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ICIJ 공동 프로젝트 7차 폭로에 DJ 처조카 대리인 이름 등장!버진 아일랜드에 [판도라의 상자]가?
  • 1997년 DJ비자금 수사 관련자들의 발언. 이후 故김대중 대통령이 솔직하게 "받았다"고 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DJ 정권 이후 새로운 '비자금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 1997년 DJ비자금 수사 관련자들의 발언. 이후 故김대중 대통령이 솔직하게 "받았다"고 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DJ 정권 이후 새로운 '비자금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풍문' 중 하나가 바로 DJ 정권의 비자금.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무수한 설만 떠돈다.

    그런데 최근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다.
    바로 <뉴스타파>와 <ICIJ>의 공동 탐사취재 프로젝트다. 


    <6.15 남북공동선언> 13주년,
    참여연대에서는….


    좌파 진영이 <6.15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식을 여느라 바쁘던,지난 6월 15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기자회견장.

  • 15일,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15일,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확인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7차 명단>을 발표했다. 


    “예금보험공사와 외환위기 당시 산하기관이었던 정리금융공사 출신 임직원 6명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명단은 다음과 같다.
    유근우(예금보험공사 퇴직),
    진대권(정리금융공사 퇴직),
    김기돈(前정리금융공사 사장),
    조정호(예금보험공사, 정리금융공사 퇴직),
    채후영(예금보험공사, 정리금융공사 퇴직),
    허 용(예금보험공사, 정리금융공사 퇴직)씨 등이다.

    이들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9월 24일과 12월 2일,
    버진 아일랜드에
    <선 아트 파이낸스 리미티드>,
    <트랙빌라 홀딩스 리미티드>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외환위기 시절이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퇴출된 삼양종금 등의
    해외 자산 2,000만 달러를 회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 해도
    예금보험공사 이름이 아닌
    직원 개인 명의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은 문제다.

    게다가 예금보험공사는
    자금 회수 과정을 증명할,

    매각 자산 목록과 자금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타파>의 이 [폭로]는
    순식간에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지만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10여 년 전을 기억하는 네티즌들이 [명단]에서 몇몇 이름을 찾아냈을 뿐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외환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정리금융공사> 사장 출신 <김기돈> 씨를 주목하지만,
    몇몇은 <채후영>이라는 이름에 주목한다.


    2002년 2월 8일 <오마이뉴스>
    “이용호 씨를 잘 모르신 다구요?” 


    이유는 2002년 2월 8일 <오마이뉴스>가 쓴,
    <이형택> 씨 관련 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이형택> 씨는 <보물선 게이트> 때문에 국회와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 2002년 1월 구속 당시 이형택 前예금보험공사 전무의 모습. [사진: SBS 뉴스 캡쳐]
    ▲ 2002년 1월 구속 당시 이형택 前예금보험공사 전무의 모습. [사진: SBS 뉴스 캡쳐]



    <이형택> 씨는 故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다.
    <외환위기> 때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문 닫은 <동화은행> 출신으로,
    DJ 정권에서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지냈다.

    DJ 정권 시절,
    <이형택> 씨를 둘러싼 온갖 소문이 있었지만,
    확실한 범법 증거는 잡지 못했다.

    그러다 2002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보물선을 건져 올린다며 주가를 조작했던
    <보물선 게이트>, 즉 <이용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그 [몸통]으로 지목받았다.

    2002년 2월 8일 <오마이뉴스>가 전한,
    당시 특검팀의 구속영장 내용 일부다.

    “2000. 10. 말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최도영 경영의 <인바위> 식당에서
    <최도영>, <양순모>, <오세천>이 만나
    <죽도 해저매장물 발굴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이에 관한 협정초안을 검토하던 중,
    피의자(이형택 씨를 의미. 편집자 주)가

    비록 자금은 전혀 투자하지 않았지만
    그때까지

    국가정보원, 해군 등을 찾아다니며 부탁하는 등
    이 사업에 공로가 많고,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되므로
    [발굴수익의 15%]를 주기로 합의하고,

    <최도영>이 피의자의 예금보험공사 전무실로 찾아가
    [그동안 저희들을 위해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이번에 발굴단을 만들면서 전에 저희들을 도와주신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아무 것도 해드린 것이 없는데 전무님 앞으로 15%의 지분을 공증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하였고,
    피의자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최도영>의 제의를 수락한 후,

    2000. 11. 2. 서울 중구 소공동 91의 1 소재 공증인가 <국제합동법률사무소>에서
    피의자의 대리인인 <채후영>, <오세천>, <최도영>, <양순모>가
    보물 발굴 시 피의자가 15%, 오세천이 75%, 최도영이 5%, 양순모가 5%의 지분을
    가진다는 취지의 매장물 발굴 협정서를 공증.”


