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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요소×3차원 질문 = 카이스트 미래예측법

입력 2014-05-12 11:49 | 수정 2014-05-12 15:36

[미래전략] 창의적인 질문 던져야 미래 예측 가능

 

 

 한국형 [3차원 미래예측법]


전세계 70억명의 인구가 지켜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세월호에 갇힌 수백명의 젊은 학생들은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살아오지 못했다.

눈 앞 바닷물 속에 갇힌 것을 뻔히 아는데 어떻게 단 한 사람도 구해내지 못한다는 말인가?

세월호 참사는 수 십 명 또는 수 백 명의 공범자들의 이기심과 불법과 범법행위가 모여 터졌다. 대한민국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위험물을 잔뜩 싣고 달리는 기차와 같은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심각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과연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계속 발전할 것인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너무나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지만,
인간에게는 이것이 양날의 검과 같다. 새로운 기술은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 생활환경을 만들어낸다. 그 새 환경이 어떠한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같은 이유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살기는 편해지면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지만,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기에 불확실성은 점점 더 커진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증대시키므로 사람들은 점점 더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관심이 높아진다.

그래서 최근 수십년 사이에 ‘미래학’이라는 분야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이스트에 미래전략대학원이 설립되면서 미래예측 방법론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회 변화의 주요 요인을 7개로 줄여 파악한 스테퍼(STEPPER) 예측법이다.

스테퍼 예측법과 함께 ‘창의력 개발법’을 응용하면 누구나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3차원 미래예측법’도 나왔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누구든지 미래예측의 어려운 분야에 입문할 수 있다.

스테퍼 미래예측법은 이광형 교수가 임춘택 교수와 함께 제안했다. 이 교수가 기존의 미래예측법이 부실한 것 같으니 새로 만들어 보자고 이 메일을 보냈을 때, 임춘택 교수가 재빠르게 호응해서 탄생했다.

스테퍼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요소 중에서 주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核心動因 driving force)를 찾아, 그 요소를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다른 제안자들은 이 요소를 5개를 골라 STEEP이라고 불렀다. Society, Technology, Environment, Economy, Politics 이다.  



이 교수와 임 교수는 5가지 요소는 너무 적다고 판단해서 7개로 늘리고  STEPPER 라는 이름을 붙였다. Society, Technology, Environment, Population, Politics, Economy, Resource의 약자이다.

만약 안경의 미래를 예측한다고 해 보자. 20년 후의 안경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안경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핵심동인을 찾아야 가능하다.

우선 문헌조사를 벌여야 한다. 안경의 역사와 활용도를 찾아 본다. 우리 사회가 안경에 대해서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것도 탐구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안경에 대해서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도 중요하다. 안경이 패션이나 악세서리가 된 것은 아닌가? 안경에 다이아먼드를 박는 경우도 있을까? 안경의 무게가 영향을 주는가?

이런 요소를 고려해보면 막연한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생각을 가다듬어서 핵심요소를 찾을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이 안경에 대해서 무겁다고 느낀다면, 가볍게 만드는 것을 원할 것이다.
물론 안경의 제조기술도 중요하다. 안경 알의 재질이 플라스틱인지 유리인지, 다른 재질은 없는지, 혹은 안경알은 꼭 저런 크기여야 하는가? 직경 3cm로 줄일 수는 없는가? 자외선과 안경과의 관계는 무엇일까?

만약 자외선 차단이 안경을 선택하는 핵심동인이라면 미래에는 시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자외선 차단을 위한 도구로 쓰일 것이다. 이상과 같이 핵심 동인을 찾을 수 있지만, 빠뜨리지 않고 찾기 위해서는 STEPPER를 이용하면 좋다.

주어진 안경 문제에 STEPPER의 7가지 요소를 체계적으로 대입해 본다.

(1) S: 사회적인 요소에서는 사람들의 안경에 대한 인식을 검토한다.
안경이 기능성 제품인가, 장식품인가, 유행 상품인가 등의 고찰이 필요하다.

(2) T: 기술에서는 안경 제조 기술을 고려한다. 더 가벼운 재료, 더 강도가 높은 재료, 자외선 차단 기술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라식 수술을 받아 안경을 벗어 던지는 사람이 늘면, 이 같은 기술의 진보가 안경의 미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3) E: 환경이 변하고 있다. 오존층이 파괴되어 자외선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에서 안경에 대한 기능과 인식이 어떻게 변할까 생각해 본다.

