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안보수장 비난 갈수록 비등해져 부담…朴대통령이 '귀 열어야' 후속인사 성공
  • ▲ 함께 사열 중인 김장수-남재준 당시 대장. [사진: 국방부]
    ▲ 함께 사열 중인 김장수-남재준 당시 대장. [사진: 국방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결국 사표를 냈다.
    겉모습은 ‘사표 제출’이지만 실제로는 ‘경질’이라는 평이 더 많다.

    6.4지방선거를 2주 남겨둔 상태에서
    여당의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두 안보수장마저 사표를 낸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들의 후임은 과연 누가될 것인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장수 실장,
    세월호 참사 “靑소관 아냐” 발언
    가장 큰 원인인 듯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 제출은 의외라는 평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그의 발언이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실험과 이어진 일련의 도발 당시
    김장수 실장은 야전침대를 펴놓고 한 달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냈다.

    이 무렵 김장수 실장은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재해에서도 컨트롤 타워”라는 요지로 말한 바 있었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에는
    “재난재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담당”이라며 말을 바꿨다.

    이후 김장수 실장에 대한 비난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개적으로 나왔다.

  • ▲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밝히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사진: JTBC 보도화면 캡쳐]
    ▲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밝히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사진: JTBC 보도화면 캡쳐]

    세월호 침몰현장이 구조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기는 하나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가 보여준 대응은 무능의 극치였기에
    국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져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세월호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는
    6.4 지방선거 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눈물의 대국민 담화’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지지율 회복에는 도움을 줬지만,
    지방선거 판세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 것도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책임 보다
    그를 둘러싼 ‘人의 장막’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人의 장막’ 가운데 한 사람인 김장수 실장도 비난의 대상인 것이다. 


    남재준 원장,
    서울시 화교간첩사건-세월호 참사 등에다
    국정원 운영 문제 걸린 듯


    남재준 국정원장은
    최근 전면 개각설이 나왔을 때
    그 대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남재준 원장의 사퇴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세월호 참사 책임’이나
    ‘서울시 화교간첩사건’ 때문만이 아니라
    1년 넘게 국정원을 지휘하면서 나타난 문제에다
    박근혜 대통령이 뭔가 ’거대한 쇄신’을 필요하다고 생각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경질했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볼 때 남재준 국정원장은
    좌파 진영에서는 ‘역적’으로 불리지만,
    우파 진영에서는 최고 애국자로 꼽는다.

    하지만 정보기관은 군대와 달리
    그렇게 단순하게 바라보고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 ▲ 국회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 그는 분명 뛰어난 군인이자 지휘관이다. 그러나 최고의 정보요원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뉴데일리.
    ▲ 국회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 그는 분명 뛰어난 군인이자 지휘관이다. 그러나 최고의 정보요원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뉴데일리.

    남재준 원장은 취임 이후 대북정보를 포함한
    휴민트(HUMINT) 역량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혀
    우파 진영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실적’은 그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사실 남재준 원장에게 ‘실적’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15년 넘는 기간 동안 망가진 ‘휴민트 역량’을
    불과 1년 사이에 회복하는 건 ‘불가능’해서다.

    좌파 진영에서 남재준 원장의 경질 사유로 꼽는
    ‘서울시 화교간첩사건’의 경우나
    그 전의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서 보여준
    국정원의 모습은
    남재준 원장이 국가정보기관의 휴민트 역량을 다시 회복시켜 줄 것이라는
    지지층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남재준 원장이 과연 정보기관을 지휘할 역량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국회나 언론에 비춰진 국정원의 대북정보 능력은
    이명박 정부 보다 크게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게다가 남재준 원장은 국회에 나올 때마다
    “대북 휴민트를 강화하겠다” “북한의 현재 동향이 어떻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수준미달’의 국회의원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군을 지휘하던 습관대로 국정원을 운영하면 안 된다는 걸 모르는 듯 보이는
    남재준 원장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남재준 원장의 사표 수리는
    이런 여러 가지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뤄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

  • ▲ 대북휴민트 붕괴는 15년 넘게 일어난 일이다. 이를 복구하려면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 관련 보도하는 MBC 뉴스화면 캡쳐]
    ▲ 대북휴민트 붕괴는 15년 넘게 일어난 일이다. 이를 복구하려면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 관련 보도하는 MBC 뉴스화면 캡쳐]

    김장수 실장, 남재준 원장 후임은?
    좋은 인사 핵심은 ‘귀 여는 朴’


    한편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뒤
    청와대는 “곧 후임 인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언론과 정치권은 후임이 누가될 것인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소위 ‘친박’으로 알려진 사람들 중에서 이들의 뒤를 이을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한기호, 길정우, 황진하, 김성찬, 송영근, 손인근 새누리당 의원,
    이성출 前연합사 부사령관, 한민구 前합참의장,
    김영후 前병무청장, 이병기 주일대사 등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안보분야 전문가들이다.

    이들 가운데 언론인, 국정원 출신도 있지만 대부분은 군 장성 출신이다.
    동시에 상당히 ‘정치적’이다.

    이들이 과연 사심없이 국가안보실장이나 국정원장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대통령이 이들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안보전문가를 천거해주시오”라고 하면
    선뜻 다른 사람을 추천해줄까?

    박근혜 대통령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전향적으로 변해
    주변 사람들과 숙의(熟議)를 해야
    ‘좋은 인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모습. 이제는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일이 남았다. [자료사진]
    ▲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모습. 이제는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일이 남았다.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의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대폭 개각설과 관료사회 쇄신안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여의도와 광화문은 어수선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언론을 통해 ‘하마평’에 오르는 순간 ‘탈락’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대통령의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한다.
    당 대표를 할 때처럼 ‘만기친람(萬機親覽)’식으로 나라를 이끌어가기에는
    우리나라의 규모나 현재 주변 상황이 너무나 크고 복잡하다는 게 이유다.

    다른 지적도 있다.

    2012년 대선 운동 중 숨진 故이춘상 보좌관 등 극히 일부 측근 외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믿는 사람’이 없다는 점,
    다르게 말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귀는 거의 닫혀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야인 시절일 때는 그런 인상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청와대에 입성한 뒤 주변 인물들이 그렇게 본다면 큰 문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과연 누가 대통령에게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원장의 후임으로 제대로 된 인물을 천거할까?

    ‘자칭 친박’이라며 대통령 이름 팔고 다니는 사람들,
    대통령 가족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던 사람들이
    국가안보의 중책을 맡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원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언론은 물론 지지자들의 관심은 ‘후임은 누구일까’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지지자들에게 필요한 태도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좋은 인사’를 요구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