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파워팩’ 문제 불거지자 ‘S&T 중공업’ 핑계 대더니 자기네가 만든 ‘엔진 실린더’ 파손
  • ▲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이 파워팩 개발을 맡은 K-2 흑표 전차.
    ▲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이 파워팩 개발을 맡은 K-2 흑표 전차.

    지금까지 <K2> 전차 [파워팩]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불량은 변속기 탓”이라던 <두산그룹>의 주장이 [쏙] 들어가게 생겼다.

    <조선일보>는 23일
    “차기 전차 K2 흑표의 핵심 부품인 파워팩이 내구성 시험 평가 중 엔진 실린더가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전한 군 관계자의 이야기다.

    “차기 전차 <K2 흑표>의 핵심 부품인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이
    4월 초 내구성 시험 평가 도중 엔진 실린더가 파손됐다.
    시험 평가를 중단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만약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개발 완료 시한을 또 넘길(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소식에 군 안팎은 물론 방산업계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K2> 전차 차체와 다른 시스템을 2008년에 완성해 놓은
    <현대로템> 등 수백 개의 관련 업체 입장에서는
    <K2> 전차 개발이 또 늦추어지면 도산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발할 능력도 없으면서 [정치권]과 [자주국방 주의자]의 주장을 등에 업고,
    아까운 혈세만 축낸다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이 나올 근거는 충분하다.

  • ▲ 한 언론이 소개한 K-2 전차 파워팩 개발과정. 군과 방산업체는 물론 국민들도 왜 정부가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한 언론이 소개한 K-2 전차 파워팩 개발과정. 군과 방산업체는 물론 국민들도 왜 정부가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K1A1> 전차의 뒤를 이을 <K2> 전차는 90년대 중반,
    합참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개념 준비에 들어간 뒤 개발을 진행했다.
    이때 엔진과 변속기 등으로 구성된 [파워팩]은 독일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ADD와 합참이 [파워팩]을 독일제로 사용하기로 한 이유는 합리적이었다.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디젤엔진 파워팩]은 독일 <MTU>社가 만들었다.

    <MTU>社는 19세기 말 설립된 회사로 <마이바흐>社의 뿌리다.
    즉 <마이바흐(Maybach)>는 <MTU>라는 업체가 만들던 차였다.
    마치 <롤스로이스>社라는 대형 엔진제조업체가 자동차로 유명해진 것과 같다.

    <MTU>는 1930년대 <제펠린> 비행선 엔진도 만들 정도의 기술력을 가졌다.
    100년이 넘는 [엔진 제조기술]을 통해 [만 마력 단위]의 파워팩까지 만든다.

  • ▲ MTU가 만들었던 비행선 '제펠린 1900'의 모습. 100년 넘게 엔진과 파워팩을 만들던 업체다.
    ▲ MTU가 만들었던 비행선 '제펠린 1900'의 모습. 100년 넘게 엔진과 파워팩을 만들던 업체다.

    이 같은 <MTU>社의 [파워팩]은 우리나라 육군과 해군 전력 대부분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 육군 기갑전력의 주력은 <K1> 전차와 <K1A1> 전차다.
    여기에는 독일 <MTU>가 만든 8기통 디젤엔진,
    독일 <ZF>의 변속기를 조합한 파워팩이 실려 있다.
    <K1> 전차와 <K1A1> 전차는 1,200마력 짜리 [파워팩]을 달고 있다.

    이를 기초로 만든 <K10> 탄약수송차와 <K1 RAV> 구난전차, <K1 AVLB> 교량전차도
    <MTU>의 파워팩을 달고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주포가 <K9>이다.
    이 또한 <MTU>의 1,000마력 짜리 파워팩을 장착하고 있다.

  • ▲ 화력시범 중인 우리나라 기갑전력의 핵심 K1 계열 전차들. 모두 MTU의 파워팩을 달고 있다.
    ▲ 화력시범 중인 우리나라 기갑전력의 핵심 K1 계열 전차들. 모두 MTU의 파워팩을 달고 있다.



    해군도 마찬가지다.

    YS정부 시절 건조를 시작해 1998년 3월부터 진수한
    <광개토대왕급> 구축함(KD-1, 배수량 3,200톤급)과
    2002년 5월부터 진수한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KD-2, 배수량 4,400톤급)에는
    <STX>가 면허생산한 <MTU>의 저속 디젤 엔진이 장착돼 있다.

    2011년 4월 첫 진수식을 한 차기 호위함 <인천>급(FFX, 배수량 2,300톤급)에도
    <STX>가 면허생산한 저속 디젤 엔진이 들어가 있다.

    <2차 연평해전>의 아픔을 극복한다는 뜻으로 만들기 시작한
    미사일 고속함 <윤영하>급에도 <STX>에서 만든 <MTU>의 저속 디젤 엔진이 장착돼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육-해군 장비에 [독일제 심장]이 달리게 된 건
    우리나라 기술력이 형편없어서가 아니다.
    이 [파워팩]이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 ▲ 우리 해군이 자랑하는 '제7기동전단'의 구성도. 여기에 있는 전투함 대부분에 MTU가 만든 엔진이 달려 있다.
    ▲ 우리 해군이 자랑하는 '제7기동전단'의 구성도. 여기에 있는 전투함 대부분에 MTU가 만든 엔진이 달려 있다.



    현재 파워팩을 자체 개발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정도다.

