너졌음에도, 다시 열린 전당대회에서 총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친노계가 재차 당권을 장악한 것은 모바일 투표 조직적 참여를 통한 당심 왜곡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투표는 이처럼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야권이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구성된 지난해의 1차 문희상 비대위원회 체제에서 폐지됐다.

    그러나 당권 장악에 눈이 먼 친노계에서는 이를 [시민 네트워크 정당 제도]라고 간판만 그럴듯하게 바꿔 재도입을 주장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