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비판-아들 병역 의혹제기가 [국정원 영향 받은] 보수단체·언론 탓?
  • ▲ 30일 오후 3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의 '국정원 대응 보고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0일 오후 3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의 '국정원 대응 보고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 병역 비리 의혹 제기,
    보수단체의 무상급식 반대 활동,
    일부 인터넷 보수언론의 박 시장 비판,
    여당 의원의 박 시장 비판..

    이 모든 것이 사실상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서울시의 내부 보고서(이하 서울시 대응 보고서)]가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 <국정원 추정문건 대응조치 진행사항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시 기획조정실은 파문이 커지자,
    “만들다가 폐기한 보고서”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특히 시 기조실 관계자는,
    보고서의 [폐기시점]과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밝힐 수 없다”며 사실상 취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미 폐기한 문건이 어떤 경로로 언론에 흘러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위 답변을 시의 공식입장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된다”고 답했다.

    시 관계자의 답변이 진실이라면,
    [만들다가 폐기해 원본조차 없는] 실체 불분명의 보고서에 터 잡은 관련 기사들은
    모두 오보(誤報)가 된다.

    그러나 시는 [폐기한 보고서]를 토대로 쓴 오보가 넘쳐나고 있는데도,
    해명자료 한 장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시 대응 보고서]가 공개된 뒤 이틀 만에 서울시청 앞에서는,
    보수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15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 ▲ 30일 오후 3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의 '국정원 대응 보고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0일 오후 3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의 '국정원 대응 보고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어버이연합>은 문제의 [서울시 대응 보고서]가,
    [국정원 작성 추정 문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목한
    보수시민단체 중 한 곳이다.

    [서울시 대응 보고서]는
    보수 시민단체와 일부 보수 인터넷 언론이 사실상 국정원의 지시를 받아,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는데 앞장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 비리 논란에 대해서도,
    보수단체와 보수 인터넷 언론이
    [국정원 추정 문건]의 영향을 받아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4월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가 박 시장에게 아들의 [공개 재신검]을 요구한 일,
    트위터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주신씨 대리 신검설] 역시
    (국정원의 영향을 받은) [모종의 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오세훈 시장 흔적 지우기에 골몰한다”며 박 시장을 비판한 것도
    국정원 추정 문건에 나오는 [여론전]의 하나일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보수단체의 무상급식 관련 비판 역시
    [국정원 추정 문건]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시 대응 보고서]의 파장은 상당히 크다.
    좌파 언론들은 앞 다투어 보고서의 내용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 대응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국정원 및 [국정원의 영향을 받은], 
    보수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이뤄졌다는 [가설]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국정원 대응 보고서]에서
    국정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보수단체들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30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연 <어버이연합> 회원 150여명(경찰 추산)은
    “박원순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박 시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서울시 발표는 명예훼손이다."

    "우리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면,
    이렇게 많은 회원이 [폐지를 주워] 활동비에 보태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을 것."


    "지난해 10월에는 월세를 8개월 동안이나 못내
    건물주가 사무실을 폐쇄하기까지 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


    회원들은 [서울시 대응 보고서]의 오류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가 2011년부터 [무상급식 반대] 운동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2010년부터 [무상급식 반대] 운동을 해왔다.

    언론 보도만 확인해도 금방 드러날 일을 가지고,

    국정원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자신들을 국정원과 연계 지으려는 시의 태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어버이연합>은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순수한 민간단체다.
    터무니 없는 주장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는 국정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날 <어버이연합> 집회에서는 이들이 싣고 온 [신문 폐지 뭉치]가 눈길을 끌었다.


  • ▲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자신들이 주워 모은 [신문 폐지 뭉치]를 쌓아놓고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자신들이 주워 모은 [신문 폐지 뭉치]를 쌓아놓고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1톤 트럭 한 대 분량의 [폐지 뭉치]를 시청 정문 앞에 쌓아놓고 집회를 열었다.

    흥분한 일부 회원은 쌓아 놓은 [폐지 뭉치]를 청사 정문쪽으로 던지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 ▲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신문 폐지 뭉치'를 정문쪽으로 던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신문 폐지 뭉치'를 정문쪽으로 던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집회를 준비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폐지 뭉치]를 가져온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어버이연합>은,
    노인들이 폐휴지를 모아 판 돈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정원과 아무 상관없다는 우리 입장을 밝히기 위해,
    지난 15일 동안 모은 폐휴지를 갖고 왔다.”


    이날 박 시장은,
    오후 2시 30분쯤 시청 광장에서 열린 도시농업박람회장에 나타나 전시된 부스를 살펴봤다.

    그러나 집회가 시작된 오후 3시 전에 자리를 떠,
    <어버이연합> 회원들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