    당시 <오마이 뉴스> 보도 중 마지막 단락을 보면
    <오세천>, <최도영>, <양순모>는 [전남 진도 보물선 인양 사업]의 주체들이었다.
    여기에 <채후영>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형택> 씨의 대리인으로 공증 사무실을 찾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2002년 2월 8일, 이형택 씨의 발언을 비판한 '오마이뉴스' 기사.
    ▲ 2002년 2월 8일, 이형택 씨의 발언을 비판한 '오마이뉴스' 기사.



    물론 이것만 갖고, <채후영> 씨 명의로 <버진 아일랜드>에 만든 [페이퍼 컴퍼니]가
    <이형택> 씨나 故김대중 대통령과 직접 연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심-특히 이형택 씨와의 연관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형택> 씨는 2002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 당시 구속된 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3년 6월 24일 당시 언론들의 보도를 보자.

    “대법원 1부(주심 徐 晟 대법관)는 24일 김대중 前대통령의 처조카로
    <이용호 게이트>로 기소된 <이형택(李亨澤)> 前예금보험공사 전무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 5,000만 원과 보물 발굴사업 지분 몰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씨가 G&G그룹 회장 이용호 씨로부터 돈을 받고

    조흥캐피탈 인수를 도왔으며,
    <진도 보물 발굴사업>을 돕는 대가로

    오 모 씨 등으로부터 지분의 15%를 받은 것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 컴퍼니> 문제를 <채후영> 씨와 <이형택> 씨로만 국한하면
    “<이용호 게이트>를 통해 얻은 비자금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바로 <이용호 게이트> 때문이다.


    <이용호 게이트>,
    <보해저축은행> 비자금부터 <조흥은행 캐피탈>까지


    <이용호 게이트>의 주인공 <이용호> 씨는
    2002년 특검팀의 수사 결과와 재판에 따라 수감됐다가 2007년 풀려났다.

     

  • 2011년 2월 영업정지 당한 전남 목포의 보해저축은행 앞. 이 일로 수많은 피해자가 생겼다. [사진: 연합뉴스]
    ▲ 2011년 2월 영업정지 당한 전남 목포의 보해저축은행 앞. 이 일로 수많은 피해자가 생겼다. [사진: 연합뉴스]



    <이용호> 씨는 2010년 10월,
    자신의 변호사 돈 10억 원을 가로 챈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이용호> 씨는 2012년 4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보해저축은행> 때문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자원개발업체 D사,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 L사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해저축은행> 대표인 <오문철> 씨, 브로커 박 모 씨가
    이 회사를 사실상 운영했다는 걸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오문철> 씨가 <이용호> 씨에게
    <보해저축은행> 자금 142억 원을 불법대출해 준 사실을 발견했다.

    [저축은행 특별조사단]에 따르면,
    <오문철> 씨는 <보해저축은행>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유력 정치인들에게 [자금제공]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이용호> 씨에게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선선히 내준 이유가 대체 뭘까. 


  • 이용호 게이트 당시 주변 인물과의 관계도. 이용호 씨는 저축은행 사태와도 관련이 있다. [그래픽: 조선일보]
    ▲ 이용호 게이트 당시 주변 인물과의 관계도. 이용호 씨는 저축은행 사태와도 관련이 있다. [그래픽: 조선일보]



    <이용호> 씨가 DJ 정권 시절 <이형택> 씨의 도움을 받아
    <조은캐피털>을 헐값에 인수하고,
    <국가정보원>과 <해군>의 도움을 받아
    <전남 진도 보물선 인양 사업>을 할수 있었던 게 단순히 [접대와 말빨] 덕분이었을까.

    2013년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 컴퍼니> 사건이
    10여 년 전 <이용호 게이트>와 2011년 <보해저축은행 부실사태> 조사와 같이
    흐지부지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용호> 씨와 <이형택> 씨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를
    <버진 아일랜드>에서 찾을 수 있다면, [엄청난 사건]이 터질 수도 있다.

  • 천국같은 모습의 버진 아일랜드. '뉴스타파'와 'ICIJ'가 공동 조사 중인 페이퍼 컴퍼니들이 여기에 있다.
    ▲ 천국같은 모습의 버진 아일랜드. '뉴스타파'와 'ICIJ'가 공동 조사 중인 페이퍼 컴퍼니들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