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치 투쟁의 장” 우려 커져..조희연 “정치적 해석 말라”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4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4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는 효순-미선 추모집회.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좌파교육감들의 강성(强性) 행보가 시작됐다.

    선거 직후, ‘전교조 교육감’이란 꼬리표에 부담을 느낀 듯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면서 한껏 몸을 낮추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을 책임져야 할 서울과 경기교육감 당선자는 약속이나 한 듯 주말 거리로 나와 정치색 짙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에 참여해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이재정 당선자는 효선-미선양 추모제에 참석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새역사”를 강조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신들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처럼 두 좌파교육감 당선자의 행보를 비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고 모순이다.

    14일 조희연 당선자가 참여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은 서울시내 10곳과 대전, 수원, 전주, 춘천 등지에서도 열렸다.

    문제는 서명운동과 이를 위한 촛불집회의 정치적 성격이다.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가 매주 열고 있는 범국민 촛불행동에서는 매주 노골적인 반정부 구호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단체가 매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구호가 [박근혜 퇴진]이다.

    촛불집회 한켠에서는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서명과 함께 [박근혜 탄핵] 서명운동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매주 집회가 끝난 뒤 청와대 행진을 고집하는 강경파와 이를 막는 경찰 사이에 벌어지는 몸싸움은 이제 뎡연한 것이 됐다.

    앞서 조희연 당선자는 후보시절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초 참사 범국민 촛불행동’에 직접 참여했다.

  • 조희연 당시 서울교육감 후보가 지난달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촛불행동 집회에 참석한 모습. 조희연 후보의 옆으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정희 통진당 대표, 김재연 통진당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 조희연 당시 서울교육감 후보가 지난달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촛불행동 집회에 참석한 모습. 조희연 후보의 옆으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정희 통진당 대표, 김재연 통진당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 조희연 당시 서울교육감 후보가 지난달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촛불행동 집회에 참석한 모습.ⓒ 뉴데일리 DB
    ▲ 조희연 당시 서울교육감 후보가 지난달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촛불행동 집회에 참석한 모습.ⓒ 뉴데일리 DB

    당시 그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정희 통진당 대표, 김재연 통진당 의원 등과 나란히 앉아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된 손 피켓을 들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조희연 당선자가 자신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120만명이 넘는 초중고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져야할 교육감 당선자가, 정치적 색체가 분명한 거리집회나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적절한 처신이라 하기 어렵다.

    더구나 후보시절 반정부 구호가 메아리친 집회현장에 직접 참석한 그가, 자신의 행동을 순수하게 봐 달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군색해 보인다.

    거리로 나선 서울교육감 당선자의 모습은 여러모로 우려를 자아내게 만든다.

    [혁신학교 확대]“학교민주화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했던 그의 성공회대 고별강연을 생각한다면, [학교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킬 것이란 교육계 안팎의 걱정을 기우로 여길 수만은 없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의 행보는 더 과감하고 전투적이다.

    이재정 당선자는 13일 오전 경기 양주시 56번 지방도로 인근에서 열린 고 신효순·심미선 12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추도사를 읽었다.

    이날 행사에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미선 효순 추모비 건립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공동주최했다.

  •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가 13일 고 신효순 심미선 12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가 13일 고 신효순 심미선 12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 민주노총 황용문 통일위원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재정 당선인은 추도사를 통해 “마음을 모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뤄내는 새 역사를 만들 때 효순, 미선양도 기쁨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당선인은 참가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렀다.

  •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가 13일 고 신효순 심미선 12주기 추모제에 참석했다. 이재정 당선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가 13일 고 신효순 심미선 12주기 추모제에 참석했다. 이재정 당선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추모제에서는 참가한 인사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정치적인 발언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김광진 의원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에서 열린 '고 신효순 심미선 12주기 추모행사'에서 김광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에서 열린 '고 신효순 심미선 12주기 추모행사'에서 김광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황용문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제가 아는 하느님은 평화와 전쟁없는 나라를 말씀하신다”면서 문 후보자의 교회 발언을 비꼬았다.

    참석자들의 발언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날 추모제는 다분히 정치적인 행사였다.
    교육감 당선자가 참석할만한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항]은 전혀 거론되지도 않았다.

    그런 자리에서 경기교육감 당선자는, 제창(齊唱)에 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조희연 당선자가 홍대입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을 무렵, 종로 보신각에서는 수도권지역 전교조 교사 400여명(경찰 추산 300여명)이 결의대회를 열고, “법외노조 결정 철회”를 외쳤다.

    그러면서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 결과가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이라고 주장했다.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을 전교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혹은 신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거리로 나선 속칭 진보교육감 당선자들과, 거의 같은 때 열린 전교조의 도심 속 집회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당장 좌파교육감들을 등에 업은 전교조가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조희연-이재정 당선자의 거리 행보에서 알 수 있듯 좌파교육감들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개입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 경우, 사회적 혼란과 학교 안팎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거기로 나선 좌파교육감들의 움직임에 대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