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와의 ‘전쟁’은 게릴라 vs 게릴라…한국에게는 새로운 기회 될 수도
  • ▲ 지난 10일,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ISIS 격퇴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CNN의 오바마 연설 중계화면 캡쳐]
    ▲ 지난 10일,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ISIS 격퇴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CNN의 오바마 연설 중계화면 캡쳐]

    지난 1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수니 살라피스트 테러조직 ISIS 격퇴 전략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ISIS 격퇴 전략’이란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ISIS에 대한 공습 확대
    △이라크와 시리아내 ISIS 대항세력 지원
    △ISIS 자금원 차단 및 테러방지를 위한 국제연대
    △지속적인 인도적 구호노력 등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ISIS 격퇴 전략’ 발표 이후,
    미국 내에서조차 “공습만으로는 ISIS를 격퇴할 수 없다”며
    ‘지상군 파병’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열흘 가량 지난 현재까지 美정부의 행동을 돌아보면,
    이번 ‘전략’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美의 ISIS 격퇴 핵심 전략, ‘공습’ 아니다


    한국 언론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4대 ISIS 격퇴 전략 가운데
    첫 번째 ‘공습’이 핵심 전략일 것이라고 섣부른 추측을 하고 있다.

    “IS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공습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오바마 대통령의 화법이 주목을 끈 것이다. 

    ISIS에게 시달리고 있는 현지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ISIS에 합류하려는 외국인들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이라크 지역 유전에서 빼낸 원유를 팔아
    하루 2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ISIS의 자금원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은
    ‘테러조직과의 전쟁’에서는 기본 전략이다.

    ISIS가 기본적으로 ‘테러 조직’이며
    ‘신정(神政)일치’를 꿈꾸는 광신도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두 번째, ISIS에 대항하는 조직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 ▲ 테러조직 ISIS에 참가한 튀니지인이 이라크 군인과 공무원을 처형하기 전에 찍은 사진. ISIS 조직원은 이교도를 말살하고 성전을 치르는 가운데 죽어야 천국에 간다고 믿는다 [사진: ISIS 선전영상 캡쳐]
    ▲ 테러조직 ISIS에 참가한 튀니지인이 이라크 군인과 공무원을 처형하기 전에 찍은 사진. ISIS 조직원은 이교도를 말살하고 성전을 치르는 가운데 죽어야 천국에 간다고 믿는다 [사진: ISIS 선전영상 캡쳐]

    오바마 대통령은
    “美지상군 파병을 않는 대신
    이라크 정부군, 쿠르드 자치정부 보안군, 시리아의 ‘자유시리아군(FSA)’이
    ISIS를 격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2,500만 달러의 긴급 지원을 승인했고,
    ‘군사고문단’ 470여 명을 현지에 급파했다.
    또한 美의회에 이들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5억 달러의 예산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살펴볼 수 있는,
    미국이 추진하려는 ISIS 격퇴 전략은
    과거 美특수부대들이 베트남, 중남미, 아프리카 일대에서 펼쳤던,
    ‘외국 국내안보 작전(FID, Foreign Internal Defense)’이라는 작전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즉, 골치 아픈 게릴라를 제압하려면
    이들과 유사한 종교 또는 종족, 문화를 가진
    우호세력들을 지원해 이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 ▲ 시리아에서 알 아사드 독재정권과 ISIS에 맞서 싸우고 있는 '자유시리아군(FSA)' 대원들이 폭발한 건물을 살피고 있다. [사진: 알 아라비야 보도화면 캡쳐]
    ▲ 시리아에서 알 아사드 독재정권과 ISIS에 맞서 싸우고 있는 '자유시리아군(FSA)' 대원들이 폭발한 건물을 살피고 있다. [사진: 알 아라비야 보도화면 캡쳐]

    미군의 ‘FID’ 전략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통해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200년 넘게 식민지를 직접 경영했던
    영국, 프랑스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모자란 점이 있다.

