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묵은 정부조직 문제의 원인 제대로 짚어야 가능
  • 해경, 안행부 다음은 어디?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해양경찰(해경) 해체라는 초 강수를 뒀다. 해경의 해체와 함께 된 서리를 맞은 곳은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이다. 두 부서는 핵심 기능을 총리실로 넘기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을 개조하려는 마당에 과연 해경 하나 해체하고, 안전행정부 쪼갠다고 될까? 그같은 사건이 벌어진 원인을 생각한다면 해경 하나 해체로 넓게는 국가개조, 좁게는 행정부 개조가 가능하리라는 것은 어림없는 생각이다.

    크게 본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낮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합리적인 사고가 부족하고, 그래서 작은 불법과 탈법과 규정위반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경직된 상하관계, 소통부족 등 정신적인 문제와 윤리적 문화적 배경을 들쑤시기 시작한다면 일생을 쏟아도 모자랄 것이다.

    약간 모호한 국가개조라는 단어는 온 국민이 함께 고민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이므로 논외로  하자. 지금 박근혜 정권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행정부 개조가 되어야 한다.

    행정부 개조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직면한 핫이슈이기도 하다. 3월에 카이스트를 방문해 2주간 미래학 특강을 하고 돌아간 미래학자 짐 데이터 하와이대학 교수는 “현재의 정부 시스템은 시대에 안 맞아 뒤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맹목적인 미국 행정부 시스템의 모방을 꼽았다. 2차 대전 이후 많은 곳에서 국가를 건국하면서 미국 행정부 조직을 모방했지만, 미국 시스템 역시 200년전에 만든 낡은 시스템이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데이터 교수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식 대의원제도’가 등장한 것은 미국 독립당시인 18세기, 땅은 넓고 인구는 많지 않은데 통신이나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왔다. 당시만 해도 여러 사람들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의원’제도가 가장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8세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통신, 교통이 엄청나게 발전한 만큼 18세기식 정부조직이 21세기에 잘 맞을 리가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정부조직의 폐혜는 무엇인가? 국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사건 벌어졌을 때 기업이나 민간단체 혹은 국민 보다 가장 늦게 정부가 반응하게 된다는 점을 꼽았다.

  • ▲ ▲ 4월 21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해경 경비정이세월호 희생자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
    ▲ ▲ 4월 21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해경 경비정이세월호 희생자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


    그러므로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행정부 개조가 성공하려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부조직의 패러다임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같이 정보통신이 발달한 시대에는 거의 온 국민이 사용하는 휴대폰만 잘 활용해도 전수조사가 가능한 점만 생각해도 참고가 될 것이다.

    두번째 정부조직의 핵심 키워드는 공직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 의식의 변화이다. 공무원들을 상대하면서 가장 크게 벽에 부딪히는 부분은 그들이 왜, 누구때문에, 무엇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이 공직에 앉아있는 것은 국민이 세금을 내기 때문이요,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그들이 할 일은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일인 것이다. 공무원들이 선심쓰듯 나눠주는 것 같은 각종 보조금이나 지원금 혹은 육성 자금도 사실은 국민들이 낸 세금을 활용하는 것 뿐이다.

    한 마디로 국민이 고용주이고, 공무원은 종업원인 것이다.

    그 세금이 때로는 기업가의 눈물이며, 종업원의 한숨이고, 어느 개인의 압류재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한다면, 공무원들은 자칫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일이 될 지 모르는 불유쾌한 일에 연루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치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주는 것 처럼, 혹은 대통령이 한국은행에서 찍은 선물을 나눠주는 것 처럼  봉건적인 착각속에서 제멋대로 구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본다.

    이 같은 시대착오적인 태도는 대다수 공무원들이 사고방식은 19세기 봉건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국가 개조 또는 행정부 개혁은 이 두가지 원인이 오랫동안 축적돼서 나온 부작용이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행정부 개조에서 감안해야 할 내용은 이 세가지 요소가 범벅이 된 것임을 지금 정부를 개혁하려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정이나 안전행정부 다음으로 해체 또는 대폭 축소의 행정부 개조 수순을 밟아야 할 곳은 어디일까?

    1. 첫 번째 부서는 교육부이다. 
    교육부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당사자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수없이 거의 모든 교육계 인사들의 원성을 뒤집어 쓴 대표적인 행정부내의 마피아 조직이다. 교육부 해체하라는 분노의 찬 목소리가 나온 지도 수십년이 됐다.

    2. 두번째 철퇴는 법무부로
    사람을 감옥에 가두거나 심지어 생명을 빼앗는 합법적인 폭력의 권한을 가진 검찰과 법원의 구린내 노린내 썩은내가 진동하는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의 체험과 증언에서 드러난다. 누가 봐도 굽은 판결, 누가 봐도 억울한 수사, 누가 봐도 불공정한 기소 등으로 얼룩진 검찰과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환부를 도려낼 의지와 도덕성을 가진 정부조직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은 행정부 개조라는 조치가 과연 약효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대통령의 눈물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해도 그 공감이 행동으로 옮겨지려면 희생적인 충격 조치가 불가피하다. 

    직무유기, 복지부동, 책임회피, 그래왔으니까 하면서 이뤄지는 불법, 탈법, 유착 등 죄의식 없이 하던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서도 엄벌을 내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세월호 희생자 숫자의 최소한 10배 되는 숫자만큼 처분을 내려야 공무원 조직이 겨우 움찔할 것이다. 

    장관 바뀌었다고 숨 돌리고, 선거있다고 빠지고, 인사철 돼서 보직 바뀌었다고 책임회피하는 은폐의 달인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대한민국을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