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형식 의원 살인교사 혐의 구속..1년간 범행 준비
  • ▲ 김형식 서울시의원 홈피.ⓒ 화면 캡처
    ▲ 김형식 서울시의원 홈피.ⓒ 화면 캡처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서울시의원이, 강서구에서 일어난 수천억대 재력가 살인사건의 교사범 혐의를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해당 의원은 경찰 체포 직후 탈당해 현재는 무소속 상태다.
    당사자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범행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살인범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살인교사의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강서경찰서는 29일 수천억원대 재력가 송모(67)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팽모(44, 무직)씨와 김형식(44) 의원을 각각 살인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석 달이 지나 범행의 실체가 밝혀진 이 사건은, 촉망받는 야당의 정치신인이 4년 전 빌린 5억원대 선거비용을 갚지 않기 위해 벌인, 치밀한 계획살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팽씨는 올해 3월 3일 자정 무렵 강서구 내발산동 건물 3층 관리사무실에서 피해자 송씨를 둔기로 10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구속된 김형식 의원은 자신에게 7,000만원 상당의 빚이 있는 팽씨에게 송씨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조사결과를 보면 김 의원은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선거비용 명목으로 송씨로부터 모두 5억2,000만원을 빌렸으나 이를 갚지 못했다.

    송씨로부터 빚독촉에 시달리던 김 의원은, 2012년 말 경기 부천의 한 식당에서 팽씨를 만나 자신에게 진 빚 탕감을 조건으로 송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했다.

    팽씨는 중국을 오가며 개인사업을 하던 중 김 의원으로부터 7,000여만원을 빌렸으나 2008년 부도가 나면서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생활이 어려워진 팽씨는 김 의원에게 수시로 용돈을 받기도 했으며, 그 액수는 1,300만원에 달한다.

    김 의원은 약 1년에 걸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김 의원은 그 사이 송씨의 출퇴근 시각, 이동 경로, 주변 지인들과의 관계 등을 자세하게 파악한 뒤 이를 팽씨에게 알려줬다.

    사건 발생 두 달 전에는 범해에 쓰일 전기충격기 등을 구입하라며 팽씨에게 80만원을 건넸다.
    팽씨는 범행에 앞서 50여차례나 현장을 답사해 폐쇄회로(CCTV)위치와 도주경로를 파악했다.

    팽씨는 범행 전후 택시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면서 경찰수사에 혼선을 주고, 인천 옥련동에 있는 단골사우나에서 미리 준비해 둔 옷을 갈아입었다.

    택시비는 추적을 막기 위해 현금으로 결제했으며,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인천 청량산에게 불에 태우거나 비닐봉지에 담아 버렸다.

    팽씨는 범행 3일 뒤인 3월6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팽씨의 출국은 김 의원이 도왔다.
    김 의원은 팽씨를 인천공항 신시가지까지 데려다 주면서 도피자금으로 300만원을 건넸다.

    이후에도 김씨는 공중전화 등을 이용해 팽씨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김 의원은 팽씨 지인 명의 계좌로 2회에 걸쳐 250만원을 보내주기도 했다.

    경찰은 범행 발생 보름이 지난 3월18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팽씨에 대한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중국에 머물던 팽씨는 약 두 달 뒤인 5월22일 붙잡혀 6월24일 국내로 압송됐다.
    이미 중국 내 조사에서 범행 전모를 확인한 경찰은 압송 당일 김 의원을 강서구 집 앞에서 체포했다.

    특히 경찰은 김 의원이 팽씨와 연락울 주고 받으면서 “잡히면 자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팽씨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팽씨는 중국 내 구치소에서 두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팽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팽씨의 진술을 보면 김 의원이 살해를 교사한 이유도 드러난다.

    팽씨는 “김 의원이 선거 때 진 빚을 갚지 않자 송씨가 6.4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팽씨는 김 의원이 빚 7,000만원을 탕감해주고, 중국으로 도피해도 국내에 있는 부인과 자녀는 책임지고 보살펴 주겠다고 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현재 김 의원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손도장이 찍힌 5억여원 차용증서에 대해선 “친하게 지내던 송씨가 요청을 해 술을 마시고 찍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김 의원과 팽씨의 통화기록, 김 의원과 송씨 사이의 금전거래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인교사범으로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준 지인을, 친구를 시켜 살해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은 야권의 촉망 받는 정치신인이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열린우리당 상근부대변인을 맡을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1989년 경기 한신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 김 의원은 이 학교 46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의 측근으로, 열린우리당 상근부대변인, 정동영 대선후보 부대변인 등을 지냈다.

    2006년 5.31지방선거에 열린우리당 서울시의원 후보로 나섰으나 낙선하고, 4년 뒤 2010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에 합류해 정책개발을 도왔다.

    그러나 그해 11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박원순 시장을 향해 “임대주택 8만호를 제외하고는 보편적 복지가 없다. 철학이 부족하다”고 비난을 퍼부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소탈한 모습에 의욕적인 의정활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자신의 선거비용을 대준 지인을 살인 교사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정치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의원은 경찰 체포 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현재는 무소속 신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