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명령대로 행동하지만, 행동하는 대로 뇌세포회로는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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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의 정용교수 ⓒ뉴데일리
    ▲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의 정용교수 ⓒ뉴데일리

    인간의 여러 가지 신비 중 하나로 최근 관심을 끄는 곳 중 하나는 바로 뇌이다. 무게는 사람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는 20%를 쓰는 기관, 온갖 신체에 명령을 내리면서도 자기 자신은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기관이 바로 뇌이다.

    그렇지만 해부해서 보면 그저 희멀건 두부같이 보이는 것이 바로 뇌이기도 해서 의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이 특히 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간은 뇌를 통해서 생각하고, 기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 온갖 생각과 그 생각이 모인 기억들이 과연 인간의 몸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며 저장되는지 하는 부분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가졌는가?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용교수를 통해 뇌의 기본적인 특징을 알아봤다.

    뇌세포에 부장, 국장, 사장 세포가 있다.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사회 조직과 매우 흡사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회사나 공무원 조직에 말단 담당이 있고 그 위로 더 많은 정보를 취합하는 부장 국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중요한 내용은 사장이 결정하듯이, 뇌 세포에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조직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뇌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정보를 처리할까? 회사 말단 직원은 본인이 담당한 업무의 세세한 내용까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뇌의 경우 말단은 일차 감각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부위는 각 영역과 기능이 거의 1대1로 매치가 된다. 일차 체감각 영역에는 손가락을 담당하는 부위, 입을 담당하는 부위 등이 정해져 있고, 일차 시각 영역에는 우리 시야의 각 부위를 담당하는 영역이 뇌세포가 각각 거의 1대1식으로 매칭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단 담당 별로 들어온 정보는 다음 단계인 과장 뇌세포가 취합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위 단계인 부장, 국장에 해당하는 신경세포에게 전달된다. 부장, 국장 단계의 신경세포들은 말단보다는 세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여러 부처에서 올라온 정보들을 통합하여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과를 볼 때 사과의 색깔, 모양 등을 말단의 여러 신경세포들이 처리한다. 각각의 정보가 취합되어 사과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우리는 또 우리 뇌 속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으로부터 사과의 맛, 내가 예전에 먹었던 사과의 맛, 뉴턴의 사과 등 관련된 정보들을 뽑아내어 이들 정보와 취합하게 된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와 주변 상황, 내면의 욕구 등의 정보들이 우리 뇌의 사장단, CEO라 할 수 있는 전전두엽에 모여 지금 사과를 먹을 것인 지 나중에 먹을 것인지 그냥 무시할 것인지 등의 선택을 하게 된다.

    전전두엽의 사장단 세포가 하나가 아니고 집단으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이성적인 구조이다. 만약에 어느 사람이 술에 취해 어디에 부딪쳐 전전두엽 세포가 그 충격으로 죽었다고 하면, 그 죽은 세포가 담당하던 의사결정 역할을 주위의 다른 세포들이 담당한다. 뇌졸중에 걸린 사람이 회복되는 과정을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역할을 하던 세포가 죽었지만, 주위에 세포들이 그 일을 대신하게 된다.

    사장단 회의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은 제법 면적을 많이 차지하여 진화에 따라 더 넓어지고 인간의 경우 전체 뇌의 30%정도나 된다.

    익숙한 행동은 에너지 소모가 적다.


    그런데 뇌란 놈도 이게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그 중 하나가 익숙한 행동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어떤 교수가 한 사람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는 오늘도 삼거리길 백반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고민하지 않고 ‘어제 그것 주세요’하고 늘 먹던 된장찌개를 시킨다. 식사 후에는 자판기에 500원짜리를 넣고 밀크커피 한잔을 뽑아 든다. 문밖을 나가면 골목골목에 수많은 식당들이 즐비하고 삼거리 백반집에도 메뉴가 다양한데 왜 늘 가던 식당에서 먹던 음식을 먹는 것일까?

    사람은 항상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 침대에서 일어날 것인가, 5분만 더 누어있을 것인 가, 아침을 먹을 것인가? 무얼 먹을 것인가? 부터 직장, 배우자, 선거에서 수많은 선택에 부딪힌다. 이 때 많은 경우 새로운 선택보다는 익숙한 것을 고르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이다. 왜 그럴까? 변화하는 미래의 세상에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택과 새로운 전략,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데 왜 우리는 이를 주저하고 같은 선택을 반복하게 되는 걸까?

