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추진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가격] 최우선 조건으로 못 박아2003년 [불법로비]했던 보잉, [뇌물제공]으로 수사 받는 EADS의 경쟁
  • 차기 전투기(F-X) 사업에서 F-35가 사실상 탈락했다는 언론들의 보도. [네이버 캡쳐]
    ▲ 차기 전투기(F-X) 사업에서 F-35가 사실상 탈락했다는 언론들의 보도. [네이버 캡쳐]

    지난 16일 언론 보도에
    공군의 속마음은 타들어 간다.
    [차기 전투기(F-X) 사업]에서
    스텔스 전투기가 사실상 탈락했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6일
    [차기 전투기(F-X)] 재입찰에서
    3개의 후보기종 중 2개 기종이
    [총 사업비] 내의 가격을 써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지난 6월 18일부터 3주 동안 입찰을 진행했지만,
    3개 후보기종 모두 사업 예산을 초과하는
    9~10조 원대 가격을 제시해 입찰을 중단했었다.

    이번 입찰은
    지난 8월 12일부터 재입찰을 한 결과다.

    방사청은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어떤 기종이 탈락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연합뉴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록히드 마틴의 F-35A가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이 <F-35A> 전투기가 탈락했다고 추정하는 근거는
    <FMS(대외군사판매)> 업무와 관련있는
    美<국방안보협력국(DSCA)>이
    美의회에 통보한 <F-35A>의 한국 판매가다.

    당시 <국방안보협력국>은
    60대의 <F-35A>를 한국에 판매하는 가격이
    108억 달러(약 12조 원)라고 밝혔다.
    때문에 다른 기종과 달리
    <FMS>로 판매하는 <F-35A>의 가격은
    낮추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반면 경쟁기종인
    보잉社의 <F-15SE>과
    유럽 EADS社의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최대 사업비
    8조 3,000억 원 이하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업체 관계자]들이 알려왔다고 한다.

  • 당초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후보였던 기종. 위에서부터 F-15SE, F-35,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다.
    ▲ 당초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후보였던 기종. 위에서부터 F-15SE, F-35,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다.

    [차기 전투기 사업]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신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도입한 전투기는
    2020년 무렵부터 2050년까지
    한반도 영공과 이어도, 독도 주변을 지키고,
    유사시 김정은 패거리의 핵심목표를 타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차기 전투기 사업]이
    단순히 [공중전]이나 [제공권 장악 후 폭격] 임무만 맡는다면,
    3개 후보기종 중 뭐가 되더라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군이 [차기 전투기]에게 요구했던 것은
    북한과의 전쟁 초기 [은밀하게 적 전략목표를 정밀타격]하는 임무다.

    이렇게 봤을 때
    <F-15SE>나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적합하지 않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F-15SE>는 실물을 만든 적이 없다.
    단지 현재 공군이 운용 중인 <F-15SE>와
    호환되는 부품이나 시스템이 많기 때문에
    유지관리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F-15SE>는
    3개의 [차기 전투기] 후보기종 중
    무장 탑재량이 10톤 내외로 가장 많다는 게 장점이다.

    보잉 측은
    <F-15SE>를 [스텔스 전투기]로 만들어 주고,
    탐지거리 200km가 넘는
    신형 AESA 레이더(APG-82)를 장착해 준다고 말하지만
    어느 정도 효용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 차기 전투기(F-X) 사업에서 '살아남은' 후보기종 비교. [그래픽: 조선닷컴]
    ▲ 차기 전투기(F-X) 사업에서 '살아남은' 후보기종 비교. [그래픽: 조선닷컴]

    EADS가 제안한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1980년대 후반 [세계 최고의 공중전 전투기] 개념으로 개발한 기종답게,
    [도그 파이트]
    (Dog Fight. 전투기끼리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서 벌이는 공중전)에는 최고다.

    게다가 [재연소 장치](After Burner) 없이도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수퍼 크루즈] 기능을 갖추고 있다.

