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간부 출신 전직 교사, 중학생 제자들 데리고 빨치산 추모전야제 참석[이적단체] 범민련 남측본부 문건, 인터넷 카페 등에 게재1, 2심 ‘무죄’..대법원 “원심 법리 오해, 심리 미진”
  • ▲ 빨치산 추모제 자료화면.ⓒ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빨치산 추모제 자료화면.ⓒ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자신이 가르치는 중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이끌고 [빨치산 추모 전야제]에 참석한 전교조 소속 전직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법원의 판단을 뒤엎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검찰이 징역 4년의 중형을 구형했음에도 불구,
    1심과 항소심 법원이 연이어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법원이,
    국가보안법의 법리를 오해했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3년 넘게 끌어온 이번 사건은 원점에서 다시 심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8일,
    학생 및 학부모들과 함께 빨치산 추모 전야제에 참석하고 각종 행사에서 이적표현물을 뿌린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전직 교사 김모(53)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전북 임실의 한 중학교에서 도덕교사로 근무하던 김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과 학부모 180여명과 함께 2005년 5월 순창군 회문산에서 열린 ‘남녘 통일 애국 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참석했다.

    당시 김씨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이틀간 열린 행사 중 문화제 성격의 전야제에만 참석했고,
    이튿날에는 본 행사 대신 등산을 했다.

    행사장에서 정치적 구호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자신이 지도하는 중학생들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가 비전향 장기수들을 만나게 하고,
    각종 이적표현물을 취득해 인터넷 카페에 게재한 사실이 분명한 만큼,
    반국가단체 활동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 <동아일보> 등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씨를 따라 회문산 전야제에 참가한 한 학생은 빨치산 출신 장기수들을 칭송하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하면서,
    ‘우리 편지 못 가게 하는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전쟁 위협하는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자’
    등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교사로 임용된 김씨는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 전북통일교사모임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이 사건은,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불거졌다.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다.

    그러나 이에 대한 1심 법원의 판결 결과는 ‘무죄’였다.

    2010년 2월 18일.
    전주지법 형사1단독 진현민 판사는 김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전야제 참석 사실은 맞지만,
    김씨의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장기수들과 학생들을 만나게 한 행위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친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추모제 전야제 행사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고, 구호를 외친 행위에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해칠 만한 실질적 해악성이 없다.
        - 진현민 판사


    판결의 후폭풍은 거셌다.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도 양편으로 나눠져 극심한 갈등을 표출했다.

    전교조는 당시 판결을 근거로,
    자신들에 대한 친북, 반국가 혐의는 모두 ‘보수언론의 조작’이란 사실이 분명해 졌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번 판결로 지금까지 전교조와 통일교육, 통일교사들에게 덧씌워졌던 친북반국가, 이적행위 등의 모든 혐의는 보수언론의 조작이며, 공안 세력의 무리한 마녀사냥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를 계기로 전근대적인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거듭 촉구한다.
        - 당시 전교조 논평


    반면 한국교총은 판결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법원판결은 존중한다.

    그러나 법리적 해석과 판결 이전에 교육이 정치 및 이념과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정신과 국민적 바람이 고려됐어야 했다.

    이번 판결로 교사의 정치이념이 학생들에게 투영되는 것이 허용되거나, 친북적 이념교육에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
        -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


    판결 직후 김씨는 ‘통일’과 ‘민중의 염원’을 강조했다.

    통일로 가는 길과 평화통일에 대한 민중의 염원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죽을 때까지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


    나아가 김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같은 해 9월 3일.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김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빨치산 행사에 참가한 피고인의 행위를 이 사회가 수용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나, 참가 자체에 국가의 존립 안정과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해칠 만한 실질적 해악성이 없다.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을 동조하는 이적물을 소지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이적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다.
        - 전주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이 학생들을 인솔해 전야제에 참가하고, 빨치산 활동을 미화·찬양하며,
    그 계승을 주장하는 내용의 발언을 듣게 한 행위 등은 반국가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한 것.

        -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


    빨치산 추모 전야제 행사에 대한 성격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원심 재판부의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을 지적했다.

    이 사건 전야제는 순수하게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위령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북한 공산집단에 동조하고 빨치산의 활동을 미화·찬양하는 성격이 담긴 행사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김씨의 행동을 반국가단체 활동이라고 판단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이적표현물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김씨가 소지하거나 반포한 일부 이적표현물은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이적단체]라고 확인된 [범민련 남측본부] 등에서 작성된 문건이거나 이를 필사한 문건.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선전하거나 동조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