    사람은 새로운 시도나 선택을 하기 보다 예전에 했던 익숙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강화된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곳 가본 곳 먹어본 것을 찾고 옛 것을 그리워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전에 경험한 선택은 위험도가 적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선택에 따른 이득과 위험과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새로운 선택을 할 경우 우리가 모르는 위험 요인들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상되는 이득이 매우 크지 않는 한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

    동료가 점심을 산다거나 신장개업을 한 음식점에서 할인을 하는 등 이득이 커야 새로운 선택을 하려 할 것이다.

    다른 설명으로는 에너지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뇌는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나온 혈액의 20% 이상을 소모한다.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뇌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하려 한다. 새로운 선택은 익숙하지 않고 위험성이 숨어 있어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되고 더 많은 뇌 영역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보면 신경 네트워크의 변화로도 얘기할 수 있다. 골프를 배우는 경우로 예를 들어 보자. 처음 배우는 골프는 우리가 익숙한 자세나 자연스러운 동작이 아니다. 자세를 잡을 때 손은 이렇게 하고 어깨는 저렇게 하고 다리는 어떻게 하고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골프 스윙에 익숙해지면 이러한 단위 동작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윙을 구사하게 된다.

    이를 fMRI로 측정한 연구도 있다. 주말 골퍼들에게 스윙하는 생각을 하면서 fMRI를 촬영한 결과 뇌의 여러 영역들이 활성화 되었지만, PGA 프로 선수들의 경우는 매우 제한적인 뇌 활성을 보여줬다. 프로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할 수 있다.

    정용 교수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점을 네트워크 측면에서 보려고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오른손잡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2달간 왼손으로 콩을 젓가락질 하는 훈련을 시킨 뒤 운동네트워크의 변화를 분석했다. 결과를 보니 왼손이 젓가락질에 익숙해짐에 따라 운동네트워크의 강도가 오히려 약해짐을 볼 수 있었다. 즉,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운동네트워크를 강하게 동원해야 하나 익숙해짐에 따라 적게 동원하여도 충분히 가능하게 됐다.

  • ▲ 콩을 왼손으로 젓가락질 하는 훈련전(위)과 훈련후(아래) 뇌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사진. ⓒ카이스트
    ▲ ▲ 콩을 왼손으로 젓가락질 하는 훈련전(위)과 훈련후(아래) 뇌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사진. ⓒ카이스트


    우리가 갓 태어나 걸음마를 배울 때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가능한 모든 뇌영역을 동원해야 했지만, 지금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걷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는 익숙해짐에 따라 더 적은 뇌를 사용하고 의식하지 않아도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PGA 선수들은 스윙을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따라서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소모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익숙해진 행동에 대해서 뇌가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물론 좋다 나쁘다라고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좋은 버릇이 들어도, 나쁜 버릇이 들어도 그것이 편하므로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편한 습관으로 굳어진 것을 바꾸려면 뇌를 새롭게 길들여야 하므로 힘 들어진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바꾸기는 더 힘들어진다.

                  뇌를 다스리면 질병을 다스린다

    뇌가 인간의 여러 가지 행동에 간여하는 역할을 하므로 뇌를 다스려서 질병을 고치는 치료법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 중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심부뇌자극(deep brain stimulation)이라는 방법으로 주로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된다. 

    그 치료법이 얼핏 생각하면 원초적이다.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그 구멍 사이로 뇌 안에 전극을 집어넣는 방법이다. 이 전극을 통해 뇌에 전기자극을 주면 파킨슨병에 상당한 치료효과가 난다. 파킨슨병이나 수전증에 걸려 고통받는 환자에게 이 치료법은 효과가 매우 좋다. 강박증 환자에게도 이 치료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식욕을 멈출 수 없어서 늘어나는 체중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이 전극으로 식욕 중추에 넣으니까 식욕이 떨어지는 효과를 얻기도 하였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이 요법을 사용하면 기억력도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아마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에서 ‘Deep brain stimulation Parkinson’이란 검색어를 치면 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는 수많은 환자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뇌 안으로 전극을 집어넣었다고 어떻게 치료가 된다는 말인가? 두부 안에 젓가락을 꽂듯이 두부같이 생긴 허연 뇌 안으로 쇠막대기를 넣는다는 말이다. 물론 그 쇠 막대기가 젓가락 만드는 그런 보통 쇠는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원초적인 방법으로? 비밀은 뇌의 어느 부위를 자극하느냐이다.

