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성 휴대폰 협력사 수백억대 횡령 사건..주범 등 4명 구속
  • ▲ 검찰이 삼성 휴대폰 1차 협력업체를 사실상 무일푼으로 인수해 수백억원을 횡령한 기업사냥꾼 등 공모자 4명을 구속기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 검찰이 삼성 휴대폰 1차 협력업체를 사실상 무일푼으로 인수해 수백억원을 횡령한 기업사냥꾼 등 공모자 4명을 구속기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 해 매출 2,000억원에 당기순이익만 100억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1차 협력업체를 사실상 무일푼으로 인수한 뒤, 회사자금을 빼돌린 기업사냥꾼과 공범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이들은 서로 공모해 인수 대상 기업의 돈을 미리 빼돌려 해당 기업을 인수하고, 다시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해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동종업계 1, 2위를 다투 는 우량 기업들을 불과 2년만에 빈털터리로 만들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병기)는 우량기업만을 골라 무자본으로 회사를 인사한 뒤,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세종디앤아이 회장 최모(51)씨를 구속하고, 이미 구속된 디지텍시스템스 전 부사장 남모(40)씨를 같은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이번 사건을 공모한 디지텍시스템스 전 대표 정모(47)씨와 G사 대표이사 유모(43)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로, 국내 휴대폰 터치스크린 분야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던 코스닥 상장기업 디지텍시스템스 인수를 마음먹고 범행을 계획했다.

    최씨는 인수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부족한 자금은 인수대상 기업인 디지텍시스템스의 회삿돈을 먼저 빼내 충당하는 묘수를 뒀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당시 회사 재경팀장이던 남씨(구속), 대표 정씨(구속) 등과 짜고, 회삿돈 170억원을 횡령해 2012년 2월 디지텍시스템스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최씨는 인수 뒤 정씨 및 남씨 등과 공모해 수십차례에 걸쳐 회삿돈을 빼돌렸다.

    이들은 이를 위해 협력업체로부터 인력을 공급받는 것처럼 거래를 가장하는가 하면,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차입금 형태로 회삿돈을 횡령했다.

    최씨는 이후 회삿돈을 이용해 또 다른 삼성전자 휴대폰 1차 협력업체인 엔피텍을 차명 인수하면서 110억원을 추가로 빼돌렸다.

    이어 최씨는 엔피텍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85억5,900만원을 횡령해 다른 금융권 채무를 갚는데 썼다.

    이 밖에도 최씨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모두 56차례에 걸쳐 엔피텍이 운영자금에 쓰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회삿돈 39억3,000만원을 빼돌려 개인채무 등을 갚는데 이용했다.

    최씨가 두 회사로부터 빼돌린 횡령액은 모두 536억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최씨와 공모한 남모씨의 횡령금액은 이보다 많은 5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무일푼]으로 삼성의 1차 우량 협력업체 두 곳을 인수한 뒤, 기업들을 도산 직전으로 내 몬 최씨는 동종 사건으로 3차례 기소된 전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사기행각으로 부도위기에 놓인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매출액 2,369억원, 당기순이익 103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국책은행으로부터 [상반기 히든챔피언 기업]에 선정될 만큼 탄탄했던 코스닥 등록기업이었다.

    그러나 극심한 자금난과 금융기관 대출금 연체 등으로 지난 2월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으며,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엔피텍 역시 국내 휴대폰 배터리 제조 부분 1, 2위를 다투던 우량기업이었지만 지난해 말 1차 부도를 내고, 현재는 공장가동이 멈춘 상태다.

    주모자들이 구속기소됐지만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이미 고발장이 접수된 디지텍시스템스 분식회계 사건과 삼성전자 매출채권 위조의혹과 관련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디지텍스시템스 전 경영진과 관련된 추가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날 검찰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건설업자 장모씨가 대한예수교장로회측으로부터 100억원에 이르는 대출을 받으면서, 디지텍시스템스가 보증을 선 사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추가 의혹을 정리하자면, 디지텍시스템스의 주식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장모씨에 대한 예장측의 대출에 회사가 보증을 서도록 한 사람이 구속된 남모 전 부사장이며, 장모씨가 받은 대출금의 일부가 회사의 전 대주주와 긴밀한 관계게 있던 박모씨를 거쳐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와 남씨 등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공범들에 대한 추가기소를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