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훼손 논란에, 지방선거 앞두고 사업 강행 부담감내년 지방선거 후, 공관 이전 사업 다시 추진
  • ▲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백인제 가옥. 서울시장 공관을 이곳에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기존에 진행 중이던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해 2월 중단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백인제 가옥. 서울시장 공관을 이곳에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기존에 진행 중이던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해 2월 중단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서울시가 문화재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킨
    <백인제(白麟濟) 가옥>으로의 시장 공관 이전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23일 서울시관계자는
    종로구 가회동 <백인제 가옥>으로의 시장 공관 이전계획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시가 사업을 중단키로 했지만, 이로 인한 여진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양도성 성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업과 맞물려,
    올해 안에 혜화동 공관을 비워줘야 하지만, 대체 후보지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시는 시청사와 멀지 않은 곳에
    시장의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인제 가옥>으로의 시장 공관 이전 사업은 시작부터 말썽을 빚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시장 공관을 가회동에 있는 <백인제 가옥>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시장공관 이전 계획은 곧바로 거센 역풍을 맞았다.

    1913년 을사오적의 한 사람인 이완용의 외조카인 친일파 한상룡이 지은 <백인제 가옥>은
    일본 총독과 고위간부들이 연회를 벌인 치욕의 현장이다.

    해방 후 독립지사이자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가 이 집을 인수하면서
    현재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6.25때 백 박사가 납북된 뒤에는 그의 후손들이 이곳을 지켰다.

    <백인제 가옥>은 근대 한옥건축의 특징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문화재급 건축물로,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 22호로 등록될만큼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박 시장의 공관이전 계획은 처음부터 [문화재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친일파가 일본 총독을 위해 연회를 베푼 곳으로, 
    시장 공관을 이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도 잡음이 일었다.

    그러나 시는 시장 공관을 한옥으로 하면 한국문화를 홍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계획을 그대로 추진했다.

    한양도성 성곽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사업을 위해,
    올해 안에 기존 혜화동 공관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대체 후보지를 물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도 곁들였다.

    친일파에 의해 지어졌지만,
    해방 뒤에는 독립지사이자 우리나라 의료계의 선각자가 살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었다.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적절성 시비는 그 뒤에도 이어졌다.

    특히 시장 공관 이전 계획에 따라,
    이곳을 <북촌문화센터>로 조성하기 위한 기존 공사가 중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시는 2009년,
    141원을 들여 <백인제 가옥>을 사들인 뒤, <북촌문화센터> 조성 계획을 내놨다.

    근대 한옥건축의 특색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곳을,
    북촌을 찾는 내외국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시는 2011년 6월부터 이곳을
    <북촌문화센터>로 바꾸기 위한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다.
    배정된 예산은 22억원.

    그러나 공사는 착수 8개월 만에 멈췄다.
    그해 10월 새로 취임한 박원순 시장이 새 시장 공관으로 이곳을 선택하면서부터다.

    지난달 초에는 시가
    [분수가 있는 휴게시설],
    [지하주차장],
    [선큰가든(지하채광시설)] 등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화재 원형 훼손]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백인제 가옥>의 형상변경 허가를 놓고,
    시와 문화재위원회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시장 공관 변경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인제 가옥>으로의 공관 이전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시의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백인제 가옥>을 처음 계획대로,
    북촌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문화센터로 조성하고,
    시장 공관은 별도로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퍼포먼스]를 즐기는 박원순 시장이, 
    문화재급 한옥을 시장 공관으로 사용하겠다는 구상만 하지 않았다면,
    비용과 시간 모두 낭비를 줄였을 것이란 쓴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는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시장공관 이전 사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