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씨 1억원 놔두고 차용증만 찾아, 송씨 신체에서 ‘주저흔’ 발견
  • ▲ 강서 재력가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회 의원.ⓒ 사진 연합뉴스
    ▲ 강서 재력가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회 의원.ⓒ 사진 연합뉴스

    ‘강서구 재력가’ 청부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 서울시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기간 만기가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검찰의 공소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김형식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피해자 송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팽모씨의 진술을 제외하고, 김형식 의원이 살인을 교사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직 없다. 더구나 김 의원 자신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유죄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이 자신감을 나타내는 주요 근거는 팽씨가 범행 후 보인 태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 결과다.

    팽씨는 사건 당일 인적인 끊긴 자정 무렵 피해자의 사무실에서 송씨의 머리를 미리 준비한 손도끼(주로 뒷 부분)로 10여 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이상한 일은 팽씨의 행동이었다.

    팽씨의 범행 당시 송씨의 금고를 열었지만, 금고 안에 보관된 1억원이 넘는 현금뭉치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숨진 송씨의 가방과 지갑도 뒤졌지만 역시 수백만원에 달하는 현금은 그대로 뒀다.

    팽씨의 범행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그는 송씨의 가방 안에 든 서류봉투만 뒤졌을 뿐,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런 팽씨의 행동은 그가 단순한 강도범이 아니란 확실한 반증이다.
    팽씨의 행동은 그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팽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형식 의원이 부탁한 차용증을 찾기 위해 서류만 뒤졌다”고 말했다.

    팽씨의 범행 후 태도와 진술은 그가 김 의원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인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국과수의 감식 결과 숨진 송씨의 신체에서 10여개의 주저흔이 나온 점도 유력한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

    주저흔이란, 범인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망설여 치명상을 가하지 못한 상처를 말한다.

    팽씨는 범행도구로 손도끼를 준비했으면서도, 정작 범행에는 손도끼의 날이 아닌 뒷 부분의 뭉툭한 쇳덩어리를 사용했다.

    다수의 주저흔이 발견됐고, 팽씨가 한 번에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손도끼의 날이 아닌 뒷 부분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팽씨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범행에 나섰음을 짐작케 한다.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는 사실도 검찰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팽씨는 중국에서 체포된 뒤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이후 태도를 바꿔 검경의 수사에 적극협조하고 있다.

    특히 송씨를 살인하게 된 배경과 과정, 범행 이후 도주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자세하게 진술하고 있어, 김형식 의원의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팽씨가 김형식 의원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거부의사를 밝히고, 법정에서도 진술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도 검찰에겐 힘이 되고 있다.

    검찰은 살인교사 범죄의 특성상,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재판부도 알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확보한 정황증거만으로도 공소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살인교사의 동기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김형식 의원의 함정수사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김형식 의원과 팽씨가 나눈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김 의원이 체포 직후 팽씨에게 건넨 쪽지, 김형식 의원이 범행 직후 팽씨의 도주를 돕고, 돈을 송금해 준 사실, 팽씨 부인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유죄를 입증할 증거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검찰은 숨진 송씨가 작성한 비밀장부 ‘매일기록부’의 내용 역시, 김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간접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식 의원에 대한 구속기간 만기일은 오는 22일이다.
    검찰은 그 전이라도 수사가 마무리된다면 결과를 발표하고 김 의원을 기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