(4) P: 우리나라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안경 쓰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므로 연구개발의 진보가 느려질 것이다. 안경산업이 정체될 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5) P: 정치, (6) E: 경제, (7) R: 자원의 요소들을 고려해 본다.

이렇게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면 핵심요소가 5개가 될 수도 있고 6개가 나올 수 있다.
안경의 미래를 예측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할 때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지만,
이렇게 STEPPER를 이용하여 핵심동인을 찾아내면 문제가 단순해진다.

여기서 핵심 동인으로 다음 6개를 추가로 생각할 수 있다. 패션, 자외선, 무게, 플라스틱, 금속, 렌즈 등이다..

안경의 미래에 대한 핵심동인이 몇 개로 좁혀진다면, 그 몇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을 보고 시간에 따라서 시뮬레이션을 해서 10년후 20년후 30년후를 상상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막막하던 때 보다 훨씬 더 손에 잡히는 상태가 된다.

이 같은 미래예측법에 이광형 교수의 창의력 개발법을 응용하면,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누구나 이용 가능한 입체적인 미래예측이 가능해진다.

‘창의력 개발법’은 문제의 답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질문하느냐를 다루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창의력을 개발하려면 질문을 잘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질문조차 하기 어렵다.

창의력 개발법은 무슨 주제이든 세가지 요소를 물어보라고 요구한다.
"시간"에 대한 질문, "공간"에 대한 질문, "분야"에 대한 질문이다.
이 같은 원칙을 지켜 세가지 요소에 대해서 질문하면 질문이 성립이 된다.
엉뚱한 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이 왜 중요한가? 질문은 사람으로 하여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준다. 유대인들이 전세계에 1,700만명이 살고 있으니 70억 인구 중에 인구 비중은 0.2% 밖에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이 노벨상은 20%를 받는다. 매년 두 세 명씩은 대체로 유대인이 차지한다.

그렇다면 유대인이 이렇게 많은 노벨상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유대인은 타고난 유전자가 특출하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유대인들이 나라를 잃어버리고 흩어져 살다가 2000년 만에 다시 모여 살고 있다.
유대인의 국가인 이스라엘이 건국할 때 유대인들은 그곳에 살고 있지 않았다.

유대인들이 지금 이스라엘 땅에 살지 않고 2000년동안 흩어져 살았는데, 아무리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한 들 그 유전자가 수천 년 동안 유지되었을까? 그것도 모계사회에서 말이다. 2000년 전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박혁거세가 신라를 건국하고 주몽이 고구려를 만들고 온조가 백제를 세우던 그 시절이다.

경주 박씨 박혁거세의 후손들이 한반도에 살지도 않고 전세계에 흩어져 있었는데 그 혈통이 지금까지 유지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났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대인을 유대인 되게 만드는 요인은 후천적인 교육이라는 설명이 맞는 것 같다. 유대인 교육은 질문하고 토론하는 랍비식 교육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 오면 이렇게 물어본다.

“오늘 뭐 질문했어?”

이에 비해서 대한민국 부모들은 이렇게 자녀들에게 말한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해라. 차 조심하고.”


이 교수는 한 번은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을 만나서 물어봤다.

“요새도 학교에 우등상 있죠. 상장 문안이 어떻게 되어 있나요?”

 ‘품행이 방정하고 타의 모범이 되므로…’ 이런 문구이다. 그런데 품행이 방정한 게 무엇인가?
상장 문안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바꾸려면 질문하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질문하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특히 혼자 스스로 질문할 수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질문할 수 있으니 가장 좋다.

창의력 왼손법칙이란?


혼자 질문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경을 예로 들어보자. 새로운 안경을 찾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안경을 어떻게 하지? 생각이 안 나면 시간 축에서 질문한다.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어떻게 변할까 시간 축을 가지고 이동해본다. 50년 뒤면 사람 시력이 어떻게 될까?

두 번째 질문은 공간 축 위에서 이동이다. 미국 알래스카 주민의 안경은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까? 사우디 사람이 쓰는 안경은 어떤 게 좋을까? 모래바람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안경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쉽게 안경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 번째는 분야에 대하여 스스로 질문해 본다. 안경의 소재를 바꿔서 물어보자. 안경 테를 플라스틱에서 철로 바꾸면, 혹은 다른 금속으로 바꾸면 어떨까? 안경 렌즈를 카메라 렌즈처럼 재료를 바꾸거나, 작게 할 수 없나? 이런 상상에서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 있다.

