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중앙대책본부, 실종자 가족보다 '더 당황'..구조인원 등 엉터리 정보 제공현장과 심각한 불통(不通).."선내 진입 성공" 잠시 뒤 "실패했습니다" 정정 발표
  • ▲ 지휘본부를 상대로 격렬한 항의를 하는 실종자 가족들.  ⓒ 정상윤 기자
    ▲ 지휘본부를 상대로 격렬한 항의를 하는 실종자 가족들. ⓒ 정상윤 기자


    우리도 뉴스 속보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공기 주입 성공 외에는 아는 게 없습니다.


    사상 최악의 재난. 수백명의 학생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바다 한 가운데에 침몰했다. 수십명이 사망했고 2백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발 직후 원활한 구조와 피해 수습을 위해 재난 대응 사령탑이 마련됐다. 이름하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중대본'은 사고 발생 시각부터 현재까지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17일 범정부적 차원의 '세월호 사고대책본부'가 상위 기구로 구성됐지만 '중대본'은 해양경찰청과 함께 구조·수색 작업을 총괄하는 핵심 축이다.

    그런데 재난 관리를 총괄하고 조정해야 하는 '중대본'이 나흘째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국민의 불안감만 키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18일 오전 중대본은 잠수요원들이 선체 진입에 성공해 식당까지 통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넘어 해경은 "식당 진입은 사실이 아니"라며 "현재 공기 주입 작업만 하고 있다"고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중대본은 오후 3시 30분 "선내 진입 성공을 실패로 정정한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통로를 확보했다는 해경의 발표를 사람이 들어간 것이라고 이해해 진입 성공이라고 확인했으나, 실제로는 파이프 등 도구를 이용해 배를 뚫고 통로가 확보된 것이었다"는 해명.


  • ▲ 진도체육관에 적혀있는 세월호 수색진행사항.  ⓒ 정상윤 기자
    ▲ 진도체육관에 적혀있는 세월호 수색진행사항. ⓒ 정상윤 기자



    구조 인원,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반복
    사망자 이름이 뒤바뀌는 해프닝도.."우리 딸 안 죽었어!"

    중대본의 어이없는 '실수 퍼레이드'는 사고 첫날부터 시작됐다. 사고발생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10시경 중대본은 총 471명의 승객이 세월호에 탑승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오후 2시에는 477명, 4시 30분에는 459명, 오후 8시에는 462명으로 탑승인원을 정정했다. 다음날인 17일 오전 9시 본부는 승선인원을 475명으로 변경했다. 18일 저녁에는 476명으로 다시 변경했다.

    구조인원발표에서도 16일 오후 2시경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가 오후 11시에는 175명으로 변경했다. 다음날인 17일 새벽에는 179명, 이틀 후인 18일에는 174명으로 최종 변경했다. 애초 발표했던 368명과는 194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중대본의 착오로 빚어진 '엉터리 집계'는 실종된 이들의 귀환을 애타게 바라던 가족들에겐 가슴을 후벼파는 '비수'나 마찬가지였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휴대폰 번호를 건넨 문OO씨의 딸도 원래는 구조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딸이 구조자 명단에 있는 것을 확인한 문씨는 딸 아이를 찾기 위해 진도의 하수구까지 뒤지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대본이 재확인한 결과 문씨의 딸 문OO 양은 구조자가 아닌 실종자로 명단에 올랐다.

    사망자의 이름이 뒤바뀌는 해프닝도 있었다. 중대본은 18일 새벽 "김민지양의 시신을 발견했다"면서 안산 한도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정작 병원에 도착한 시신은 다른 인물이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김양의 부모가 직접 병원에 와서 확인하지 않았다면 엉뚱한 인물이 사망자로 장례를 치를 뻔했다. 당초 '박영인'으로 알려졌던 사망자도 '이다운'으로 이름이 정정 발표됐다. 이외에도 '박성빈'으로 알려졌던 사망자는 확인 결과 신원을 알 수 없는 '미상'으로 재분류됐다.

  • ▲ 실종자가족들과 대면한 정홍원 총리.  ⓒ 정상윤 기자
    ▲ 실종자가족들과 대면한 정홍원 총리. ⓒ 정상윤 기자



    사공만 늘어난 사고대책본부.."대책 없네"
    지휘체계, '중대본' '해경'으로 쪼개져..컨트롤 타워 흔들

    정부는 사고 발생 첫날, 구조 인원 발표에서 수차례 혼선을 빚자 이튿날 범정부적 차원의 '세월호 사고대책본부'를 구성, 정보의 수집과 전달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은 '세월호 사고대책본부'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부본부장을 맡고, 교육부·보건복지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소방방재청장·해군참모총장·전남지사는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개편 후에도 사고대책본부의 지휘는 '중대본'과 해경이 나눠 맡았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중대본부장으로서 여전히 사고 수습과 수색을 총괄·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관계 부처간 '정보 공유'는 여전히 더뎠다. 사공이 늘어난 탓인지 구조와 수색을 관장하는 대책본부가 부처별로 쪼개지는 모습마저 보였다.

