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現代史를 긍정하는 자세

최악의 조건에서 최소한의 인명희생으로
최대한의 업적을 최단기간내에 이룬
한국 現代史는 거대한 저수지이다.

趙甲濟   
 
  울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업도시이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제조업체이다. 한국은 세계 5위의 공업국가, 세계 7위의 수출국, 8위의 무역국, 12위의 GDP(구매력 기준), 12위의 삶의 질, 20위 내외의 민주주의 성숙도, 30위의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한다. 통계상으론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최악의 조건에서 최소한의 인명희생으로 최대한의 업적을 최단기간내에 이룬 한국 現代史는 거대한 저수지이다. 이 저수지엔 汚物(오물)도 있지만 대체로 맑은 물이 많이 담겨 있다. 물장사를 하려는 사람은 이 저수지에 파이프를 연결하고 동시에 淨水器(정수기)를 달아야 한다. 오래된 물을 정화하여 공장에도 대고 농사에도 쓰면 물장사는 부자가 되고 마을은 풍요로워진다. 이것이 바로 보수의 철학인 溫故知新(온고지신)인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되 그것을 오늘의 관점과 필요에 따라서 改新하여 계승 발전시키는 자세이다. 
  
  한국 현대사라는 거대한 저수지를 보고는 더럽다고 오판하는 이들이 많다. 원래 저수지에는 1%의 오물만 들어 있어도 더럽게 보인다. 事物을 피상적으로 보는 이들은 더러운 表層(표층)만 보고는 깊은 곳에 있는 건강성과 역동성을 놓치기 쉽다. 한국 현대사의 저수지에 파이프를 댄다는 것은 현대사를 긍정하면서 과거의 영광과 오욕을 다 끌어안고, 淸濁(청탁)을 함께 들여마시는 超人(초인)의 태도이다. 니체가 말한 超人은 바다와 같은 사람이다. 더러운 것까지 다 삼키되 자신의 영혼은 결코 더럽히지 않는다.
   
  현대사의 저수지에 파이프를 댄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미래까지 다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이다. 이는 패배주의나 기회주의, 또는 타산주의와 근본적으로 다른 높은 도덕성이다. 지도자가 도덕적 優位(우위)에 선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역사적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도자가 이런 정면승부의 자세를 취할 때 사람들은 감동하고 따른다. 얄팍한 계산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지도자와 역사적 책임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지도자는 이미 무게가 다르다. 역사와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자신의 책임으로 끌어안은 인물을 찾는다면 현대사에선 李承晩, 朴正熙, 더 거슬러 올라가면 李舜臣, 金方慶, 金庾信 같은 사람들이다. 
  
  한국 現代史라는 저수지의 담수량은 엄청나다. 약간의 오물을 피하려고 이 거대한 저수량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판단력과 계산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지도자 자격이 없다. 이 저수지에 한번이라도 파이프를 연결해본 사람이면 그 힘을 알게 된다. 한민족의 哀歡(애환), 전통, 미풍양속, 소망, 陰德(음덕)이 축적되어 만들어내는 거대한 힘이기 때문이다. 이 저수지에 축적된 민족의 에너지는 지난 60여년간 건국-호국-산업화-민주화를 이룩했고 앞으로 자유통일을 해내고 그 여세를 몰아 一流국가를 만들어내고야 말 것이다. 
  
  현대사를 긍정하는 태도로 저수지에 파이프를 꽂으면 엄청난 역사의 에너지를 받는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애정과 자랑이 자신의 신념으로 전환될 때 그 사람의 눈은 빛나고 목소리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릴 것이다. 그 목소리는 민족사와 현대사를 관통하여 세계와 미래를 향하여 울려퍼지면서 메아리를 만들 것이다. 이런 저수지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農夫가 되어선 안 된다. 
   
    한국의 현대사를 긍정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1. 한국 현대사를 만들어간 지도자와 국민들의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사한다는 뜻이다. 
  2. 한국 현대사를 만든 것은 대통령 등 지도층을 포함한 국민 전체이며 오늘의 대한민국은 우리의 공동작품이라는 뜻이다. 
  3. 한국 현대사의 밝은 점만 美化한다든지 어두운 점만 강조하지 않고 빛과 그림자를 다 같이 인정하자는 것, 즉 사실대로 보고 평가하자는 뜻이다. 현대사는 헌법정신과 사실과 현실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4. 인간을 관념적 존재, 또는 완벽한 존재로 보지 않고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살아 있는 실체로서 바라보면서 구체적으로 평가하자는 뜻이다. 
  5. 한국이 처했던 현실적 상황을 살피면서 그 속에서 최선의 代案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면서 평가하자는 뜻이다. 
  6. 한국 현대사의 뿌리가 되는 우리 민족사의 흐름을 잘 읽고 그 유산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키자는 자세이다. 전통의 계승 속에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며 과거 부정을 통한 개혁은 파괴로 결말난다.
  7. 한국 現代史를 긍정한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비롯한 모든 사물을 긍정한다는 뜻이며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고 선배세대의 勞苦에 감사한다는 뜻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하여 고마움을 잊지 않는 자세이기도 하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