이 세가지 분야에 대한 질문을 기억하기 좋게 세 손가락에 대입해서 기억하면 편리하다. ‘플레밍 왼손 법칙’ 처럼, ‘창의력 왼손 법칙’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새로운 사물을 만나면 손가락을 벌리고 시간(장지), 공간(검지) 분야(엄지)로 구분해서 질문을 해 본다. 이렇게 하는 것이 3차원으로 세상을 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 교수는 자신이 고안한 창의력 개발법을 “미래 창의력의 주기도문”이라고 별명을 붙였다.

그가 주기도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다소 엉뚱하지만, 배경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교수는 열성적인 신자는 아니지만 교회에 가서 예배를 참석하는 선데이 크리스천이다.
그에 비해서 부인은 교회 사람도 사귀고 구역예배도 참석하는 활동에 참가한다.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이 교수도 구역예배라는 곳에 참석해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둘러 앉아 있던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이런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도하는 차례가 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 기도를 해 본 적이 없는 이 교수는 부담도 되고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기도를 할 때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변하고, 기도에 사용하는 언어와 문장도 평소 말투와는 달랐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치면서, 언젠가 나한테 기도하는 순서가 돌아오면 어쩌나 부담감이 확 밀려왔다. 선데이 크리스천이라고 해도 20년이 넘었는데 기도에 겁을 낸다면 은근히 체면이 상할 것 같기도 했다.

이런 은밀한 두려움은 언젠가부터 슬그머니 사라졌다. 성경책을 보니까 안 표지에 주기도문이 있었다. 그 전에도 여러 번 읽던 기도문이지만, 기도에 부담을 가지고 있던 차에 본 문장이라 그런지 요령이 생겼다.

‘대표기도로 걸리면 요걸 읽으면 되겠구나.’

주기도문은 너무 옳은 이야기만 있고, 어떤 경우 어떤 상황에도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었다.
너무 보편 타당한 진리여서 주기도문 대로 기도하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다. 나중에 구역예배에 나가서 기도 순서에 걸리면 주기도문을 펴놓고 읽으면 되겠구나 싶었다. 어떤 상황에도 적용되는 진리이니까.

이교수가 자신이 고안한 창의력 개발법을 ‘창의력의 주기도문’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3차원 창의력 개발법 책이 인기가 좋아서, 영어로 번역돼서 스프링거(Springer) 출판사에서 책이 나와 6월이면 전세계로 나간다. 이 창의력 개발법에 미래예측법을 결합하면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작품이 나타났다.

창의력 개발법에 STEPPER의 7가지 요소를 각각 대입하면 너무나 쉽고 편리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함을 발견했다. 그냥 나열했던 STEPPER의 7가지 요소를 창의력 개발법의 3차원의 x y z 축에 각각 대입하면 놀라운 매트릭스가 만들어진다. 평면적이던 예측이 너무나 간단한 방법으로 3차원의 공간적인 예측으로 변모했다!

예를 들어서 앞에서 살펴본 안경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본다. 앞에서 STEPPER를 이용하여 핵심동인으로 6개를 골랐다. 즉, {패선, 자외선, 무게, 플라스틱, 금속, 렌즈}이다.

이 핵심동인을 3차원으로 속에서 생각해 본다. 그림과 같이 6개의 핵심동인을 공간과 분야의 축 위에 표시한다. 그러면 그림처럼 3x3 테이블이 만들어진다.  이제 이 테이블 속에 해당되는 데이터를 써 넣는다, 숫자로 된 것도 있고, 언어로 된 것도 가능하다. 결국 핵심동인 사이의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이 같은 테이블 속에서 사람은 자기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미래예측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가 그냥 낱개로 흩어져 있었을 때는 별다른 의미를 나타내지 않았지만, 창의력 개발법의 xyz축에 대입해서 2차원 테이블에서 보니까 새로운 생각이 전개된다.

예를 들어 10년 후를 예측하면서, 테이블을 10년 후로 만들고, 10년 후에 안경테의 무게가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해서 칸을 채우면, 10년 후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보다 매우 구체적으로 적용된다. 서로 다른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2025년에 무게와 렌즈, 금속, 플라스틱 사이의 상호작용을 표시하니, 그림과 같이 테이블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2025년에  자외선과 렌즈, 금속, 플라스틱 사이의 상호작용도 표시할 수 있다.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던 미래예측이 이런 간단한 방법을 동원하면 10분만에 전체적인 구조가 드러난다. 이렇게 간단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고 신난다.