    신기한 것은 뇌 자체는 통증을 못 느낀다. 손가락 부위를 때리거나 비틀거나 손가락 뼈가 돌멩이에 맞아 부러지기라도 하면 사람은 엄청난 통증을 느끼지만, 신기하게도 뇌 자체는 통증을 못 느낀다. 하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온 몸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자극과 현상을 모두 다 그 작은 뇌에서 생생하게 느낀다면 아마 그 뇌는 그저 오래가지 못하고 폭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스로 활동을 멈출지도 모를 일이다.

    전극을 활용해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보니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전극을 이용해 뇌 기능을 조절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내놓고 있다.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뼈를 깎아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쇠 막대를 뇌 속에 집어넣는 이 원초적인 치료법 외에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연구한다. 예컨대 머리를 손상시키지 않고 외부에서 전류나 자기장, 초음파로 뇌의 어느 특정 부위를 자극하거나 억제시켜서 치료효과를 얻으려고 한다.

    어쨌거나 뇌 속에 전극을 심는 시술은 우리나라에서 대략 1,000건 정도 할 만큼 제법 알려졌다. 파킨슨병 환자나 수전증 환자를 상대로 하는 전극 수술비용도 전극 하나에 1,00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지금은 의료보험에서도 지원을 해준다.

    그렇다면 전극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전극은 단지 전기신호만 준다. 전기신호를 어느 세기로 얼마나 오랫동안 주는 지를 조절해서 치료효과를 낸다. 예전에는 질환을 유발하는 뇌세포의 일부를 일부러 태워 죽이는 방식으로 자극을 주기도 했다. 신경계에서 신경세포들이 하는 언어가 전기자극이므로, 전기자극을 줘서 치료하는 것은 타당한 방식이다.

    앞서 말한 대로 뇌의 연결성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뇌의 어느 부위를 자극해야 치료효과가 가능한지를 알게 되어 이러한 성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뇌지도의 구축과 연결되어 있다..

    뇌 지도를 만들어라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당연히 뇌 지도처럼 만들고 싶어한다. 현재 어느 정도 정확도를 가진 뇌지도를 만드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속도로만 표시할 것인지, 아니면 관광지도 정도로 할 것인지 혹은 모든 골목, 골목을 다 넣을 것인지에 따라 뇌지도 연구 계획의 규모가 정해질 것이다.

    뇌지도를 만드는 연구 역시 어느 한 두 명이나 한 두 나라의 힘만 가지고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뇌회로 지도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하고 어렵기 짝이 없다. 뇌세포 회로는 사람마다 다르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도 무슨 정보를 처리하느냐에 따라 시간 별로 또 다르다. 여러 개의 뇌세포회로가 순간적으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그 짧은 순간의 형태와 연결상태에 따라 전달하는 정보도 다르므로 그 모든 움직임을 일일이 지도로 만든다는 구상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결국 끊임없이 움직이는 뇌세포 회로의 그 미묘하고 복잡하고 붙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고정된 형태로 묶어둔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다만 과학자들은 어떤 대표적인 순간의 박제된 기록만을 샘플처럼 채취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신경세포들이 형성하는 회로를 관찰해서 뇌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신경세포의 수는 수 십 조에 이르고 각각은 1,000개에서 10,000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이러한 신경회로의 구조적인 정보를 알기 위해 커넥톰(Connectome) 프로젝트나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중의 한명인 폴 알렌이 설립한 알렌뇌연구소에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은 뇌회로의 구조를 MRI의 확장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e)이나 광학현미경 더 나아가서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구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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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뇌는 항상 일정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험이나 생각에 의해 변화하는 가소성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한 순간의 뇌회로의 구조를 아는 것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연구자들은 실제 신경세포의 활성을 볼 수 있는 방법이나 전체적인 뇌 신호의 동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가장 큰 움직임이 2013년 미국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BRAIN Initiative라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BRAIN이란 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neurotechnology의 머리글자로서 진보된 신경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차원의 뇌연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Big brain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뇌회로를 모사한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용교수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신경회로의 동적인 변화를 신경세포 수준에서 보는 이광자 현미경 기법과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위예민염색영상기법(voltage sensitive dye imaging)을 이용하여 신경회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사람에게는 적용이 불가능하므로 사람의 뇌 회로, 네트워크를 보기 위하여 MRI와 뇌자도(magnetoencephalography)를 이용하여 뇌 네트워크를 측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뇌인지과정이나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의 뇌질환에서 변화를 네트워크 관점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요즘에는 뇌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브레인 디코딩(brain decoding)이라고 부른다. 마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서 이미 저장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꺼내 모니터에서 보듯이, 사람의 뇌에 저장된 정보나 현재 생각을 다시 이미지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뇌가 행동을 지배하는가, 행동이 뇌를 지배하는가

