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그 전 美대사 방북…美 "정부대표 아니다"
    방북단에 前국무부 북한담당관도…"가교 역할할 것"
    한·미 "정부와 교감하는 '모종의 역할'은 없다"


    (서울·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10일 오후 비정부기구(NGO)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했다고 APTN이 평양발로 보도했다.

    한·미 양국은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역할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자신이 대표를 맡은 미국 비정부기구 '태평양세기연구소'(Pacific Century Institute) 대표단 4명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다.

    그레그 전 대사의 평양 방문은 8년 만이다.
    그레그 전 대사는 "평양에 다시 방문해 매우 기쁘다"면서 "우리는 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87세인 그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한국에서 대사로 일했다. 또 1973년부터 1976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 책임자를 지냈을 정도로 한국통이다.

    방북단의 일원인 린 터크 전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태평양세기연구소의 이번 방북은 북한 외무성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면서 미국과 북한 간 "가교 역할"(build bridges)을 방북 목적으로 밝혔다.

    터크 전 북한담당관은 1990년대 평양에서 양국 간 회담 개최에 관여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레그 전 대사와 터크 전 북한담당관은 북한에 15개월 넘게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석방 문제를 북한 측과 협의할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그레그 전 대사는 전직 관료로 미국 정부도 별로 접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모종의 역할을 위해 방북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미국 국무부도 이들이 정부 요청으로 방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무부 당국자는 그레그 전 대사 일행의 북한 방문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이메일 질의에 "이번 사적(私的)인 방문단은 미국 정부를 대표해 북한에 간 게 아니다"라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그러면서 "추가 질의는 방문단에 직접 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그레그 전 대사 방북 직후 "미국태평양세기연구소 회장 도널드 그레그와 일행이 10일 평양에 도착했다"라고 비교적 신속하게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