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됴코 대사관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국정원 본연의 임무 역설
  • ▲ 신임 국정원장에 내정된 이병기 주일대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임 국정원장에 내정된 이병기 주일대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0일 청와대가 신임 국정원장으로 내정한 이병기 주일대사는
    같은 날, 일본 도쿄 주일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오늘 아침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다.
    아직 소감을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원 본연의 임무는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을 보호하며,
    국체(국가 정체성)를 보전하는 것
    이라는 점이다.”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는 이어 국정원의 ‘이름값’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국정원이 국가 보위, 국민 보호, 국체 보전이라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내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첩보(information)’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intelligence)’를 제공해야 한다.
    국정원의 영문 명칭이 NIS(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아니냐?
    국정원은 이름대로 100% 정확한 제대로 된 정보를 생산해내야 한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의 이 말을 별다른 설명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하지만 이 말대로 실행된다면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는
    그동안 우파 진영과 정치권에서 지적했던 ‘휴민트 붕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원들에게 집중적인 정보역량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학에서 ‘제대로 된 정보’란
    ‘의사 결정권자가 제대로 된 결정을 하도록
    관련 분야의 첩보(information)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생산해 낸 정보(intelligence)’를 말한다.

    ‘인간정보(HUMINT)’와 ‘신호정보(SIGINT)’, ‘영상정보(IMINT)’,
    ‘측정정보(MESINT)’, ‘공개정보(OSINT)’ 등은
    이러한 ‘제대로 된 정보’를 생산해내는 데 필요한 ‘수단’이다.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는
    1974년 외무고시 8회로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외교관으로 생활하던 80년대 초에
    당시 노태우 정무장관의 보좌관으로 발탁된 뒤부터
    비공식적인 ‘정보요원’의 역할을 맡아 성공적인 결과들을 냈다고 한다.

    그가 노태우 정부 시절 안기부장 특보를,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차장을 지낸 것도
    해외첩보활동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이병기 내정자는
    안기부 차장 시절 '황장엽 노동당 비서 망명 작전'을 이끌어
    성공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 ▲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前노동당 비서와 김덕홍 노동당 중앙위 자료실 부실장이 비행기 트랩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前노동당 비서와 김덕홍 노동당 중앙위 자료실 부실장이 비행기 트랩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이병기 내정자의 이 같은 경력으로 미루어
    그가 원장이 되면 국정원 내부에서는 한바탕 ‘혁신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보 파트 요원들에게는 ‘공작’ 업무에 대한 전문성 강조와
    개인역량 강화 주문이 거세질 것이라는 게 여의도發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병기 내정자가 ‘안기부’에서 잔뼈가 굵었던 만큼
    국정원을 ‘과거의 안기부’처럼 경직된 조직으로 바꾸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병기 내정자를 아는 다수의 사람들은
    그가 20년 가까이 야인 생활을 겪었고
    내정 후 첫 마디가 ‘국가 보위, 국민 보호, 국체 보전’이라는
    국정원 본연의 임무를 강조한 점,
    핵심 ‘친박인사’라는 점을 들어,
    오히려 국정원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기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를 무사히 넘고,
    취임 후에도 90년대 스타일에 연연하지만 않는다면,
    국정원 역량 강화는 물론 요원들의 ‘활동’에도 상당한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