    뇌의 특성을 들여다 보면 한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뇌가 행동을 지배하는가, 아니면 행동이 뇌를 지배하는가 하는 내용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반복된 훈련으로 익숙해진 행동은 뇌의 부담을 줄여준다.

    최근에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뇌 회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즉 뇌 안의 신경회로에 의해 우리의 사고 과정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으로 뇌의 회로가 바뀔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이 행동으로 뇌 회로를 바꾸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습관을 바꾸면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의 뇌는 복잡하고 미지의 세계가 아직도 적지 않다. 뇌에서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지만, 그러나 반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사람이 행동하는 대로 뇌의 신경세포 회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가 애매해지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기도 하지만, 몸이 움직이는 대로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행동으로 생각을 바꾸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습관을 바꾸면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는 의미이다.

    뇌 회로가 변하는 주요 요인은 환경과 훈련이라 할 수 있다. 피겨선수 김연아의 움직임이나 균형을 잡는 신경세포들은 분명히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달인들의 뇌세포 역시 훈련에 의해서 뇌세포회로가 바뀌면서 기능이 정교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발달된 기능을 담당하는 뇌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도 세상이치를 닮았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매우 잘 자주 사용하면 손가락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넓어진다. 이것을 일컬어 뇌 가소성(plasticity)라고 부른다. 이는 뇌세포회로가 유연하게 바뀌면서 특정 영역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뇌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 ▲ 확장텐서 MRI 영상을 이용한 뇌 회로 지도.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큰스케일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카이스트
    ▲ ▲ 확장텐서 MRI 영상을 이용한 뇌 회로 지도.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큰스케일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카이스트


    사람이 나이가 들면 뇌세포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억력은 약해지고 움직임도 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찰력이나 직관력 등이 더 좋아지는 것은 뇌세포는 줄었지만 뇌세포회로는 효율적으로 돌아가면서 나타나는 원숙의 효과이다.

    이러한 뇌의 작동이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뇌는 21세기 상황에 적합하도록 아직 진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먹을 것이 부족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들판에서 사냥하는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에는 계절에 따른 기후변화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회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계속 변화한다. 이렇게 급작스런 변화가 있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해 오던 행동, 익숙한 결정만으로는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 그리고 해 오던 일만을 한다는 것은 발전하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보듯이 해오던 행동, 습관, 관습적인 일 등을 수행하는 것이 선사시대에 머물러 있는 뇌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기존에 형성된 형성된 뇌 회로를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정보가 흐르게 된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뇌의 관성을 이겨내어야 한다. 새로운 선택, 새로운 시도는 어렵고 힘들다.

    뇌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익숙지 않은 작업을 위해 형성되지 않은 뇌회로를 지나가야 되고 새로운 뇌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새로 형성된 회로는 강화시켜야 한다. 잘 닦여 길을 따라 가는 일은 편하고 위험성도 적다. 그러나 이미 누군가가 개척해 놓은 길이기 때문에 앞서갈 수 없으며 이 길이 정말 가장 빠른 지름길인지 고민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은 어렵다. 앞에 덤불을 헤쳐나가야 하고, 가는 길에 강이 나올 수도 있고 절벽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변화하는 사회와 발전된 사회를 이끌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고스러움과 위험을 감수하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뇌가 가진 이러한 한계점을 이해하고 불편함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누군가 앞서 가고 뒤에 많은 사람이 쫓아 가면서 새로운 길이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뇌란 놈의 과학적인 특징

    그렇다면 뇌란 과학적으로 어떤 성질을 가졌을까?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에서 생긴 영양분은 단백질이 돼서 세포를 만드는데 이들 세포 중 일부는 신경세포가 된다. 이 신경세포들이 연결돼서 회로를 만든 것이 바로 겉으로 보이는 뇌의 구성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연결돼서 회로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뇌가 형성된다.

