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 경찰서 ⓒ 연합뉴스
    ▲ 부산 해운대 경찰서 ⓒ 연합뉴스

    정사갤 살인 사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쟁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 네티즌의 집을 찾아가
    칼로 무차별 난자하는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진보 성향 논객으로 활동한 이 남성은
    피해 여성이 보수적 색채를 띤다는 이유로
    이 같은 만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7일
    살인 혐의로 백모(30·광주시 북구·무직)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10일 오후 9시 10분께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한 아파트 김모(30·여)씨의 집 아파트 계단에서
    외출하는 김씨의 배 등을 흉기로 9군데나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백씨와 김씨는
    인터넷 <DC인사이드 정사갤> 사이트에서
    알게 된 가까운 사이였다.

    <DC인사이드>는
    디지털카메라를 주제로 운영되는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다.

    이들은 <DC인사이드> 중
    <정치·사회> 갤러리(이하 정사갤)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비슷한 진보적 정치 색채로
    많은 토론과 논쟁을 해왔다.

    피해자인 김 씨는 논리정연한 글과 빼어난 미모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부터 이 사이트에서 활동해오던 김씨가
    지난해 초부터 보수 성향으로 돌아서면서 시작됐다.

    갑자기 보수 성향을 보이는 김 씨에게
    백 씨는 앙심을 품었고,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틀어졌다.

    특히 백씨가 주로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는 쓸 때마다
    김씨는 이를 반박하는 글로 맞서며 갈등이 깊어졌다.

    그러던 중 화가 난 백 씨가 지난해 9월
    김씨에 대한 성적 비하 표현을 하면서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김씨는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맞대응 했다.

    결국 백씨는 길거리에서 사과 대자보를 써 붙이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사이트에 올리는 소위 인증샷을 게시하게 됐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백씨는 김씨를 살해하기로 계획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김씨의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자신의 자택이 있는 광주에서 부산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백 씨는 3개월 가량 범행을 계획하고,
    범행 5일 전에는 김씨의 집 근처를 3~4차례 답사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피살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현장 주변의 CCTV와 주차차량 블랙박스 등 200여 대를 분석해
    백씨의 인상착의를 확보, 탐문수사를 벌여
    지난 16일 밤 9시45분께 백 씨를 검거했다.

    백 씨는 사건 이후 부산 연제구 한 모텔에 숨어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