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도 前통일부 장관 “日北 합의, 일본의 영구분단전략 결과물”

“北日합의 국가적 위기 올 것, 국민 도움 필요”

“거시적 안목 부족한 리더들, 일본 입장 대변만…국가적 위기 헤쳐 나갈 사람 필요”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4.06.02 12:18:22

▲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은 대박'이 일본 때문에 '쪽박'으로 변할 위기에 처했다. [자료사진]

“통일 대박을 통일 쪽박으로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로 충격에 빠져 모두가 슬픔할 때,
국가 전략 차원에서의 참사가 일어났다.
이대로 가면 100년 만에 일본의 한반도 영구분단 전략이 가시화될 것이다.”


31일 만난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은
지난 29일 오후 6시 30분, 일본과 북한 측이 동시에 발표한
‘日北 합의’가 사실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 영구분단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허문도 前장관은 이번 일본의 제안이
“미국 정부의 사전 양해를 구한 것”이며
“북한 핵문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최근 미국의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북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북핵을 무해한 수준으로 만들고 관리한다는 정책 전환이 일어난 것 같다.
이런 미국의 전략 변화를 지켜보던 일본은 올 초부터 북한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때 일본 아베 정권은 ‘얼씨구나’ 하면서 미국에 이런 제안을 했을 것으로 본다.

‘폭격도 못하고 제재도 별 효과 없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지 않나?
차라리 우리가 나서 북한과 수교를 맺어서 대북지원을 해주고,
이를 통해 북한이 핵을 안 쓰는 나라가 되도록 연화(軟化)시키겠다.’

일본이 이번에 북한과의 합의에 다다르게 된 것도
이런 제안을 내세워 오바마 美대통령으로부터 양해를 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본다.”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이 북한에 손을 내민 것이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전략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봤다.

“지금 동북아 구도에서 보면 중국은 한국과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12월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면서부터
북한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김정은이 중국과의 유일한 소통 통로를 없애자 화가 난 것이다.
그래서 북한 대신 한국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게
중국 국가전략에서의 최우선 사항이다.

이런 모습을 본 일본은 한국 대신 북한을 끌어당기려는 맞수를 둔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게
‘한국이 중국과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 우리 해양국가끼리 뭉쳐야 한다’는
주장을 했을 것으로 본다.
이런 미-일 간의 합의가 지난 4월에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과 북한 간의 스톡홀름 대화에서
일본이 북한에게 거액의 대북지원과 함께
“핵미사일 표적을 다른 곳으로 돌리라”고 설득했을 것으로 봤다.


▲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탄도탄. 우리나라와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자료사진]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논의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돈으로 북한 핵무기를 녹여버리겠다’는 합의를 분명히 했을 것이다.
일본은 막대한 지원을 댓가로
북한에게 ‘당신네들이 우리 황궁을 향해 핵미사일을 겨냥하고 있는데
어떻게 거액을 지원을 해줄 수 있는가,
미사일을 베이징으로 돌려라’라고 설득했으리라 본다.
이런 협상은 과거 냉전 시절에도 종종 있었던 것이다.”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 정부가 북한을 설득함과 동시에
수교를 위한 사전작업도 모두 마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일북 회담에서 수교를 위한 모든 사전작업을 마무리 했다고 본다.
이제는 서명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작업을 끝낸 것 같다.
일본 국내적으로 마지막 장애물이 일본인 납북자다.
이걸 해결하는 식으로 ‘쇼’를 하면서
정치 외교적 부담을 없애는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일본과 북한 간의 국교수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유엔 대북제재도 있는 데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깨질 수도 있는 일이다.
허문도 前장관은 “강대국에게 국제관계란 인정사정없는 문제”라며
곧 아베 일본 총리가 방북해 일본과 북한이 공식 수교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고 봐라. 곧 아베가 북한에 갈 것이다.
그리고 납북자나 그 유해를 데려오는 쇼를 벌일 것이다.
이를 전후로 해서 국교 수교 사인을 해버릴 것이다.

미국 키신저가 모택동을 만날 당시
일본은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으면서도 중국과 먼저 수교 해버렸다.
그런 일본이 북한과 수교를 못할 거 같은가.”


허문도 前장관은
“북한의 납북자 재조사도 더 이상 양국 수교에 문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재조사에 합의했다는 것은
더 이상 양국이 수교하는 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납북자 재조사를 할 때 북한이 숫자를 맞춰버리면 되는 것이다.”


