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원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 “제자도 저자 등재, 표절로 보기 어려워”
  •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대한 '표절논문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논문에 대해 "문제가 없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 서남수 교육부 장관,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 손석희 JTBC 사장 등 유명 인사들의 표절 혐의를 공개적으로 고발해온 연구진실성검증센터 황의원 센터장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밝혔다.

    황의원 센터장은 김명수 후보자와 송광용 수석의 표절 논란에 대해 "이번 문제는 표절 문제라기보다는 연구 기여도와 관계된 부당저자자격 문제"라면서 "부당저자자격 문제는 문헌 자체만으론 입증이 쉽지 않고, 증언 등으로 봤을 때는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동아일보는 16일과 17일 기사에서 각각 송광용 수석과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제자가 과거에 쓴 논문과 제목 및 내용이 거의 같은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냈다면서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황의원 센터장은 "제자도 분명 2저자로 이름이 올라갔기 때문에 남의 것을 갈취했다는 동아일보 등의 표현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이공계라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권장될 사안"이라며 "이공계에서는 논문 지도한 사람에게 '교신저자' 지위를 부여해 1저자 이상의 대우를 해준다"고 덧붙였다.

    학술 논문 저자는 보통 제1저자, 공동저자, 교신저자로 나뉜다.

    제1저자는 저자 기재 순서에서 제일 처음에 위치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험한 자(데이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연구자), 그 결과를 해석하고 원고 초안을 작성한 자를 뜻한다. 

    따라서 제1저자는 공동연구를 수행한 경우 여러 명이 될 수 있다.

    교신저자는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원고를 제출하는 저자를 말한다. 논문 투고는 물론, 해당 논문 게재와 관련돼 학술지 심사자와 교신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신저자는 대개 책임저자 또는 제1저자가 맡는다.

    황의원 센터장은 "사실 학술지와의 관계에서 논문 내용에 대한 모든 보증은 교신저자가 하는 셈이어서 교신저자가 통상 제1저자보다 높은 권위자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황의원 센터장은 "이공계와 달리 교육계는 지도교수를 위한 '교신저자' 같은 지위가 아직 마련이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그래서 지도교수가 교신저자 대신에 1저자, 제자가 1저자 대신에 2저자를 맡는 관례가 정립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공계에서 지도교수인 '교신저자'의 위치가 '제1저자'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계의 관례적 저자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황의원 센터장은 김명수 후보자와 송광용 수석이 게재한 문제의 논문이 공동논문이라는 점에서,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했다. 

    황 센터장은 단독논문의 실적점수가 공동논문보다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즉, 김명수 후보자나 송광용 수석이 제자의 연구실적을 가로채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제자의 이름을 빼버리고 자기 이름으로만 단독논문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황의원 센터장은 "학술지논문의 편집 관행상 무명 석사학위자의 1저자나 단독 논문이 실리긴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저자 순서를 바꾼 것을 선의로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를 통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에 앞서 공동 저자로 게재된 당사자들의 반응을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교육부에서 연구윤리 문제를 담당하는 정병익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자가 동의해 준 부분이 중요하다. 석사논문을 쓴 저자가 양해한 것이라면 문제제기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송광용 수석의 제자였던 김 모씨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수님과 이름이 같이 올라가면 영광이고 학술지에 실리는 데도 유리하다고 판단해 내가 요청해 교수님이 제1저자가 됐다"고 말했다.

    김명수 후보자의 제자였던 정 모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수님(김 후보자)께서 먼저 내 논문을 학술지(한국교원대 교수논총)에 게재하고 싶다고 물어봤다"며 "제1저자, 제2저자가 누군지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았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실성검증센터(Center for Scientific Integrity)는 대한민국 유일의 연구부정행위 검증 및 고발 전문 기관을 자처하고 있다. 사회지도급 인사들(특히 대학교수들과 언론인들)의 연구윤리위반 행위 를 감시하는 것이 설립목적이다. 

    독일의 네티즌 기반 온라인 논문 표절 검증 사이트인 ‘플라기페디 위키(PlagiPedi Wiki)’와 중국의 유명한 ‘논문 표절 사냥꾼‘ 팡저우쯔(方舟子, Fang-Zhouzi)의 활약상을 벤치마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