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화유 시사영어회화] 연재(16)

    김연아 키즈”라니,
    결혼도 안했는데 무슨 아이? 
  • 조화유 /영어교재저술가

      한국의 어느 스포츠 신문을 보다가
    “김연아 키즈”라고 붙여놓은 기사 제목을 보고 놀랐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김연아에게 무슨 아이?
    라고 생각하며 기사를 읽어보니 엉뚱한 얘기였다.
    김연아 같은 휘겨 스케이팅 스타가 되려고 노력하는
    신인들을 가리키는 모양인데,
    외국인들이 들으면 김연아가 낳은 자녀들로 오해할 것이다.

    Kim Yuna wannabes(김연아  워나비즈)라고 해야
    김연아처럼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란 뜻으로 영어 원어민들이 알아듣는다.
    wannabe는 want to be를 한데 붙이고 “워나비”라고 발음하는데,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presidential wannabes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미국인도 모르는 엉터리 영어 “스펙”과 “스킨십” 

       미국에 사는 필자가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스펙’과 ‘스킨십’ 같은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이런 말들이 한국에서 무슨 뜻으로 통하는지 대충 알고 있지만,
    그게 무슨 뜻이냐고 일부러 물어보면 그들은
     영어 좀 한다는 당신이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짓는다. 

       한국 어느 일간신문에서 “돈으로 스펙 사는 부끄러운 세상”이란 제목의
    사설이 실려 있기에 읽어보니 스펙은 사회봉사활동 같은 것을 가리키는 용어 같았다.
    또 다른 신문이나 잡지들을 보면 스펙이 학력, 토익 점수 같은 외국어능력증서, 각종 자격증,
     해외연수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지칭하는 것 같기도 했다. 

    ‘스펙’이 분명 우리말은 아니므로 spec이거나 speck일 것이다.
    spec은 영어 speculation(스펙큘레이션)을 줄인 것으로
     ‘투기’ 또는 ‘억측’ 또는 ‘막연한 기대’란 뜻일 뿐이다.
    예컨대 I bought this house on spec.이라 하면 “나는 이 집을 투기목적으로 샀다”는 뜻이 된다. speck은 아주 작은 점이나 작은 얼룩 같은 것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spec이나 speck은 한국에서 쓰는‘스펙’은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서 쓰는‘스펙’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specs(스펙스)에서 s를 잘라내고 쓴 것일까?
    그러나 specs는 specifications(기계의 제원 또는 상세 건축설계도)를 줄인 것으로
    한국의‘스펙’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어떤 신문 기자는 ‘월드 스펙’이란 말을 만들어 쓰고는
    “월드 스펙: 해당분야의 실력뿐만 아니라 영어, 매너, 패션 감각 등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모든 요소를 다 갖춘 사람”이라는 주석까지 친절하게 달아놓은 걸 보고 웃은 일이 있다. 

    ‘스킨십’도 마찬가지다.
    한국서는 그것을 악수, 포옹, 키스 같은 신체적 접촉이란 뜻으로 쓰는 모양이지만
    영어에는 skinship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박대통령이 야당 당수 시절 한국 어느 신문은 박근혜가 모처럼 밖에 나와
    일반 시민들과 ‘스킨십’을 했다고 제목을 달았다.
    기사를 읽어보니 그분이 시민들과 악수를 했다는 얘기였다.
    스킨십이란 발음 자체가 느끼한데도 한국서는 남녀 가리지 않고 마구 써댄다. 

      또 어느 한국 기자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김연아 세리머니를 하려다 말았다”고 쓴 것을 보았다. 김연아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축구대표팀이 어떤 행동을 취한다는 뜻인듯 한데,
     ceremony는 어떤 예식이나 기념식 같은 것을 주로 뜻할 뿐이다.
    축구선수가 골을 넣고 좋다고 장난스런 행동을 잠깐 하는 것을 celebration(축하, 자축)이라 하는 것은 들어보았지만 ceremony라고 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리베이트”는 이제 “뒷돈”으로 바뀌고 있어 다행 

     리베이트(rebate)는 필자가 10여년 동안 잔소리(?)한 보람이 있어 한국 언론도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 것 같다.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리베이트(합법적이고 좋은 환불) 대신 우리말 “뒷돈”을 쓰기 시작했고 다른 언론 매체도 따라가는 추세다. 언론이 리베이트를 잘못 쓰니까 법무부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 같은 명칭을 썼다. 합법적이고 좋은 환불 리베이트를 수사하다니, 영어하는 외국인들이 보면 얼마나 우습겠는가. 더욱 웃기는 것은 국립국어원이 만들었다는 국어대사전도 ‘리베이트’를 “뇌물성 환불”로 정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샷과 블랙 컨슈머도 원어민과 다른 뜻으로 한국서 쓰고 있다.
     “원샷”은 영어로 one shot일 것인데, 미국에서는 위스키 같은 비교적 독한 술 “한 잔”이란 뜻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서는 이것이 “단숨에 술을 들이키는 것”을 뜻한다.
    그런 뜻의 영어는 chug(처어그) 또는 chug-a-lug(처어갈 럭)이다. 

      블랙컨슈머는 미국영어 black consumer(블랙 컨쑤우머)일 것인데,
    한국에서는 “악덕소비자” 란 뜻으로 쓰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흑인소비자”를 가리킬 뿐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이름도 그 뜻이 분병하지 않거나 웃기는 게 많다.
    대표적인 것이 SBS의 “스타킹”이다.
    나는 처음 이 타이틀을 보았을 때 여성 용품 소개하는 쑈인 줄 알았다.
    영어로는 stocking(여성양말)이 아니라 Star King인 모양인데, 이게 무슨 뜻인가?
    스타 중에서도 으뜸가는 스타라는 뜻이라면 top star 또는 superstar라고 해야지
    star king은 아니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스타 같은 인기가 있는 왕”이란 뜻은 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 술 먹고 빚 갚을 걱정하는 것? 

      한국 언론 매체들은 또 영어를 부정확하게 번역해서 쓰기도 한다.
    그 한 예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나는 이게 “외상 술 퍼먹고 나서 빚 갚을 걱정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라는 뜻의 농담인 줄 알았더니 post trauma stress disorder (PTSD)를 그렇게 번역한 것이었다. 

      문제는 trauma(트로오마)를 외상(外傷)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trauma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것,
    다른 하나는 심한 신체적 부상이다.
    그런데 PTSD의 trauma는 큰 정신적 충격만을 가리킬 때도 있고,
    큰 부상과 그로 인한 심한 정신적 충격까지 합친 뜻으로 쓰일 때도 있다. 

        대부분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한국 신문, 방송, 인터넷에 이렇게 영어가 범람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한국 언론인들은 영어에 능통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서 기자회견을 할 때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 좀 해달라고 애타게
    권고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중국 기자가 대신 질문한 치욕적인 장면이 YouTube에 떠돌고 있다.(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FPDB9xQS7S0) 

     그런 영어실력을 가지고 정확하지도 않은 영어를 마구 신문, 방송, 인터넷에서 써대고 있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가급적 우리말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말만 쓴다고 무식하다는 소리 듣지 않는다.
    그러나 엉터리 영어를 쓰면 무식하다는 소리 듣는다. 

    워싱턴에서 
    조화유  johbook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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