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知韓派) 대부 랭글 의원, 건배 제의 약속돼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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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일 미국 상하원 양원 합동의회에서 가진 한미동맹 60년 기념연설.
깔끔한 영어 연설에 놀랐던 국민들의 감동은 물론,
1954년 우남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한미 동맹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연설로 남았다.
하지만 이 역사적인 연설 뒤에는 차마 상상하기도 싫은 아찔한 실수담이 있었다.
박 대통령의 연설 전개의 핵심이었던,
미국 국민들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한국 전쟁 참전의 당위성을 설명한 부분.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생면부지의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그 자신도 주한미군에 근무한 모건 패밀리 3대 소개.그리고 뒤이어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국 의회 4명의 의원들을 소개했던 장면. -
[미국이 왜 대한민국과 함께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사례로
정답을 알려주는 이 부분의 이면엔 이번 미국 순방 과정에서 가장 치명적 실수가 숨어있었다.
박 대통령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의원들로 열거한 찰스 랭글 미 하원 의원(83).랭글 의원은 전날(6일) 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념 만찬에
공식 초청 받은 주요 인사였다.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만찬에서 건배 제의까지 하기로 한 랭글 의원이었지만,
이날 만찬에서 그를 찾을 수 없었다.일정보다 다소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만찬을 연 우리나라 주최 측이,
랭글 의원을 행사장에 들여보내지 않는 [대형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
랭글 의원은 “건배 제의를 하라고 해서 왔다. 의회 일 때문에 조금 늦었지만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우리 대사관 측은 “이미 만석이다. 들어가도 자리가 없다”며 거절했다.화가 난 랭글 의원은 “건배 제의 하라고 초청까지 해놓고 입장을 막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지만, 대사관 측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원칙만 고수했다.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대사관과 청와대 수행단 측은 랭글 의원의 입장을 허락했지만,
이미 자리가 모두 차버려 맨 뒷자리 쪽에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결국 랭글 의원이 약속한 건배 제의는 하지 못했다.다음날 박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직접 언급까지 할 사람을 [문전박대]했다는 사실에,
대통령 수행단과 대사관은 발칵 뒤집어 졌다. -
하지만 랭글 의원은 다음날 박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자
반가운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주는 [쿨한] 모습을 보여,
졸아든 청와대 수행단들 가슴을 쓸어내려 주었다.랭글 의원은 22선으로 40여년간 뉴욕주 출신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고 있는 미국 정계의 거물.
흑인계를 대표하는 인사다.
특히 미 의회 내 지한파(知韓派) 대부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