▲ 지난 4월, 오바마 美대통령 방일 당시 아베 일본 총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이 ‘납북자 재조사’를 조건으로
독자적 대북제재 완화와 인도적 대북지원을 약속한 것이
최대 200억 달러 규모 ‘대북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될 경우
북한 김정은 정권은 더 이상 ‘체제 붕괴 위험’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아니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 통일에서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다.

“일-북 수교를 통해 ‘인도적 대북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북한에 거액이 들어가게 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북핵을 막을 수 없게 된다.
통일도 최소한 30년 후로 다시 물러나 버린다.
어쩌면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은 북한이 통일 이니셔티브를 잡으려 할 것이다.

이번 회의 이후 ‘200억 달러 대북지원’ 이야기도 들리는데
지원금액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일본 또한 북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면서
‘통일 이니셔티브’를 쥐게 될 것이다.

북한은 엄청난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다.
80~90년대 정도만 해도 흥남 질소비료공장 등에서 일하는,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수만 명이었다.

앞으로 북한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잡는 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생각을 안하고 있을 때 일본이 저렇게 선수를 치고 들어가는 것이다.”


▲ 허문도 前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허문도 前장관은
일본과 북한의 ‘스톡홀름 합의’를
단순히 ‘일본이 대북 핵제재 체제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국내 언론과 정치권의 짧은 시야로는
‘동북아 핵개발 도미노’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걸 못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문제의 본질은 동북아 전략상황 변화, 힘의 변화(Powershift)다.

현재 중국이 취하고 있는 정책은
한국을 한미일 삼각 동맹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를 추진하면서 일본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전쟁 준비로 맞서는 한편
‘중국이 한국을 당긴다면 우리는 북한을 당기겠다’는 대응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북 수교가 성사되면, 동북아 핵도미노 현상은 없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 약속한 게 있기 때문에 핵무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언론들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 핵개발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하는 건
주로 대학 교수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동북아 핵개발 도미노’의 근본적인 전제는 일본 핵무장이다.
따라서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으면 동북아 핵개발 도미노 현상은 없다.

결국 북핵 문제의 주요 대상은 한국 밖에 남지 않는다.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밖에는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에서 고립될 것이다.”


허문도 前장관의 이야기대로라면
일본과 북한의 합의는 우리나라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나라는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허문도 前장관은 그 원인을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이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 박근혜 대통령과 뭔가를 논의하는 김장수 前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북핵 대응전략이 기본적인 부분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일본은 발 빠르게 움직였음에도
우리나라의 ‘오피니언 리더’ 대부분은
일본을 위한 목소리를 내느라 급급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외교당국, 청와대, 정치인들까지-은
우리나라가 독립적인 힘의 주체가 되어서
어떻게 힘을 키우고 관리하느냐 하는, 그런 개념이 아예 없는 것 같다.
이승만 대통령 때에 그나마 있었고 박정희 대통령 때도 소극적이나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각이 전혀 안 보인다.”


허문도 前장관은
지난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도 핵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현 상황에서는 협상카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 우리나라에게는 MD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고 전략적인 문제인데
청와대는 중국 눈치 보느라고 안한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일본이 북핵 제재에서 빠져나간다면 우리도 MD에 들어갈 수 없다’는 주장을
카드로 사용해야 한다. 그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응이다.”

허문도 前장관은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상황은
정권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위기”라며
국민들이 도와야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MD 참여’ 카드만으로는 일본의 계략을 막을 수 없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동북아에서 고립된다.
대통령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쳐오고 있다.”


허문도 前장관은 “국민들이 적극 도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지금은 국민들이 도와야 한다.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도움을 호소해야 한다.
국민들은 정권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지금 우리는 내부적으로 각종 참사에 시달렸고,
외부적으로도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럴 때 국민들이 돕지 않으면 지금의 난관을 도저히 극복해 나갈 수 없다.”


▲ 지난 5월 31일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박원순 새민년 서울시장 후보 내외. 박원순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자료사진]

허문도 前장관과의 인터뷰를 마쳤을 때,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이 10%를 넘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우리 지역을 위해서 나를 뽑아달라”고 외치고 있을 때
나라 밖에서는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데….

대체 누구를 뽑아야
대통령과 함께 국가적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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