    이 중 프랑스는 독일과 파워팩을 공동생산하기에 전쟁이 나도 별 문제가 없다.
    미국은 디젤 엔진이 아닌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파워팩은 수출이 가능한 구형은 내구성과 신뢰도에 문제가 있고,
    신형은 수출을 하지 않으므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일본은 미쯔비시 중공업이 개발한 파워팩을 사용한다.
    그런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의 전차도 <MTU>가 만든 [파워팩]을 주로 사용한다.
    이스라엘이 만든 <메르카바> 전차도 <MTU>의 파워팩을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제 파워팩을 사용하면 문제가 있다.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유엔 헌장]에 따라
    전쟁 중인 국가에는 군수장비를 수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TU>와 함께 미국에 파워팩 공장을 세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상황에서는 면허생산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가 <유비엠텍>과 함께 하려던 일이
    바로 이 <MTU>와 함께 [파워팩 면허생산 공장]을 국내에 지으려던 것이었다.

    이 일이 무산된 것도 <김병관> 후보나 <유비엠텍> 때문이 아니라
    <MTU>의 주인이 바뀌면서 협상이 흐지부지돼 일어난 일이었다.

  • ▲ MTU 파워팩 국내 면허생산을 위해 활동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를 '무기중개상'으로 헐뜯은 '한겨레' 보도.
    ▲ MTU 파워팩 국내 면허생산을 위해 활동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를 '무기중개상'으로 헐뜯은 '한겨레' 보도.



    그런데 이처럼 [신뢰성]이 높은 <MTU>의 [파워팩]을 도입하거나 면허생산하는데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자칭 자주국방 주의자]들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건 DJ-盧정권 시절이었다.
    이들은 盧정권에서는 우리나라 전력증강 계획과 국방계획을 좌지우지 했다. 

    여기에 <K2> 전차 개발계획도 영향을 받았다.

    盧정권 시절, 소위 [자주국방 주의자]들이 청와대를 [장악]하면서,
    2005년 4월 [파워팩 국산화] 결정이 내려졌다.
    이때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변속기는 <S&T중공업>이 개발을 맡기로 했다.
    두 회사는 당시 급성장 중이었다.

    정부는 이 두 업체가 [전차를 개발해 본 적이 없어]
    <K1> 전차를 만든 <현대로템>과
    <MTU> 엔진 면허생산 업체인 <STX엔진>에게 도우라고 했다.
    개발 시한은 2012년까지였다.

    이 같은 盧정권의 결정은 [무리수]였다.
    이후 1,200억 원 가까운 개발비가 투입됐지만 2012년까지도 진척이 없었다.
    <K2> 전차의 다른 시스템은 이미 2008년 모두 완성됐다.

    당초 개발시한에서 6개월이 연기된,
    2012년 9월 <K2> 전차 파워팩 시험 평가를 했지만 엔진 실린더가 깨졌다.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이 만든 [파워팩]의 성능이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자
    군 안팎에서는 “그냥 원래대로 독일제를 수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 ▲ 방산전시회에 나온 K-2 전차의 파워팩. 겉모양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이 엉망이다.
    ▲ 방산전시회에 나온 K-2 전차의 파워팩. 겉모양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이 엉망이다.

    하지만 [자주국방 주의자]에 밀려 개발 시한을 3번이나 연장해 줬다.
    이번에 엔진 실린더가 깨진 시험도 3번의 개발 시한 연장에 따른 것이다.

    올해 초 시행했던 [파워팩 내구성 시험]은
    [시험 주행 목표]인 9,600km의 85%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국산 파워팩]은 [수준미달]이라는 평가다.

    군 관계자들은 이런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 때문에
    정부가 2014년 6월까지인 [3차 개발 시한]을 또 연장해 줄까봐 걱정이다.

    군 관계자들이 이런 우려를 하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2차 개발 시한]이 끝났을 무렵,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이 만든 <K-2> 전차 파워팩은
    이때까지의 시험 평가에서 [냉각 팬 속도제어] [냉각 시험 최대 출력] [가속 성능] 등
    핵심적인 평가에서 군의 요구 성능(ROC)을 충족하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결함의 원인은 [제작사]가 뭔지 찾아내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방사청은 이상하게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을 감싸고 있다.

    2012년 4월 더 이상 참기 어려웠던 군이
    [독일제 파워팩] 100대를 수입해 <K-2> 전차를 빨리 전력화하자고 요청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방부와 방사청은 개발 시한을 연장해 주고, 군의 요구를 묵살했다.
    개발비도 추가로 450억 원을 책정해 줬다.

  • ▲ '사람이 미래다' 두산그룹의 기업광고 카피다. 사람이 미래라는 기업이 국가안보는 우습게 보는 모양이다.
    ▲ '사람이 미래다' 두산그룹의 기업광고 카피다. 사람이 미래라는 기업이 국가안보는 우습게 보는 모양이다.



    이런 일을 기억하는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 때문이다.
    2011년 6월에는 “두산이 K-2 전차 파워팩 개발비를 횡령․유용했다”는 탄원이
    국민권익위에 접수됐다.

    이 사건은 <인천지검>으로 배정됐지만,
    몇 달 뒤 [무혐의] 처분을 받고선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3년 3월,
    <MTU>의 [파워팩] 면허생산을 추진하는 사업을 도왔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를 향해
    [어떤 세력]이 나서 [무기중개 로비스트]라는 [딱지]를 붙이고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다.
    이때 친노(親盧)였던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 <김병관> 후보를 비난했다.

    이를 본 군 안팎에서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며 [특정업체]를 지목했었다. 

    이런 여러가지 일들 때문에
    <K2> 파워팩 개발을 보는 군 관계자들과 국민들의 의심은 커졌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여전히 끄떡없다.

    [국산 파워팩]의 개발완료 시한은 2014년 6월.
    <두산인프라코어>는 그 안에 군 안팎과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

    <두산인프라코어>는 여전히 [큰 소리]를 치지만,
    국민들과 군은 이제 기대를 접은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