    게다가 ISIS와의 싸움이
    일반적인 독재정권이나 권력을 노리는 내전 문제가 아니라
    “싸우다 죽어야만 천국에 간다”고 철썩같이 믿는
    ‘광신도와의 싸움’이라는 것도 골칫거리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안보기관들은
    이슬람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정서, 미세한 문화적 차이 등을 모두 익히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천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종교적 갈등 탓에
    서방 국가를 적대시하는 이슬람 교도들의 적대감도 걸림돌이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미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인 강대국에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정통 무슬림 국가’와 손을 잡고 ‘국제연합군’을 구성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50개국 동참키로 한 ‘국제연합군’ 속 한국은?


    美정부와 의회가
    IS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군’ 구성 문제에 전력을 다 하자
    서서히 큰 그림이 나타나고 있다.

    존 케리 美국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지금까지 50여개 나라가 ‘국제연합군’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리 美국무장관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체코, 폴란드,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 동참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로는
    ISIS와 같은 수니파이면서도 이들의 만행에 분노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10개 국가도 미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이슬람 종주국을 자부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인도적 지원자금 5억 달러를 유엔 난민 기구에 보내기로 했고,
    친미 정권이 들어선 이집트는 ISIS 격퇴 작전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

  • ▲ 테러조직 ISIS는 전 세계 수니파 살라피스트들의 지원으로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에서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바논, 이스라엘까지 공격했다. [사진: 이라크, 시리아에서의 ISIS 점령지, 러시아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 테러조직 ISIS는 전 세계 수니파 살라피스트들의 지원으로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에서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바논, 이스라엘까지 공격했다. [사진: 이라크, 시리아에서의 ISIS 점령지, 러시아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이 밖에 한국,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헝가리,
    일본,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터키, 스페인, 뉴질랜드 등은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터키는
    트럭 100대 분량의 구호물자를 이라크 북부에 지원하기로 했고,
    이라크와의 국경 지대에 난민수용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는
    각각 1,000만 달러, 600만 달러, 38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일본의 경우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을 통해
    780만 달러(약 81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범위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외교부를 통해 지원한 금액은 100만 달러다.

    이상의 상황을 보면,
    ‘미국과는 혈맹(血盟) 관계’임을 자부하는 한국인데도
    미국을 도와 ISIS를 격퇴하는 데 보여주는 ‘성의’ 수준이
    유럽은 물론 일본, 필리핀에 비해서도 가벼워 보인다.

  • ▲ 2012년 6월 8일 카투사 창설 59주년을 기념해 한미동맹 조형물 앞에 모인 연합사 수뇌부. [사진: 美성조지 한국판 보도화면 캡쳐]
    ▲ 2012년 6월 8일 카투사 창설 59주년을 기념해 한미동맹 조형물 앞에 모인 연합사 수뇌부. [사진: 美성조지 한국판 보도화면 캡쳐]

    美정부에 가장 필요한 동맹
    ‘이슬람과 친한 특수전 교육전력’


    오바마 행정부가 5억 달러의 지원금을
    ISIS와 싸우는 쿠르드 자치정부 보안군, 소수민족 민병대,
    시리아의 FSA에 전달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있다.

    이들을 교육하고 지원할 고급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동맹국의 내부 안정을 도우면서도 직접적인 교전을 피하려면,
    일반적인 정규군이 아니라 특수부대원들이 투입되어야 한다.
    특수부대만이 FID 작전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작전을 펼 수 있어서다.

    ISIS가 이라크 소수민족을 학살하기 시작하자
    미국이 ‘군사고문단’이라는 이름으로
    특수부대원과 정보요원 수백여 명을 현지에 보낸 것,
    영국이 특수부대 SAS와 SBS를 급파한 점,
    독일이 쿠르드 자치정부에 인도적 지원물자, 무기와 함께
    급하게 40여 명의 ‘군사고문단’을 보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부 외신들이
    “美정부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투 경험이 있는
    민간보안기업(PSC)을 ISIS 격퇴 작전에 투입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미국을 포함, 쿠르드 자치정부 보안군과 소수민족을 교육하기 위해
    ‘군사고문단’을 파병하는 국가들이 모두 서방 국가며 그 수도 적다는 점이다.

