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저자’ 논문, 제자 성취 가로챘다고 볼 수 없어
  •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내정자 ⓒ뉴데일리DB
    ▲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내정자 ⓒ뉴데일리DB


    지난 6월 4일 치러진 전국 교육감선거를 전교조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전교조와 그 위상단체들이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명수 후보자가 “제자의 동의를 얻어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좌파교육단체인 교육운동연대와 교육혁명공동행동 등은 김명수 후보자가 제자의 논문을 훔쳤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운동연대와 교육혁명공동행동 등 좌파성향 교육단체들은 18일 김명수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국립국제 교육원 앞에서 교육부장관 내정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영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백도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박현숙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대표 등이 모였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반대하고 경쟁교육 폐지를 주장해 오고 있다.

    교육혁명공동행동은 지난 2012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건물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갖고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천명한 단체다. 아울러 ‘교찾사(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출신인 이영주 전교조 부위원장은 전교조 내 ‘좌파’로 불릴 만큼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 전교조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하며 “남은 5년을 충분히 괴롭혀 주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동아일보는 16일과 17일 김명수 후보자의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냈다.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연구결과인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했다”며 제자가 과거에 쓴 논문과 내용이 거의 같은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19일 “김명후 후보자가 제자의 논문을 요약해 교원대학교 학술지 [교육과학연구]에 자신을 제 1저자로, 제자 장 모씨를 제 2저자로 싣고 학술연구비도 지원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자가 제2저자로 이름이 올라갔기 때문에 남의 것을 갈취했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계 관행상 무명 석사학위자인 제자의 논문을 저명학술지에 싣기 위해 지도교수가 이름을 빌려주는 것은 선의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살리기 교수연합은 19일 성명서를 내고 “논문작성은 지도교수와 지도학생간 지식과 진리의 공동생산”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연간 수천편의 석사논문이 통과되지만 문제가 된 논문처럼 다시 학술지에 정식 논문을 게재되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 학위논문을 꼼꼼히 지도한 것은 교육적으로 칭송할 만한 것이며 해당 논문이 학술지에 정식 논문으로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논문 완성을 위한 교수들의 노력을 윤리라는 이름과 검증이라는 절차로 폄하해선 안 된다. 논문표절논란은 잘못된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사실을 호도한 언론들은 사과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 교수는 “논문은 기존의 연구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표절이라고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또 교수가 학생을 지도해 학위논문을 만들어 전문학술지에 올릴 경우 공동저자로 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위논문 10개 중 대부분은 수준미달로 미 출간 상태에 머무는 반면, 일부는 높은 수준의 논문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지도교수가 다시 독려해 학술논문으로 만든다고 한다. 이 경우 지도교수는 논문의 모든 책임을 지는 ‘교신저자’가 되고 학생은 제1저자가 된다. 그러나 김명수 후보자는 ‘교신저자’가 아닌 제1저자로서 논문에 공동으로 제자와 이름을 같이 올렸다. 

    김명수 후보자의 제자인 정 모씨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수님(김 후보자)께서 먼저 내 논문을 학술지(한국교원대 교수논총)에 게재하고 싶다고 물어봤다. 제1저자, 제2저자가 누군지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아 동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 황의원 센터장은 1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명수 후보자가 게재한 문제의 논문이 공동논문이라는 점에서,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을 했다. 또한 단독논문의 실적점수가 공동논문보다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제자의 연구실적을 가로채려 했다면 처음부터 제자이름을 빼버리고 자기이름으로 단독 논문을 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