필자는 이 교수를 여러 번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자신이 고안한 ‘3차원 창의력 개발법’과 나이 들어 늦게 배운 ‘미래예측법’을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놀라운 현상을 설명할 때처럼 신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것을 설명할 때 이교수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얼굴에는 미소가 저절로 퍼지면서, 설명하기 위해 칠판에 쓰던 손길은 빨라졌다. 이 방법을 '3차원 예측법'이라 부른다고 한다.

너무나 막연한 미래예측, 많은 시간을 들여서 오랫동안 온갖 정보를 모으고 골머리를 쏟아야 가능할 것 같은 미래예측이라는 괴물을, 순식간에 굴복시키는 신무기는 앞으로 여러 사람들이 애용하는 학문적인 도구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도표를 주의깊에 살펴보면 현재 시각이 2015년으로 표시됐다. 의도적인 것인가 싶어서 물어봤다.

"왜 예제에서 현재 시간을 2015년으로 표시했습니까?"
"저는 현재를 하나 앞서 살기 위해, 현재를 항상 1년 후로 생각하고 삽니다.
내년이 되면 2016년으로 표시할 것입니다."

미래는 과연 무엇인가? 미래라는 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 전개될 미래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굉장히 모호하고 부정확하고 불확실하다. 더욱이 현대사회는 더 빨리 변하고 전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변하면서 여러 가지가 얽혀서 더욱 복잡하다.

현대 사회는 두 가지 요소를 가졌다. 공간적으로 뉴욕에서 일어난 일을 시간적으로 세계 사람들이 즉시 알아본다. 공간을 뛰어 넘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알게 되니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내용들은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두 번째 요소는 시간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순차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데, 순서가 조금만 바뀌어도 결과가 달라진다. 이렇다 보니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더 커져서 미래 예측이 잘 안 된다.

불확실하니까 더 알고 싶어하고, 자연히 미래예측 욕구는 더 커졌다.

그렇다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대답은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이다. 정해지지 않은 수많은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전개되기 때문이다. 시간에 따라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상호작용을 하니까 미래를 내다본다고 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래도 비슷하게 예측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미래학의 기본적인 마음 자세다.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단순화 시켜서 유사하게 예측해 보는 것이다. 미래를 결정하는 수 많은 요소 중에서 가장 영향을 주는 핵심동인(核心動因, driving force)을 찾아서, 이 핵심동인들만 고려하면 단순화 시킬 수 있다. 핵심동인들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면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유사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려면 핵심 동인의 개수는 "다룰 수 있는 정도의 숫자"가 되어야 한다. 수 천 개, 수 만 개 요소 중 핵심 동인을 10개 이내로 한정하면, 다룰 수 있는 범위에 들어간다. 핵심 동인 사이의 상호작용을 시간변화에 따라서 보면, 미래와 유사한 상황을 추정해 낼 수 있다.

미래에 영향을 주는 핵심 동인들의 변화의 범위가 크기 때문에 그 안에서 여러 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 상황변화의 결과가 미래라고 볼 수 있으므로 미래는 여러 개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미래학에서는 하나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발생 가능한 여러 개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광형 교수는 “미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요리하고 비교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이 맛있는 요리를 하려면 크게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요리사의 기술, 경험 등이 종합된 노하우이다. 노하우가 많으면 요리가 좋아진다.
두 번째 조건은 요리재료가 좋아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은 요리기구가 주방에 적절하게 구비되어야 한다.

미래예측도 마찬가지이다. 얼마나 미래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느냐?
첫 번째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가졌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데이터가 중요하다. 얼마나 적절하고 풍부한 데이터가 주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데이터가 부족하든지 또는 오류가 포함되어 있다면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세 번째 요소는 도구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 얼마나 적절한가가 중요하다.

