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방 휘저으며 내구성과 안전성 과시 열도 물도 자기장도 두렵지 않다
  •   화면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조그만 SD 메모리 카드가 귀여운 로봇으로 변신하며 시작된다. 로봇은 등에 로켓 분사장치를 이용해 냅다 탁상용 전등 위로 달려가더니 뜨거운 전등갓 꼭대기에서 어항 안으로 뛰어내린다. 등에는 어느 새 로켓 분사장치 대신 산소탱크가 장착됐다. 녀석은 열대어 흰동가리를 타고 물속을 유람하더니 이내 물 밖으로 튀어나와 말굽자석들이 어지럽게 놓인 자기장 안에서 내달리고 X-레이 장 안을 휘젓더니 바닥에 툭 떨어져 다시 평범한 메모리 카드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많이 사용되는 SD 카드는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방식의 불휘발성 플래시 메모리이다. 이런 장치는 나노 단위의 얇은 막으로 된 플로팅 게이트와 컨트롤 게이트 사이에 전하를 담는 방식으로 전하를 저장한다. 처음 개발됐을 때만 해도 게이트 하나에 데이터 1비트 밖에 저장하지 못했다. 
      1바이트는 8비트로 구성되며 1기가는 109을 의미한다. 만일 1비트 이상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그 조그마한 SD 메모리 카드 하나에 무려 192,000,000,000개의 플로팅 게이트가 있었어야 한다. 
      더욱이 전하는 자기장 안에서 힘을 받아 운동을 하려는 성질이 있다. 열이나 압력에 견디는 건 물론, 자기장이나 X-레이의 영향을 받고도 플로팅 게이트 밖으로 전하가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는 건 사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일찍이 2011년 삼성전자는 자사 메모리 카드를 다양한 방법으로 고문(?)한 후 그 결과를 인터넷에 발표했다. 상공 37km에서 떨어뜨린 메모리 카드가 비에 젖고 땅에 떨어지고 이리저리 치인 후에도 데이터를 손상시키지 않았음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 강력한 자기장을 통과시키고, 때리고, 던지고, 열을 가하는 가혹한 시험까지 거치게 했다. 이번에 제일기획에서 만든 이 광고는 바로 그런 내구성과 안정성을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흔히 ‘로봇’이라는 말에서 사람들은 터미네이터나 로보캅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그 크기를 감안할 때 삼성 SD 메모리 카드는 터미네이터 1에 등장했던 아놀드 슈월제네거보다 물리적 충격에 강하고, 터미네이터 2의 액체금속 로봇보다 열에 강하며, 터미네이터 3의 여성형 로봇보다 자기장에 강한 셈이다. 
      언뜻 로봇의 비유가 식상하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는지 모르지만, 온갖 다양한 충격에도 끄떡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디지털 기기’라는 점에서 로봇만큼 적절한 비유는 또 없을 것 같다. 유려한 그래픽과 연출이 아이디어를 돋보이게 한 건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