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은과 그 측근들의 모습. 원 안에 장성택이 보인다.
    ▲ 김정은과 그 측근들의 모습. 원 안에 장성택이 보인다.

    북한에서 요즘 뜻밖에 정권 교체설이 나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을 밀어낸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새벽 평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무역 일꾼 김 모 씨와 통화를 했다.
    북한의 청진·함흥·혜산 같은 곳에서
    집단 총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국내에 전해 준 며칠 뒤다.  

    그에게 “장성택의 권력이 커지느냐”고 묻자
    “지금 김정은보다 장성택이 정권을 잡으면
    훨씬 생활이 나아질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은 머리가 좋고 ‘령도력’이 뛰어나며
    그를 싫다는 간부들이 없을 정도로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아랫사람들에게도 큰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김정일 때는 감히 입 밖에도 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어린 놈이 너무 철없이 놀기 때문에
    이러다가는 나라를 말아먹을 것 같다’고 수군거리고 있다”며
    “심지어 ‘리조 오백 년(세습 정권을 비꼬는 말)’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도 있다.
    로병(김정일 측근 원로)들도 도리머리를 젓는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말은
    지난 10월 말 해외 출장 중 만난
    북한 당 간부 황모씨의 발언과도 맥락이 같았다.

    그는
    “간부들이나 인민들에게
    장성택이 정치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다”며
    “김정은이 장성택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측근 가운데 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 김정은은 장성택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 관계나 중국과의 관계도
    장성택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성택은
    김정일이 뇌출혈로 쓰러진 몇 개월 사이
    자기 측근들로 세력을 꾸려 놓았으니
    관계가 악화될수록 김정은을 밀어내기가 좋다”고 전망하면서
    “장성택이 이미 당의 사법기관을 총괄하는 행정부장을 지냈고,
    중앙당의 핵심부서인 조직부부장을 거쳐
    이번에는 군을 통솔하는 대장 군사칭호를 받은데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맡아
    모든 권력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이유를 묻자
    그는
    “조선(북한) 하고 남조선의 관계가
    예전에는 그나마 유지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의견(불만)들이 많다”며
    “장성택은 친중파여서
    정권을 잡으면 중국이 도와 줄 것이고
    경제나 인민생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조선과의 관계도 원활해지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또 “장성택은 김정일이 생존해 있을 때
    후계자로 김정남을 지목하고 꾸준히 건의했다”면서
    “그런데 당시 당 간부들 가운데는
    김정남이 정치를 할 포제(스타일)가 못 되니
    자기(장성택)가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려고 하는 것이란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함경북도에 살고 있는 박 모 씨는
    “또다시 말뚝(총살형)에 세우고
    백성들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한때는 남조선하고 사이가 좋아져서
    기대가 컸는데 그것도 물 건너가고
    이젠 위에서 하는 말은 다 거짓이라고 신물 낸다”며
    “핵이요, 미싸일(미사일)이요 하면서 떠들지 말고
    그 돈으로 쌀이나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결같이 말한다”고 전했다. 

    또 “백성들도 장성택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김씨보다야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하긴 우리야 누가 되든 잘 먹고 잘살게만 해주면 그만이다.
    옛날처럼 충성심이나 그런 거 가지고 떠드는 사람은
    바보 취급 받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장성택의 부상 가능성에 대해
    “그가 숨은 실세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김씨 세습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과반을 모으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또 항일투사 가계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며
    “정말 노련한 사람이라면
    정권 야욕이 없음을 보여야 하므로
    김정일의 3년상까지는 기다리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과 군이 장성택을 추앙하고 있어
    시간이 예상과 다르게 빨리 올 수 있다”며
    “현실주의자이며 실리주의자인
    장성택이 정권을 잡으면 남북 관계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오상민 씨도
    “장성택이 김일성의 총애를 받았으며
    김정일과도 매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기쁨조를 만들어 낸 것도 바로 장성택의 아이디어”라며
    “장성택은 착한 역, 김정일은 악역을 하도록
    뒤에서 조종한 것도 바로 장성택 본인”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 이금룡 본부장 krlee2006@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