    그런데 사람의 어떤 유전자가 잘 못 되면 질환이 생기는 것으로 직접 관련되는 경우도 꽤 있다. 기존의 생물학이나 분자생물학이 유전자를 구성하는 단백질 또는 세포 수준의 연구는 많이 되어 있다. 세포수준에서는 빨리 죽으면 퇴행성 질환 같은 병일 것이다, 죽지 않고 계속 자라면 암으로 간주할 수 있다.

    사람의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생각이다. 이는 전자회로와 비슷하다. 더구나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로 소통하므로 전자회로와 비슷하다. 물론 아직은 신경세포의 회로가 어떻게 연결되면서 어떤 정보를 처리하는지는 잘 모른다.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에 형성된 회로를 보려고 했다. 놀라운 것은 기본적으로 쥐나 원숭이나 사람이나 신경세포를 보면 차이가 매우 적다. 사진만 봐서는 그것이 사람의 뇌세포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된다.

    그런데 뇌의 회로는 매우 다르다. 레고를 가지고 비유하면 레고 조각하나하나는 같은데, 레고 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완성품은 전혀 다른 것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신경세포의 숫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현재 가장 가능한 가설은 신경세포간의 연결을 통한 회로의 차이에 기인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 세포는 어떻게 회로를 형성하는가? 물리학 이론 중에 창발성이라는 것이 있다. 작은 단위에서는 없었지만 매우 많은 숫자가 뭉치면 나타나는 성질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이 형성되는 것을 보려면 개개의 신경세포만 연구해서는 큰 의미가 적고, 행동을 관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함께 보려면 신경세포 사이에 순간적으로 형성되는 회로를 봐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형성되었다가 없어지는 그 모든 뇌 활동을 기록하기도 어렵고 추적하기도 불가능하다.

    이 회로는 밀리 세컨드라는 짧은 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수분 사이에 다른 회로를 형성하는 등의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전극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보면 초당 최고 약 100헤르츠의 속도로 움직인다. 세포가 흥분하면 모르스 부호 같은 활동 전위가 1초에 100번까지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뇌세포는 무려 860억 개나 된다. 뇌세포는 생긴 형태가 둥근 모습인데 삐죽하게 안테나 같은 것이 나와 있다. 이중 한 안테나는 조금 멀리 있는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하는 케이블 같다.

    뇌에서 발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신호를 보낼 때 이 안테나 같은 케이블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 케이블은 몇 개나 될까? 머리에서 가장 먼 발끝이니 여러 개의 케이블로 연결됐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단 2개 뿐이다. 뇌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나온 기다란 안테나 세포가 척수까지 오면 척수에서 연결된 또 다른 안테나 세포가 이를 받아 발가락까지 연결해준다. 따라서 매우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작동할 수 있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연결된 부분은 약간 떠 있다. 이를 시냅스라고 한다. 한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는 돌기 말단에서 화학신호로 바뀐다. 즉, 앞의 신경세포의 말단에서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뒤의 신경세포가 화학물질을 받아서 다시 전기신호로 바꿔준다. 전기신호에는 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고, 있다 없다만 구분한다. 그러므로 주파수가 많으면 정보의 양이 많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 ▲ 브레인보우 기법을 이용한 세포 수준의 뇌 회로지도. 유전자기법을 이용하여 각 신경세포마다 다른 색깔을 나타나게 하여 신경의 돌기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 작은 스케일의 뇌 지도를 그릴 수 있다. ⓒ Lichtman and Sanes, Nature Neuroscience 2008
    ▲ ▲ 브레인보우 기법을 이용한 세포 수준의 뇌 회로지도. 유전자기법을 이용하여 각 신경세포마다 다른 색깔을 나타나게 하여 신경의 돌기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 작은 스케일의 뇌 지도를 그릴 수 있다. ⓒ Lichtman and Sanes, Nature Neuroscience 2008



    사람의 유전자에 따라 뇌세포 회로를 잘 만드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가정을 보면 부모와 자식이 모두 똑똑하다면 유전자효과를 배제할 수 없지만, 환경에 의해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뇌세포회로는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사람은 나이가 어렸을 적에 뇌세포회로를 아주 많이 만들어 놓고 있다가 가지치기를 하면서 점차 줄여간다. 실제로 태아의 뇌세포회로가 더 많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뇌세포 회로의 어느 것이 죽고, 어느 부분이 살아남느냐 하는 것은 어렸을 적의 환경이나 음식 그런 것에 의해서 정해진다.

