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1년 정총리 '무난' 평가…책임총리는 논란>
    하루 1.5회꼴 행사…각료 제청·해임건의권 행사
    朴대통령 영향력 절대적…상대적으로 활동공간 적어



    정홍원 국무총리가 오는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목된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낙마로 갑작스럽게 중책을 맡은 정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한차례 연기된 끝에 새 정부 출범 다음날인 지난해 2월26일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정 총리에 대해서는 취임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지연과 북핵 위기 등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를 맡은 뒤 1년간 행정부를 지휘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임무를 대과없이 치러냈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다만 정부 각료들의 잇단 실언 파문 등에도 불구하고 정 총리가 해임건의권의 적절한 행사 등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국정전반에 걸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보니 정 총리의 활동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결국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를 구현하는데 일정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쉴 틈없는 '정책총리'…민생행보도 활발 = 총리실에 따르면 정 총리는 취임 이후 작년 말까지 309일 동안 총 475건의 행사에 참석했다.

    하루에 1.5회꼴로 각종 회의나 오·만찬 간담회, 내·외부 행사가 이어진 것으로 숨쉴 틈없는 1년을 보낸 셈이다. 토요일에 이뤄진 현장 방문이나 행사 참석, 접견 등의 횟수만 55차례에 달한다.

    바쁘게 1년을 보내면서 정 총리는 국정 현안을 책임지는 '정책총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게 총리실의 자체 평가다. 국무회의, 관계장관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주말 정책현안점검회의 등을 통해 주요 현안과 이슈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정책제안을 도출해 냈다는 것이다.

    북한 '장성택 처형' 사태가 발생하자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모든 부처 공무원의 기강 확립을 지시했고, 지난 설 연휴 여수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장관에게 철저한 방재를 주문한 것 등이 그런 사례라고 총리실은 밝혔다.

    수출 현장이나 기업체 등을 찾아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는지를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 외에 전통시장과 노숙인 보호시설, 노인복지시설, 장애아동 생활시설, 이산가족 가정, 소년소녀 가장 가정, 독거노인, 별세한 위안부 할머니 빈소, 극빈가정, 다문화가정 등을 방문하는 민생행보도 정 총리의 주요 업무였다.

    취임 다음날인 2월2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는 등 기부 문화 확산에도 힘을 쏟았다.

    외교 활동도 활발했다. 취임 후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까지 5차례 해외순방에 나섰고, 방한한 외빈 접견 및 면담도 28차례 진행돼 내치(內治) 중심이던 총리의 역할과 지평을 외교까지 확대했다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장관 제청·해임건의권 행사…일각선 '책임총리' 미흡 지적도 = 정 총리는 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후 박근혜 정부 조각 과정에서 각료 제청권을 모두 행사했다.

    취임 이후 장관의 중도 사퇴로 인한 '원포인트 국무위원' 인사 때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할 때 정 총리의 해임건의도 한번 이뤄져 헌법상 권한인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모두 행사했다.

    정 총리는 내각 통할권자로서 행정부를 대표해 2차례의 대국민담화도 발표했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지난해 10월28일 첫 번째 담화에서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라며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던 12월18일 두 번째 담화에서는 '불법 파업'의 즉각 중단과 업무복귀를 촉구했다.

    이러한 행보로 인해 헌법상 총리에게 주어진 권한을 충실히 발휘하면서 그간 일각의 '의전·대독 총리'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정 총리의 이러한 권한 행사가 단순히 행정적 절차에 그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각을 통할하면서 국정운영에 있어 한 축을 담당하는 '실질적 책임총리'의 모습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를 한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오전에는 윤 전 장관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다 오후들어 해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을 두고서도 정 총리의 해임건의권 행사가 사실상 청와대와의 조율 끝에 나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정 총리가 과감히 해임건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여론도 드높았지만 정 총리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청와대와 잘 협조해서 큰 권력 내부의 분란 없이 내각을 끌어가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국정운영의 주요한 축으로서 총리의 역할이라든지, 정부 부처 장관들이 자율적이면서도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풍토나 기반을 만들었다고 보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