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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산책>
이영훈 교수의 <대한민국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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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
저자 이영훈,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도서출판 <기파랑>(대표 안병훈) 발행.
지난 8월 13일 서울 태평로에 있는 프레스 센터에선
이 책을 주제로 한 [북 콘서트]가 있었다.저자는
책 서두에서
“국민이 공유하는 역사가 없다”고
아쉬워하고 있다.아닌 게 아니라,
건국을 기념하는 행사를
여-야가 따로따로 치르는 나라는
아마 지구상에서 한국밖엔 없을 것이다.하긴,
한국 근-현대사의 정통성이
동학(東學) 과격파,
혁명적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그룹의 무장활동,
해방 후의 좌파 통일전선,
중간파 좌우합작,
그리고 평양에서 있었던 이른바 남북협상...에 있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이승만 박사가 선도한 [대한민국 건국노선]은 죽어도 용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저자도 물론
우리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민족주의 역사인식(특히 항일 기간의)의 몫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다.그는 다만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한민국 역사를 갖기 위해서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리얼리즘,
그리고 [자유정신의 관철과정] 이라는 역사관을 정립할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
역사의 주인공을 민족이나 계급 같은 거대 범주(範疇)보다는
[자유로워야 할 개인]으로 설정하자는 시각인 셈이다.서구의 경우 고대와 중세 후의 문명개화는
계몽 사상가들이 외쳤던 [개인]의 발견으로부터 발단되었다.
근대문명-근대사회-근대국가는
그런 개인의 천부인권을 보장하려는 삶의 양식이자 체제였다.
이것도 물론 훗날에 와선 그 나름의 한계를 드러냈다.그러나 그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더 문명적인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근대화 후발국에서 이 단계를 빼버리고 넘어가자는
좌-우의 [전체주의] 실험이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흉측한 파멸로 끝났다.저자와 같은 역사관을 취한다면,
1948년의 대한민국 헌법체제와 대한민국 국가체제는
18세기 구미(歐美)의 [(개인의) 자유를 향한 혁명]의 한반도 판(版)이라 할 만하다.한반도의 수천 년 역사상 비로소 처음
왕조국가도,
식민지 무단(武斷)통치도,
전체주의 국가도 아닌
근대적 자유-민주-공화-인권의 질서가
국제법상의 독립국가로 자리 잡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그 후 65년은
이 헌법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격변의 과정이었다.
한 마디로 1948년의 건국에서 1987년의 민주화에 이르기까지의 갈등의 역사였다.“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고 하는 적(敵)과 치른
전쟁과 정치-사상 투쟁,
산업화 먼저냐 민주화 병행이냐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그리고 폐쇄적 농업국가를
세계시장으로 열린 산업국가-교역국가로 변혁시킨 과정이었다.결과는 근-현대 세계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성공이었다.<대한민국 역사>의 메시지는
결국 긍지의 역사관이라 요약할 수 있다.
우리가 일구어 낸 65년은
가치 있고,
보람 있고,
자랑스럽다는
인식의 공유,
이를 통한 국민통합,
이에 기초한 통일 한반도의 비전.
대체로 이런 게
<대한민국 역사>가 갖는 교육적 효과일 것이다.이런 메시지는 실은 상식적인 것이다.
문제는 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우리 일각의 풍조다.
이점에선 우리의 [나라 만들기]는
아직도 투쟁 도상(途上)에 있다.
청소년들 상당수가
8. 15나 6. 25에 대해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고 하는
[전체주의] 세력의 좀비가 돼 있다.
어느 쪽 역사인식과 역사서술이 국민 다수의 뇌(腦)를 선점하느냐?
여기에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려 있다.이영훈 교수의 <대한민국 역사>는
이 [문화전쟁]에서
우리의 귀중한 지적(知的) 자산이 될 것이다.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