    이것도 곰곰 생각하면 인간관계와도 매우 닮은 점을 보여준다. 사람도 친구관계를 맺을 때 처음에는 누구든지 다 알려고 하다가 필요 없는 사람은 연락 안 하면서 가지치기하고 정리하듯이 뇌세포 회로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물론 훈련을 하면 새로운 연결을 만들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의 노력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뒤늦게 맺어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인간의 태아에 있는 회로는 사전 지식이나 경험이 없으므로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자꾸 보면 침이 나오고 그런 것이다. 사람과 하등 동물의 차이점 중 하나는 동물은 반사신경만 가지고 산다는 점이다. 바퀴벌레는 계산해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반사회로에 의해서 움직인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움직이고 음식을 먹는 기능은 사람마다 공통적으로 갖췄지만, 수학을 푼다든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면 특정 뇌세포회로가 발달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 회로가 일단 정리가 되면서 기본골격을 이루는 회로가 결정되면 뇌질환에 걸리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세포의 연결인 시냅스가 필요에 따라 이 연결이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거나 없어지면서 지속적인 변화가 나타나며 이 과정을 앞서 얘기한 뇌의 가소성이라 한다.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


    생각하기 좋아하는 인문학도들에게는 뇌를 둘러싼 비 과학적인 의문들도 역시 과학적인 영역에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말처럼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생각도 한다. 생각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면서, 나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기도 하다.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자각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뇌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해서, 사람의 뇌는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작용할까? 커다란 궁금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또 다른 질문은 선악의 판단과 뇌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 착한 뇌가 있고, 악한 뇌가 있는가? 아니면 어떤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한 것은 그 사람이 악해서가 아니라, 뇌에 어떤 질병이 있어서 그 결과로서 나타난 현상일 뿐인가? 하는 윤리적인 질문이다.

    정용교수는 “뇌 자체는 선악의 판단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선악의 판단은 관계에서 오거나 아니면 외부적인 평가에서 온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선악이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평균적인 시민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 악이라고 하지만, 피지에서는 부모님이 사망하면 그 시체를 가족들이 나누어 먹는 것이 보편화된 적도 있다.

    그렇다면 뇌세포회로가 좀 더 효율적으로 발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생존하고 번식하는데 도움을 주는 쪽으로 발전한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 교수는 “만약 생물학적으로 선악의 기준을 따진다면 그것은 바로 생존과 번식”이라고 말했다. 생존과 번식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생물학적 선이고, 생존과 번식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생물학적인 악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따지고 보면 보편적인 선악의 판단기준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살인을 아주 나쁜 악한 행동으로 봐서 징계하는 것은 살인하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가장 치명적인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리되지 않은 질문은 이런 것이다. 인간의 생각이란 무엇인가? 뇌세포회로를 연구하는 어느 학자는 생각이란 ‘언어로 표현이 가능한 신호의 흐름’이라고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말로 표현이 안되면 생각이 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말로 표현이 안되지만 어떤 이미지나 느낌으로만 표현되는 것은 생각이 아니고 다른 명칭을 붙여야 하는가?

    또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인간의 생각은 인체의 어느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뇌 세포 회로 사이에 전기신호가 오가는 그것이 생각인가? 아니면 전기신호는 단순히 물리적인 현상이고, 그 전기신호 안에 ‘생각’이라는 내용이 담겨서 오가는 것일까?

    이런 질문도 난해하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은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만약 생각과 마음이 다르다면, 마음은 무엇이고 마음은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외부에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을 때 사람은 자기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까, 없을까? 책을 읽지 않거나 아니면 누구에게 아무런 말을 듣지 않았는데도 어떤 생각을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