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선동공작, 주권국가 정보기구 직접적인 업무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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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外信), 그 허구성과 위험성!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희원(국가안보법)


    일본의 대표적 극우성향인 산케이 신문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도발적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를 작성한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8)는 찌라시 수준의 내용을 외신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포장하여 보도했다. 뉴스 가치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임에도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박대통령을 무조건 비판하는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를 부추겨서 국론분열을 야기하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한편 국내 어떤 언론은 프란체스코 교황이 한국을 떠나자마자 돌변하는 박근혜 정부라는 내용의 글을 실체도 불분명한 외신을 인용하여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사회 국론분열을 야기한 많은 논쟁에 대해 그동안 해외통신을 근거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외신이라는 이름으로 분열을 가져오는 선동에 대해 우리는 전혀 합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는데 있어서 매우 권위 있는 근거로 삼는 어처구니없음을 반복해 오고 있다. 산케이 신문의 보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사사건건 극렬하게 비난해 온 비판론자들이, 오히려 산케이 신문의 기사를 퍼 나르는 행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신문과 방송의 전달보도 역시 언론 무책임과 타락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예컨대 우리의 어떤 신문은 “일본 산케이신문 "박근혜, 세월호 참사 날 7시간 수상해"...靑 분노, 라는 제목으로 산케이 신문의 보도를 그대로 퍼 날랐다. “靑(청와대) 분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분노” 또는 “국민의 분노”라고 표현해도 모자랄 일을 청와대로 한정하여 제3자적 시각으로 관점을 돌린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나 일반시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언론의 세계는 냉전시대부터 각국 정보기구가 암약하는 비밀과 혼동의 영역이다. 암흑세계의 선동 심리공작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핵폭탄의 위력을 가진다. 이러한 흑색 선동 심리공작의 메커니즘이 최근에 적나라하게 밝혀진 바가 있었다.

    구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악명 높던 KGB의 후신인 러시아 해외정보부(SVR)의 비밀요원으로 UN에 파견 근무하다가 2000년 미국 CIA로 전향한 세르게이 트레챠코가 자신이 실제로 자행했던 언론 선동공작 사례를 폭로했다. 동인이 폭로한 미국 내에서의 언론공작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미국 여론을 분열시킬 수 있고, 미국 대통령의 위신을 추락시킬 수 있는 이슈를 파악하여 미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전개되는 생생한 논의자료 그대로를 개인 식별을 요구하지 않는 뉴욕공공도서관을 통해서 러시아 해외정보부(SVR) 본부로 송부한다. 자료를 받은 러시아 정보부는 역사적 사실관계와 쟁점의 강도를 재구성하고, 정보 분석관과 각 분야 전문가를 동원하여 탄탄한 스토리를 만든다. 재구성된 선전과 선동의 글과 그럴 듯하게 구성된 허위정보를 다양한 웹사이트에 걸어서 전 세계 네티즌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사전에 협박 또는 매수한 해외 언론인이나 특종에 목말라하는 언론인을 통해서 유력언론에 게재되게 한다. 정식의 언론에 활자화된 기사는 인용과 재인용 또는 해외 유력언론의 보도라는 이름으로 퍼져나간다. 내용은 탄탄하고 그럴듯하지만, 항상 매우 작은 "핵심적인 거짓(kernel of disinformation)을 담고 있는 세뇌의 글이다. 그 목적은 러시아의 대외정책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고 상대국 지도자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반미감정을 부추기며 사회혼란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편 트레챠코는 아제르바이젠 UN대사, 캐나다의 모 의원, 미국 국무부 부장관 등이 러시아를 위해 활동한 교묘한 스파이 행각도 폭로했다.

    이것이 외신(外信)이라는 이름의 허구이고 위험성이다!

    일찍이 나치 히틀러의 2인자로 선전부장을 지낸 요제프 괴벨스는 자신에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한데, 그럴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고 거짓에 넘어갔다고 선동 예술의 정곡을 알려주었었다.

    우리의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심지어 언론은 이와 같은 암흑세계의 선전공작 기법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국가정보학의 관점에서는 국가원수의 신상에 대한 외신의 허위과장 보도는, 국가위신을 저해하는 국가안보 위협의 문제로 일반시민은 국가위신에 대한 능멸은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적인 국가안보의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따라서 언론 선동공작은 주권국가 정보기구의 직접적인 업무소관으로 국가정보원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이제라도 불을 뿜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아베정권과 일본 보수우익의 능멸적 행태에 대해서 국정원은 역사적 비밀공작 사례를 심도 있게 연구하여, 현대적 상황에 맞는 정보기구 본연의 역할을 다함으로서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회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잘못된 일부 시민의 SNS 등 사이버 암흑세계 선동과 분열 공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희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국가안보법)    


  • -글로벌 정보포럼 회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Duke University, IUPUI 
    -검사(속초지청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장 역임

    저서(대한민국 우수학술도서 선정)
    -국가정보-법의 지배와 국가정보( 법률출판사)
    -정의로의 산책 (삼영사·2011)   
    -국제인권법 원론 (삼영사·2012) 
    -국가정보학 요해 (법률츌판사·2011)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