요리를 할 때도 얼마나 좋은 도구를 적절히 쓰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음식 종류에 따라서 사용하는 요리 도구가 다르다. 그리고 어느 한 요리를 만드는데 한가지 도구만 가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프라이팬 하나 가지고 라면도 끓이고 밥도 짓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들려는 음식의 특성에 따라 사용도구가 달라질 뿐 더러, 한 가지 요리를 할 때 이용되는 주방기구가 여럿인 경우도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미래예측에도 예측하려는 대상에 따라서, 이용하는 방법이 매우 달라진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10년후 담배의 미래, 책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 10년 후 북한의 미래 이런 것을 예측한다면 주어진 문제의 특성에 맞는 도구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 도구들은 문제에 따라 다르다.

물론 미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예측하는 사람이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사용하는 데이터가 풍부하고 적절해야 하고 예측하는 사람이 사용하는 방법이 문제에 적절한 것을 골라서 써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들 사이에 적절한 결합을 해서 사용해야 예측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이런 것을 생략하고 무턱대고 “미래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는 것은 아무 조건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과 마찬가지이다.

전문성을 길러야 하고 데이터를 잘 확보해야 하고 방법론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미래예측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동원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려는 사람은 여러 가지 방법론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주방장이 여러 가지 주방기구의 용도를 잘 알고 있어야, 이 도구 저 도구를 골라서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미래예측방법론이 몇 가지나 될 것인가? 대충 추려도 30~40개나 된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 방법들의 특성, 사용방법과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야 나에게 주어진 문제에 맞게 골라서 쓸 수 있다. 혹은 다루려는 문제에 맞게 기존의 방법을 고쳐 쓸 수 있다.
이광형 교수는 자신이 쓰고 있는 책에 20여개의 미래예측법을 소개해 놓았다.

 

 3년 투자하면 새 전공 생긴다

 

여기에서 이광형 교수의 학문적 배경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그는 프랑스 중부도시 리용의 인사(INSA Institut National des Sciences Appliquées de Lyon 국립응용과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사는 우리나라의 카이스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곳으로 학문적으로 치우친 다른 대학과는 달리 응용과학연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광형 교수는 인공지능에 관한 petri nets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가 한국에 왔을 때 퍼지(fuzzy) 연구가 인기를 끌었다. 같은 인공지능 분야였으므로 이교수는 퍼지를 이용한 엘리베이터 연구 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정문술 회장의 기부금으로 2001년에 카이스트에 바이오 정보 관련 학과가 탄생했을 때 이 교수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전공과 연결시킬 수 있었다. 바이오 정보가 바이오 분야를 연구하지만, 동시에 인공지능의 기능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공분야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전공분야가 확장될 때 카이스트 교수의 특권이라고 할까 좋은 학생들의 덕을 봤다. 전공을 확장할 때 걱정도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수한 학생들이 있어서 도움을 받는다.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은 이해심이 많다. 학생들은 교수의 부족함을 함께 배워가는 그런 능력을 가졌다. 월급을 받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2010년 또 다시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 시작한 미래예측분야는 지금까지 이 교수의 전공과는 조금 동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을 하다 보면 기본 철학은 비슷해서 옮겨 놓으면 어느 정도 통하는 것이 있다. 기본 틀은 비슷한 면이 많아서 어느 정도 응용이 가능하다.

바이오 정보 쪽 연구는 이 교수가 없어도 잘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그가 빠져주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 되어 버렸다. 젊은 교수들이 많이 왔기 때문에 한정된 연구비와 자원을 그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만약 1억원의 연구비가 생겼다면 그것을 원로교수가 차지하는 것 보다는 젊은 교수들에게 나눠주면 큰 힘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카이스트 안에서 미래전략 분야 연구를 담당할 교수가 나오지 않자 이 교수는 하는 수 없이 또 떠맡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교수는 아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서 개척하는 도전으로 뛰어들었다. 각종 서적을 읽고 워크숍에 학술대회를 쫓아다닌다. 처음 그가 대학교와 석사과정에서 공부한 산업공학이 도움을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처럼 전공을 확장하고 바꾸어 가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이런 질문에 이 교수는 되 묻는다.

“어느 특정 전공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그 분야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 몇 년 공부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길어야 3~4년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3년 공부하면 얼마든지 전공을 바꿀 수 있습니다.”

결국 시도하지 않으니,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더욱이 카이스트 교수는 우수학생과 함께 있다는 특권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쉽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교수들이 가진 특권이 뭐냐 하면, 교수가 생각한 것을 교실에 가서 설명하면 학생들이 피드백을 준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시 이론을 정립하면서 자신감도 갖게 된다. 미래전략대학원이 제안한 스테퍼 예측법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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