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27일, 러시아군 국경 넘어 영토점령”…美정보기관도 ‘확인’
  •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美JFK 도서관]
    ▲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美JFK 도서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뒤통수’를 맞은 걸까.

    외신들은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군이 동부 국경을 넘어 27일에는 영토를 점령했다”고 밝힌 소식을 전했다.
    CNN 등 외신들은 美정보당국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대로라면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지난 26일 두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쳤고,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믿고
    터키를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7일 탱크와 장갑차 수십 대를 동원한 러시아 병력들이
    동남부 소도시 노보아조브스크와 인근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전투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군 병력이 최소 1,000여 명은 넘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노보아좁스크는 러시아 국경에서 20km 거리에 있는
    아조프海 연안 도시로 크림 반도의 전략 요충지 가운데 하나다.

  •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대치상황 [그래픽: 英미러 보도화면 캡쳐]
    ▲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대치상황 [그래픽: 英미러 보도화면 캡쳐]

    이 소식을 보고받은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과 EU의 대응책 마련을 호소했다.

    제프리 파이엇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도
    “우크라이나 내 전투에 점점 더 많은 러시아군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긴급회의를 열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군의 침공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의 침공과 동시에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는 친러 반군의 공세가 시작됐다.
    도네츠크의 주요 거점인 사브르 모힐라 언덕은 28일 반군에게 점령됐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 자기네끼리 싸우는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것은 유엔의 태도.

    유엔은 “러시아가 침공했다는 언론 보도의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28일 美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미국, EU와 러시아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 유엔에서 기자회견 중인 추르킨 러시아 대사 [사진: 러시아 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 유엔에서 기자회견 중인 추르킨 러시아 대사 [사진: 러시아 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사만다 파워 美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을) 조종하면서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기네들끼리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파워 대사가
    “올 여름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로 한 러시아인도 러시아 군인”이라고 지적했으나
    추르킨 대사는 “우크라이나 동부에는 러시아인 의용병이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추르킨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서방국가에서 온 군사고문관들은 없느냐”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게 누구냐”고 물으며 미국과 나토를 비난했다.

    이 같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설전은 이어졌지만,
    유엔 안보리는 아직 유보적인 태도라는 게 외신들이 전하는 소식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
    심지어 친러 반군들까지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공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수 개월 전부터 예상돼 왔던 일이다.

  •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러시아군이 집결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외신 [사진: 알 자지라 아메리카 보도화면 캡쳐]
    ▲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러시아군이 집결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외신 [사진: 알 자지라 아메리카 보도화면 캡쳐]

    지난 3월 하순 외신들은
    “러시아 정예병력 2만여 명이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에 집결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에는 “러시아 특수부대(스페츠나츠) 병력 5,000여 명이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배치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후 7월 17일(현지시간) 말레이 항공의 MH0017편 여객기가
    친러 반군의 대공 미사일에 피격당해 추락하면서
    세계의 이목은 항공기 피격사건에만 쏠렸었다.

    러시아는 8월 하순에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병력을 보내겠다는
    ‘유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기습침공하자
    EU는 물론 우크라이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것이다.

    한편 이런 모든 것이 러시아 정부의 ‘계획’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29일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호소문이 이런 ‘계획’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 제국 러시아를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러시아 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 제국 러시아를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러시아 타임스 보도화면 캡쳐]

    러시아 정부 공보실은 29일 새벽(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반군들에게
    “포위된 우크라이나 정부군에게 인도적으로 퇴로를 열어주라”는
    푸틴 대통령 명의의 호소문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의 호소문 내용 가운데 일부다.

    “의용대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사작전을 저지하는 데 성공을 거둔 것이 분명하다.
    의용대의 활약으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부 명령을 이행한
    상당수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포위망에 갇혔다.
    이들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 줄 것을 의용대에 호소한다.
    이는 무의미한 희생을 피하고 정부군 병사들이 전장을 벗어나
    어머니, 아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하고, 부상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을 호소문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러 반군 사이의 ‘중재자’ 또는 ‘균형자’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전투행위를 중단하고 포격을 멈춘 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대표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라.”


    푸틴 대통령의 ‘호소문’이 침공지역 주민은 물론
    우크라이나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얻게 되면,
    유럽 지역에 대한 ‘공세적 영향력’을 복구하는 것은 물론
    중앙아시아에서 미국, 중국, 한국 등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필요한
    '교두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