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인선 두고도 당청관계 긴장감, 김무성 군기 잡기 시작?

  • 7.30 재보선 승리 이후 탄탄해진 김무성 대표의 여당과 박근혜 2기 내각 구성과 함께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려는 청와대와의 기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도부 사퇴 이후 정치 현안에 한발짝 물러난 상황이지만, 여당과 정부와의 힘겨루기가 자칫 공멸을 불러와 야당의 재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박근혜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의 팽팽한 긴장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김무성 윤 일병 사고에 호통, 청와대 발끈

    박근혜 대통령 여름휴가 직후 선공을 시작한 쪽은 김무성 대표였다.

    김 대표는 '육군 28사단 윤 일병 집단폭행 사망사건'과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향해 매섭게 면박을 줬다. 그는 3일 긴급 당 최고위원회 간담회에서 한민구 장관을 불러 "천인공노할 일", "치가 떨린다"는 등 강경한 발언과 함께 책상을 내리치는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오른 사건을 두고 여당 대표가 해당 부처 장관에게 높은 강도의 비판을 쏟아낸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야당의 공세가 시작되기 전에 김 대표가 강한 어조로 비판을 하면서 타이밍을 뺐은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런 어조에 청와대 반응은 민감했다.

    청와대는 월요일 아침이 밝기가 무섭게 가진 민경욱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선(先) 진상조사, 후(後) 문책'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민 대변인은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에 방점을 찍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에서 군수뇌부의 문책까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굳이 숨기지 않은 셈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인 장관 인사권까지 여의도(국회)에서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 ◇박근혜 경제 제1정책 사내유보금 과세에 '제동'

    재보선 이후 당정청이 처음로 손발을 맞춘 4일, 여당은 박근혜 2기 정부가 경제활성화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실무 정책협의회에서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나성린 정책위수석부의장은 "과세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장의 우려가 있어 이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했다. 여당은 일단 과세 세율을 인하할 것을 정부에 요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경제팀이 야심차게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에 김무성 새누리당이 첫날부터 부정적 의견을 개진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재보선 여당 압승에 '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최경환 부총리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감안할 때 선거 직후 새누리당이 경제 정책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경제 정책 도입의 최대 관건은 얼마나 빨리 민생정책이 국회를 통과하느냐다"라며 "정책에 대한 여론수렴과 여야 합의의 주체가 국회인 만큼 여당이 주체가 돼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갖기에 앞서 김무성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갖기에 앞서 김무성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당직 인선 두고도 긴장감, 김무성 군기 잡기 시작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대표는 당직 인선을 두고 고민이 깊다.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를 아우르는 당 지도부 구성이 당면과제인 김 대표에게는 매끄러운 인사가 다급하다.

    이런 가운데 윤상현 전 사무총장 후임으로 거론된 유승민 의원이 총장직을 거부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친박계 사무총장을 앉힘으로써 계파간 갈등을 줄이고 당 운영에 힘을 실으려 했던 김 대표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 지도부는 유 의원에 대해 삼고초려를 계속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물 건너간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화려하게 귀환한 이정현 의원의 최고위 진입 여부도 김 대표에게는 고민거리다.

    이처럼 친박계가 여전히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직 인선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김무성 대표가 받은 타격도 우려된다.

    김 대표가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박상은.조현룡 의원을 거론하며 "두 의원들이 검찰 조사에 충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국정운영 주도권을 잡기 위해 흐트러진 당내 '군기'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당청간 지나친 견제와 힘겨루기가 자칫 공멸을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재보선 패배에 충격에 빠져있다고 하더라도, 다시 재건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이 원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당청이 힘을 합쳐 성과를 얻어 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