    중대본 내부에서도 "많은 기관이 구조 과정에 참여하다보니 정보가 혼선되는 착오가 빚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관군이 합동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복으로 '이송 현황' 보고를 하는 바람에 구조자 숫자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촌극이 발생했다. 

    지휘체계도 나눠지고, 유관 기관이 죄다 대책본부에 모여들다보니 "애당초 일사분란한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18일 오후까지 중대본과 해경은 서로의 정보를 취합해 발표하기보다 각자가 조사한대로 브리핑을 진행하는 방식을 취했다. '선내 진입' 여부를 놓고 해경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다 망신을 당한 중대본은 그제서야 (구조 관련)브리핑 창구를 해경으로 일원화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뒤였다.

    중대본의 '본헤드(bone head) 플레이'는 사고 초기부터 감지됐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지 50여분 만에 꾸려진 중대본은 당초 해양수산부에 설치됐다가 안전행정부로 넘어왔고 안행부 주도의 중대본이 실수를 남발하자 다시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가동됐다. 컨트롤 타워가 흔들리면서 구조 작업과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크고 작은 실수가 빚어졌다.

  • ▲ 지휘본부 측에 항의를 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  ⓒ 정상윤 기자
    ▲ 지휘본부 측에 항의를 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 ⓒ 정상윤 기자



    재난 수습 경험 적은 안행부 공무원들
    실종자 가족보다 '더 당황'..우왕좌왕 '실수 퍼레이드'

    뒤늦게 사고대책본부가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설치되긴 했지만, 사고 직후 서울에 있는 중대본에서 상황을 통제하면서 현장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애당초 지역 기관들이 초동 조치를 이끌었다면 구조 작업이 더욱 신속하게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

    지리적인 여건을 떠나 '중대본 구성 자체'가 재난 수습 상황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대본 조직을 이루는 인원 상당수는 안행부 공무원들이다. 원래 중대본은 사건·사고 수습에 능한 소방방재청이 맡아왔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바뀌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때마침 개정된 재난기본법에 따라 중대본은 소방방재청에서 안행부로 넘어왔다. 실종자 가족보다 '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중대본의 실수 퍼레이드는 어쩌면 예고된 인재(人災)였는지도 모른다.

    중대본이 현장과 심각한 불통(不通) 상태였다는 것은 18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체육관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이날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가 해경의 지적에 "실패했다"고 입장을 번복한 중대본. 답답한 나머지 '도대체 수중 수색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느냐'는 실종자 가족의 질문에 중대본 관계자는 "공기 주입 성공 외에는 아는 게 없다. 우리도 뉴스 속보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무식한 답변을 내놨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총괄 지휘부인 중대본에서 어떻게 "우리도 모른다"는 말을 실종자 가족에게 꺼낼 수 있을까? 피해자들에게 '원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닌 자들이 거꾸로 "자신들도 TV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스스로 '무능·무지·무책임하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 된다.

    중대본의 무능함은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관을 다녀간 뒤에도 계속됐다. 17일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우리도 구조 현황을 바로바로 알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즉각 이 분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해드리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대통령은 '못 미덥다'는 실종자 가족의 말에 "분명히 명령을 했고 약속을 했다. 만일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여기 이 사람들 전부 옷을 벗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후 체육관 중앙 무대에는 구조대의 활동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스크린이 설치됐고,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현재 수색 상황 정보가 문자 서비스로 제공됐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도통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가족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중대본은 팽목항 서편에 임시 시신 안치소를 설치했다.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가족 측의 원성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갔다. 급기야 18일에는 피해자 가족 일부가 중앙 무대 위로 올라와 중대본과 해경 관계자에게 의자를 던지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장면은 당시 체육관 현황을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YTN 카메라에 잡혀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 ▲ 아수라장이 된 진도실내체육관 무대.  ⓒ YTN 방송 캡처
    ▲ 아수라장이 된 진도실내체육관 무대. ⓒ YTN 방송 캡처

    [사진 = 뉴데일리 DB / YTN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