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이종인 신격화’…피해자가족에 큰 상처 남겨
  • 기자가 세월호 참사 취재를 위해 진도로 내려간 지난달 21일은 사고가 발생한지 6일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많은 언론이 해경의 늦은 초기대응과 더딘 구조를 비판했다.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관군 잠수사들이 무능해서, 혹은 이들이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해서 구조가 지체된다는 식의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사고 상황을 취재하는 언론의 시각은 철저하게 당위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구조를 멈춰선 안 된다는, 잠시의 쉴 틈도 없이 24시간 연속으로 물쏙에 뛰어들어 구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여론을 압도하고 있었다.

    간간히 사고지점의 거센 물살과, 탁한 시계(視界)로 인한 어려움을 설명하는 기사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이런 우려섞인 견해는 설 틈이 없었다. 

    그러나 사고가 난 지점의 잠수상황은 이보다 더 않 좋을 수 없을 만큼 최악이었다. 사고 지점의 물살은 "가이드라인을 잡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 20m는 족히 떠내려갈 만큼” 거셌고, 바닷 속 시계는 20cm에 불과했다. 전문 베테랑 잠수사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알면서도 구조작업의 속도가 거북이처럼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18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 9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2000년에 제작한 다이빙벨은 최고 수심 70~100m에서 20시간 연속 작업을 할 수 있는 장비로 조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세월호 구조에 적합하다.


    인터뷰가 나간 뒤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순식간에 이종인 대표는 구세주로 떠올랐다. 그가 소개한 다이빙벨은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구원의 상징이 됐다.

    이종인과 다이빙벨에 다른 대부분의 잠수전문가들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언론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나 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에 투입된 전문 잠수사들의 견해는 정반대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예찬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비상식적"이란 비판도 터져나왔다.

    특히 민관군 잠수사들은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20시간 연속해 잠수할 수 있다는 이종인 대표의 주장을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20시간에 비례하는 장시간의 감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이빙벨을 유속이 빠른 사고해역에서 쓴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란 견해도 많았다.

    수심이 깊은 곳에 잠수하게 되면 높은 기압으로 인해 호흡 과정에서 몸 안의 질소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있게 된다.

    이렇게 남은 질소는 몸안의 관절 부위 등에 쌓여 관절을 마비시키고 잠수사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오로지 혼자서 물속을 헤쳐 나가야 하는 잠수사가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목숨이 위험해 지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잠수사들은 입수 후 물 밖으로 나올 때 반드시 ‘감압’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잠수사들은 일정한 감압시간을 거쳐 물 밖으로 나온다. 수심이 10m 늘어날수록 기압은 상승한다. 보통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지상에서의 기압은 1기압이므로 10m의 수심에서는 2기압이 된다.

    2기압에서는 질소의 흡수도 2배가 빠르다. 수심 20m라면 질소의 흡수는 물밖에서보다 3배가 빠르다.

    감압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잠수시간이 길고 수심이 깊어질수록 감압시간 또한 늘어나게 된다. 잠수시간과 수심에 따른 감압시간을 정해 놓은 것이 바로 감압표다.

    이 감압표에 따라 잠수사들은 공기방울이 올라가는 속도와 비슷한 1분에 9m정도로 상승하며, 중간수심에서 적정 시간동안 감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종인 대표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시간을 한사람이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
    3명이 한조가 돼 한사람은 수면 위에서 공기호스를 컨트롤하고 나머지 2명은 잠수해서 구조작업을 하게 된다.

    30m에서 약 50분간 잠수하고 다이빙벨 안에서 12m, 10m, 6m에서 감압을 하면서 올라온다.

    6m에서는 100% 산소를 사용해 감압 시간을 줄인다.
    이렇게 감압에 걸리는 시간은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감압이 끝난 뒤 수면위로 올라와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조와 교대하는 방식이다.


    기자는 이 대표의 설명을 듣고 의문이 생겼다.

    30m에서 50분을 작업하고 어떻게 감압시간이 10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인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같은 조건에서, 감압표를 기준으로 하면 적어도 72분을 감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의문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공기가 아닌 ‘나이트록스’라는 특수한 기체를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나이트록스(Nitrox)는 Nitrogen(질소)과 Oxygen(산소)의 합성어로 일반적인 공기와 달리 산소의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질소를 낮춘 기체다.

    대기중의 공기는 약 21%의 산소와 79%의 질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나이트록스는 산소 함량을 비약적으로 높인 기체다.

    이 기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대표는 산소가 32%인 나이트록스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 나이트록스는 산업잠수에서는 쓰지 않는 기체로 밝혀졌다.
    민간잠수사는 물론 해경의 잠수전문가도 [산업잠수]에서 나이트록스는 쓰이지 않는 기체라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구조와 같은 고도위 위험성이 따르는 [산업잠수]에서는 잠수사의 안전을 위해 나이트록스와 같은 검증되지 않은 기체를 사용하는 것은 금기라는 것이다.
    결국 이종인 대표는, [레저잠수]에서나 쓰는 기체를 [산업잠수]에 적용한 것이다.

    나이트록스라는 기체는 쓰지 않는다.
    구조현장에서 사용하기엔 부적절하다.
    이종인 대표의 방식은 검증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것.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이나 다름이 없다
    .


    이종인 대표의 바지선에는 별도의 감압장치가 없어 모든 감압과정이 다이빙벨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 대표의 [검증되지 않은] 다이빙벨 방식의 감압이 잠수사에게 어떤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현장에 있던 민간잠수사들도 이종인 대표의 주장에 고개를 돌렸다.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에 자원한 민간잠수사가 3명에 불과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많은 논란과 헤프닝 속에서 이종인 대표는 결국 지난 1일 다이빙벨의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이 대표는 “(다이빙벨을)사용한 결과 가족수색을 못했다. 다이빙벨은 실패다”라며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기대를 저버린 것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이 기회가 입증 받을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순수한 봉사의 마음보다는 회사의 이윤과 연결되는 사업적 판단도 상당부분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무모했고, 논리적 근거도 약했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종인 대표의 [용기]는 [만용]에 불과했음이 드러났고, 이런 결과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실 실패는 예견돼 있었다.

    이 대표는 시청률과 조회수에 눈이 먼 일부 언론에 의해 [신격화]됐고, 정부의 무능을 공격하기 위한 아이콘이 됐다.

    다이빙벨은 모든 불가능을 타개해줄 것만 같은 만능머신으로 둔갑했다.
    모두 언론이 한 일이었다.

    이종인과 다이빙벨 파문은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대참사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며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도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이종인]과 [다이빙벨]은 선정적이며, 무책임한 언론이 만들어 낸 [리바이어던]이다.

    감정에 치우쳐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다면, [리바이어던]은 언제든 또 다른 모습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