    쿠르드 자치정부나 이라크 소수민족들의 경우
    지금 당장에야 ‘광신도 집단’인 ISIS와 싸워야 하므로
    서방 국가 군인들의 말을 듣겠지만,
    언제 감정이 나빠질지 모른다는 게 ‘잠재적 위협’이다.

    이를 그나마 막아줄 수 있는 ‘병력’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GCC 국가 병력들이지만,
    이들 또한 서방국가에 대한 감정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 ▲ 2004년 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이라크 아르빌 일대에 주둔했던 자이툰 부대의 단체사진. 자이툰 부대 덕분에 쿠르드 자치정부와 한국의 관계는 매우 좋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홈페이지]
    ▲ 2004년 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이라크 아르빌 일대에 주둔했던 자이툰 부대의 단체사진. 자이툰 부대 덕분에 쿠르드 자치정부와 한국의 관계는 매우 좋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홈페이지]

    차라리 ‘동양인’이
    서방국가 병력과 쿠르드 자치정부 보안군, 이라크 소수민족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낼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이라크에서 24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맡은 한국은
    서방 문화를 잘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이라크, 시리아 국민들과의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2003년 파병했던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가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이었고,
    그 후로도 쿠르드 정부와 한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은
    다른 서방국가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유엔에서 ISIS 격퇴 동참 호소한다면?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오는 20일부터 방미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아주 큰 기회가 온 것이다.

    바로 ISIS 격퇴 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국제연합군’을 지지하고 동참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ISIS 격퇴에 한국이 적극 나선다는 게 부담스럽고 위험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점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 ▲ 지난 4월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연합사 지휘부를 찾은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 [사진: e정부 홈페이지 캡쳐]
    ▲ 지난 4월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연합사 지휘부를 찾은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 [사진: e정부 홈페이지 캡쳐]

    우선 “한국은 경제력은 크지 않아도 말로만 떠들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결국 ‘말과 돈’으로 해결하려는 일본과의 대결 구도에서
    국제적 지지를 얻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주변 강국과 동맹국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형국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줌으로써 새로운 관계 형성을 시도할 수도 있다.

    미국 및 유럽, 중동과의 관계도 새로 정립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10년 넘게 끌었던 전쟁에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 때문에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전작권 문제나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 태평양 함대 감축 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럴 때 한국이 ‘진짜 혈맹(血盟)의 자세’를 보인다면,
    많은 미국인들에게, 특히 미군에게는 ‘잊을 수 없는 우정’의 표시가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과 에너지 무기화,
    ISIS와 같은 수니파 살라피스트 출현으로 시달리는 유럽의 경우에도
    한국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중동 또한 ‘총 쏘지 않고 적을 제압하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보다 더 우호적으로 변할 수 있다.
    중동이 바뀌면 동남아 이슬람 국가들 또한
    한국에 대해 더욱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자원 외교’에서도
    새로운 장(場)에 진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통일 구상'에 올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가장 친한 동맹국'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료사진]
    ▲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통일 구상'에 올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가장 친한 동맹국'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료사진]

    수니파 살라피스트와 연계한 국내외 좌파들의 눈치만 보다가는,
    25년 만에 찾아온 국제적인 무대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꿈에도 그리는 것 같은 ‘통일 구상’ 또한
    ISIS 격퇴에 전력을 다하는 국제적 흐름으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수 있다. 



    ⓵ 靑, ISIS에 무관심…美, ISIS 때문에 韓에 무관심
    ⓶ ISIS 격퇴 연합군 동참, ‘대규모 정규병력’ 필요없다
    ⓷ ISIS와 김정은 정권의 공통점 ‘광신도’, 막는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