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사, 내가 원한 것 아니야”..누리꾼 “후보자격 없어”고승덕, 16년 전 공천 포기..이유가 ‘자녀 이중국적’
  • ▲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 자녀가 미국시민권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DB
    ▲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 자녀가 미국시민권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DB

    4월17일 오후 서초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처가 쪽에서 이번에는 출마하지 말고 내년에 출마하라고 했다”면서 “어제(4월16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3불가론이 제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민회의 후보 공천 생각을 접었다. 3가지 이유란 애인설, 불화설,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이다”

    - 주간 내일신문, 1999년 5월 4일
       <한나라당 ‘젊은피’ 고승덕 후보를 검증한다> 기사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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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이 기사는 1999년 4월, 서울 송파갑 공천파동 당시, 한 매체가 고승덕 변호사와의 면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 고승덕 변호사는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돼,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야당인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접촉하면서 공천 파동을 일으켰다.

    위 기사는 파문의 당사자인 고승덕 변호사가 출마를 포기한 심경을 담고 있다.

    위 기사에 따르면 고승덕 변호사는 장인이었던 박태준 전 자민련 총재 측의 권유와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을 이유로 출마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자녀의 미국교육은 사실이며, 영주권이 아닌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항상 가슴 아파하는 부분이고, 제가 먼저 나서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또한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제 아이를 한국에서 교육시키지 못한 것은 저가 원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겪게 된 가슴 아픈 가족사이고, 그 외로움을 저는 지난 10여 년 간 많은 청소년과 만나면서 채울 수 있었습니다.

    - 고승덕 후보, <조희연 후보님께 보내는 편지> 중 일부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 자녀의 미국 시민권 보유 사실이, 선거 중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승덕 후보가 자녀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조희연 후보에게, “영주권이 아니라 시민권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밝히면서, [아픈 가족사]를 설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상에서는 [미국 국적을 가진 자녀]의 아버지가 서울교육의 수장이 되려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학부모로서 한국의 입시제도를 피부로 겪어 보지 못한 고승덕 후보가, 120만명이 넘는 서울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정책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누리꾼도 많다.

    고승덕 후보가 앞세운 [공감교육]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 학부모로서의 경험이 거의 없는 고승덕 후보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낸 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더구나 과거 송파갑 공천 파동 당시, 청와대와 여당이 고승덕 후보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를 지적한 사실도 드러나, 고승덕 후보의 [자질론]을 둘러싼 파장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고승덕 후보 자녀의 국적 문제는 25일 조희연 후보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조희연 후보는 이날 고승덕 후보 자녀들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

    고승덕 후보 자녀의 국적문제는 이미 <서울교육을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등 교육시민단체가 먼저 이슈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고승덕 후보는 학부모모임 등의 문제 제기에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심지어 고승덕 후보측은 자녀들의 국적과 관련된 의혹 제기를 네거티브로 규정하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후보 개인과 관계가 없는 가정사를 선거 쟁점으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타냈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조희연 후보측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고승덕 후보측의 태도는 급변했다.

    특히 트위터를 비롯한 이른바 ‘넷심(心)’이 등을 돌리면서, 고승덕 후보측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고승덕 후보는 자녀의 미국 영주권 의혹 제기에, 스스로 [아픈 가족사]를 밝히면서 “자녀가 미국 시민권자”임을 고백하는 강수를 뒀다.

    고승덕 후보가 ‘눈물’에 약한 여론의 감성을 자극하는 승부수를 뒀지만, 넷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오히려 고승덕 후보의 ‘고백’이,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을 높이는 촉매제가 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철새 정치인]이란 여론의 비난을 자초한 1999년 서울 송파갑 공천 파동 당시, 그가 보인 행태가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교육감 후보로서의 [자질론] 시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교육계를 대표하는 원로·중진 학자 100명은, 26일 <범교육계 100인 문용린 교육감 지지 성명>을 발표하면서 문용린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병역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자녀를 외국으로 조기 유학 보낸 후보보다는 문용린 후보의 교육 열정이 더 클 것”이라는 말로, 고승덕 후보의 자녀 국적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용린 후보 지지 성명에는 정원식·강영훈 전 국무총리, 오명 전 부총리, 이돈희·이상주·이명현·윤형섭 전 교육부장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러시아 대사), 정범모 전 한림대 총장, 진동섭 서울대 교수 등 국내 교육계를 대표하는 원로-중진 학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일부 언론에서 고승덕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희 범사련 상임대표(공주대 교수)이상진 전 서울시교육의원도 이날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