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인혁당-울릉도간첩단 재심, 고법 무죄 선고에 잇따라 상고과거 2차 인혁당 재심서 “재판부 존중 상고 포기”
  • ▲ 검찰이 최근 주요 공안사건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잇따라 상고장을 제출했다.ⓒ 뉴데일리DB
    ▲ 검찰이 최근 주요 공안사건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잇따라 상고장을 제출했다.ⓒ 뉴데일리DB

    1964년 벌어진 이른바 1차 인민혁명당 사건과 관련돼
    검찰이 재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의 무죄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특히 검찰은
    최근 열린 주요 공안사건 재심 재판에서
    일관되게 피고인들의 유죄를 강하게 주장해,
    시국사건 재심과정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상고를 포기했던 과거의 모습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검찰이 유죄입장을 밝힌 과거 공안사건 재심은,
    1차 인혁당 사건,
    울릉도 간첩단 사건,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등이다.

    이 가운데
    1차 인혁당 사건울릉도간첩단 재심사건
    서울고법이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이 상고장을 제출해
    대법원 심리결과에 따라 진실이 가려질 전망이다.

    다음달 13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재심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에서 맡고 있다.

    유서대필 사건 결심공판이 있었던 지난 16일,
    검찰은 강씨의 필적 등을 근거로 [항소기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검찰이 주요 공안사건 재심에서
    과거와 달리 제 목소리를 내면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도 뜨겁다.

    [속칭 진보성향] 법조인들은
    검찰이 안보를 중시하는 정부 분위기에 편승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치적으로 무채색에 가까운 법조인들은
    "진행 중인 재판"이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전직 검찰출신 변호사들은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검찰이
    주요 공안사건 재심재판부의 무죄선고에 대해
    잇따라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사건별 쟁점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1차 인혁당 사건 재판은
    수사기관이 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느냐의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심 항소심 내내
    검찰 수사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고인들이 반공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9부는(김주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28일 고 도예종 씨 등 관련자 9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혁당이 구체적으로 존재한 조직인지 확실치 않고,
    피고인들이 반공법을 위반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나아가
    당시 중앙정보부가 피고인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정황이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중앙정보부가 고문을 했는지도 확실치 않고,
    그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검찰은
    재판의 쟁점이 된
    중앙정보부의 가혹행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당시 수사를 맡은 이용택 전 중정 수사과장의 증언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앞으로 있을 상고심에서
    [상황논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인 안보환경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한 현재의 시각으로
    48년 전 사건을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국가존립 자체가 위태롭던 1960년대에는
    인혁당과 같은 조직을 [이적단체]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앙정보부의 가혹행위 여부와 별개로
    공정하게 이뤄진 검찰의 수사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검찰 상고의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1차 인혁당 사건
    1964년 고 도예종씨 등 혁신계 인사 수십명이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반정부 조직인 인민혁명당을 결성,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로 검거된 공안사건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검사 3명이, 
    중정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기소를 거부하고
    사표를 내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으나,
    혐의자 57명 중 재판에 넘겨진 13명 모두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10년 뒤
    1차 인혁당 사건 피고인들을 다시 잡아들였다.

    이들이 인혁당 재건위원회를 조직해
    민청학련을 조종했다는 혐의였다.

    23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이 중 8명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것이 2차 인혁당 사건이다.

    검찰은
    1차 인혁당2차 인혁당과 달리
    [이적단체]가 개입된 [명백한 국가전복사건]이란 판단을 바꾸지 않고 있다.

    실제 검찰은
    1차 인혁당 사건보다 먼저 열린,
    2차 인혁당 재심에서는 무죄가 나온 항소심에 대해
    상고를 포기했다.

    지난 10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울릉도간첩단 사건 재심 결과에 대해서도
    검찰은 17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1974년 재일동포가 연루된 공안사건으로
    47명이 체포돼 3명이 사형을 당했다.

    재판부는 검찰측이 제시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고문 등 불법행위가 개입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어
    범죄 증명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울릉도간첩단 재심 상고심 역시
    검찰측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결심 공판이 끝난 강기훈 유서대필 재심 항소심 사건은
    강씨 필적 감정결과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결정적 변수다.

    이미 검찰은
    강씨의 필적을 비교한 자료를 근거로
    재판부에 항소기각을 역설했다.

    무엇보다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은
    허위로 볼 수 없으므로 유죄가 확실하다는 판단이다.

    검찰이
    언론의 눈길이 쏠린 주요 공안사건 재심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이에 대해
    고영주 변호사(전 서울남부지검장)
    검찰의 [자존감 회복]이란 측면에서
    상황을 바라볼 것을 조언했다.

    (검찰이) 늦게나마 철이 드는지 모르겠다.
    과거 좌파 정권시절 시국사건 재심에서
    재판부가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는 발언을 하고,
    실제 고개를 숙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렇다면 그 재판을 한 법관들만
    양심있는 판사들이란 말인가?

    그들의 선배 법관들을 모욕하는 행위다.
    그들의 앞선 세대 법관들도
    고심을 해서 심리를 하고 판결문을 작성했다.

    검찰이 최근 주요 재심사건에서
    전에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사법부의 [자기부정]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고영주 변호사(전 서울남부지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