    EADS 측은
    [유로파이터에도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개발국 이외 다른 나라로부터는 그리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이는 <F-35A>는
    스텔스 전투기로
    전쟁 초기 적 전략목표를 타격할 때는
    내부 무장창에 <JDAM>과 같은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하고,
    제공권을 장악한 뒤
    공대공 전투에 투입되는 다목적 전투기다.

    하지만 통합형 헬멧과 비행 프로그램 개발이
    계속 지연되면서 단가가 올라갔다.
    스텔스 기술을 우리나라에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3개 후보기종의 경쟁이
    <F-15SE>와 <유로파이터>의 대결이 된 것은
    [우리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방사청은 그동안
    [정부에 총사업비를 추가로 요구할 수 없어,
    기준 예산 8조 3,000억 원을 못 맞추는 업체는
    기종 선정 평가에서 사실상 제외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우리 공군이 요구한 기종은
    실질적으로 <F-35A>였다는 점.

    공군은 2020년을 전후로 해서
    중국은 <J-20>과 <J-21> 스텔스 전투기,
    일본은 <F-35> 전투기 100여 대,
    러시아는 <T-50(PAK-FA)> 스텔스 전투기를
    갖춘다는 점 때문에
    [스텔스 전투기] 보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 2020년 이후 주변국이 주력으로 사용할 스텔스 전투기. 왼쪽부터 중국, 러시아, 미국이다. 일본은 F-35A를 100여 대 생산할 예정이다.
    ▲ 2020년 이후 주변국이 주력으로 사용할 스텔스 전투기. 왼쪽부터 중국, 러시아, 미국이다. 일본은 F-35A를 100여 대 생산할 예정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기본적으로 [적기가 나를 못 볼 때 격추한다]는 개념으로 개발돼
    [비가시거리(BVR. Behind Visual Range) 전투] 능력이 강한 편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전투기는
    [스텔스 전투기]를 만나기도 전에 격추될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이런 이유로
    공군이 국방부에 요구해,
    10년 넘게 계획을 세우고 있는
    [차기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또한
    주변국의 전력 증강에 맞춰
    [스텔스 전투기]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다 지금까지 우리 군이 운용한 무기 대부분이 미국제인데다
    공군 전술 자체가 한미연합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도
    공군이 <F-35A>에 관심을 가진 이유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획재정부와 국방부 등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예산 증가 불가 원칙]을 내세웠다.
    전투기를 실제로 사용하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공군의 [요구]와는
    전혀 다른 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부정 전력] 문제다.

    <F-15SE>를 제안한 보잉社는
    2003년 美공군에 [차기 급유기]로
    <KC767>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로비를 벌이다,
    임원 2명이 구속되고 CEO가 물러나는 일을 겪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제안한 EADS社는
    영국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전투기 60대를 판매하는 조건으로 2조 원에 달하는 뇌물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을 빚은 적이 있었고,
    오스트리아에 <유로파이터 타이푼> 15대를 판매하면서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2012년 11월 7일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 

    이 같은 [부정 전력]이 있는 업체들임에도
    [차기 전투기 사업]에서는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해외업체가 중요한 구매사업에 참여해도
    우리가 어떻게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 우리 공군이 30년 넘게 사용 중인 F-4 팬텀. 도입 당시 '예산'이 걸림돌이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들여온 들여올 수 있었다.
    ▲ 우리 공군이 30년 넘게 사용 중인 F-4 팬텀. 도입 당시 '예산'이 걸림돌이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들여온 들여올 수 있었다.



    참고로 국내 방산업체가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3년이라는 제재 기한이 지나도
    다시 입찰할 때 평가에서 [감점]을 받도록 돼 있다.
    [부정행위]로 인해 일어난 군 당국의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돼 있다.

    반면 해외업체는 어떤 비리로부터도 자유롭다.
    우리 군이 작전 수행 불능 등의 피해를 입거나
    해외업체가 계약을 어겨도 제대로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 

    이런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서도
    방사청은 오는 9월 중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차기 전투기] 기종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요군이 요구하는 최고의 전력장비를 도입하겠다]던
    방사청의 [다짐]이 물거품으로 변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