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거짓말탐지기 조사..과연 누구에게 유리할까?베일에 싸인 13시간, 그들은 대체 무얼하고 있었나?
  • 22일 다수의 매체들이 경쟁이나 하듯, 국과수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과수나 경찰 그 어느 곳도 공식 발표를 한 적이 없지만, 온라인에 배포된 기사만 보면 이미 '승패'는 결정난 듯 보였다.

    박시후 = 대부분 거짓말?
    A씨 = 상당 부분 진실?
    K씨 = 상당 부분 진실?

    대부분 '경찰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 "박시후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항목 대부분에서 거짓말 판정이 나왔다"고 전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부경찰서 측이 '기소 의견으로 박시후를 송치할 가능성이 높다' '구속영장 신청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며 박시후에게 불리한 얘기들만 잔뜩 쏟아내고 있다.

    과연 이같은 보도는 사실일까?

    경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박시후의 모든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시후의 주장 중 거짓으로 드러난 내역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박시후와 K씨, A씨 모두에게서 진실과 거짓 반응이 혼재돼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느 한쪽에 유불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만 갖고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것.

    사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도입하는건 '애초부터 무리'라는 우려가 높았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정신이 불안정하거나 감정 컨트롤에 능한 사람의 경우, 언제든지 예상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거짓말 테스트를 '맹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뚜렷한 '패턴'이 나오지 않는 한, 해당 결과가 수사관들의 '심증'을 굳히는 소재가 될 수는 있어도 혐의를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결국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보다는, 지금까지 수사한 사건 정황과 당사자들간 대질심문,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기소 여부 의견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대질심문의 참고자료 수준"


    한 경찰 관계자는 "서부경찰서에서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한 것은 그만큼 여론의 압박이 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기계의 도움없이 양자간 대질심문만으로도 충분히 혐의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언론상에 종종 노출됐던 A씨의 지인 B씨와 박시후의 전 소속사 대표 C씨, 그리고 박시후의 또 다른 측근 D씨를 함께 불러 대질심문을 벌이지 않은 점"이라며 "각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다툼을 벌이는 양측을 따로 불러 대질심문을 했더라면 좀더 진실에 접근하기 용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의 주장과 ▲정황 증거 ▲목격자 ▲상흔 등이 혐의 여부를 가리는 주요소가 된다"며 "박시후 사건을 보면 상흔도 없고 결정적인 목격자도 없어, 당사자들의 주장과 당시 정황에만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당시 정황과 지인들의 증언입니다.
    그런데 지인들의 주장마저 엇갈리고 있죠.
    결국 당시 정황을 살펴보고, 당사자들의 행동이 타당했는가를 가려내는 게 급선무라고 봅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박시후와 A씨, 그리고 K씨 등의 행적을 사건 전후로 나눠 살펴보면 발언의 진위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행히 당시 정황을 뒷받침하는 '목격자 진술'과 'CCTV 영상'은 고스란히 경찰에 보존돼 있다.

    이들 '팩트'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밝혀진 사건 정황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평소 K씨와 안면이 있던 B씨는 자신의 지인인 A씨를 소개시켜달라는 K씨의 부탁을 받고 A씨의 연락처를 건넸다.

    A씨와 K씨는 불과 몇 차례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 급속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고 연락을 수시로 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운명의 2월 14일 오후, K씨는 최근 들어 가까워진 A씨를 박시후와의 술자리에 불러냈다.

    박시후 역시 '아는 동생을 소개시켜주겠다'는 K씨의 말을 듣고 해당 장소에 나온 상태.

    당초 모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던 이들은 주위 사람들을 의식, 룸이 있는 강남의 모 실내포차로 자리를 옮겼고 A씨는 곧바로 이 주점으로 들어왔다.

    세 사람이 모 포차에 모인 시각은 14일 오후 11시.

    술이 약한 박시후와 어깨수술로 술을 못마시는 K씨를 고려해 홍초 소주를 주문한 이들은 기분 좋게 2병을 나눠 마셨다.

    이때 분위기에 취한 듯 술을 잘 못하는 박시후도 10잔 정도를 마셨고, A씨는 한 병이 채 못되는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술먹기 게임을 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마지막으로 한 병을 더 주문했지만 이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이들이 일어난 시각은 15일 새벽 1시 50분경.

    당시 계산대 앞 CCTV에는 박시후가 '가볍게' A씨를 부축하는 모습과, A씨가 어렵지 않게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박시후의 '숙소'로 이동한 이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함께 내렸다.

    당시 K씨는 '만취한' A씨를 등에 업고 박시후의 집으로 들어갔다.

    15일 새벽 2시 10~20분 사이 박시후의 집에 도착한 세 사람은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A씨가 박시후의 집을 나선 시각은 15일 오후 3시.

    A씨가 나오는 장면은 숙소 앞 CCTV에 찍혔다.

    K씨는 그보다 앞선 오후 1시경 박시후의 집을 나왔다.

    이후 A씨는 K씨와 카톡으로 문자 대화를 나눴고, 전날 벌어진 일에 대해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두 사람이 카톡 대화를 나눈 시간은 15일 오후(낮) 12시 55분부터 16일 0시 10분까지였다.

    박시후의 집을 나온 뒤 지인 B씨와 카톡으로 의견을 교환한 A씨는 오후 8시 37분 경찰에 "강간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를 했다.

    경찰의 안내로 원스톱지원센터를 방문한 A씨는 오후 11시경 인근 산부인과에서 기본적인 검사와 혈액·소변 채취를 하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 이상은 ▲포차 주인의 증언과 ▲당시 이들의 행적이 찍힌 CCTV 영상, ▲그리고 경찰 조사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건 일지'다.

    CCTV를 보면 당시 A씨가 만취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박시후의 숙소에서 어떤 일어 벌어졌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유일한 목격자로 간주된 K씨 조차, 자신은 "거실에서 잤다"며 목격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

    박시후의 혐의 내역은 한 가지다.

    심신상실로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A씨를 강제로 범했다는 것.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박시후의 방.

    당시 두 사람 외에는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

    K씨가 한 차례 방안으로 들어온 사실은 있으나, 자신은 "이불만 가져다 놓으려 들어왔을 뿐, 다른 부분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상태.

    그렇다면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없다"는 양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남겨진 상황이다.


    ■ 심신상실 상태, 과연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A씨는 준강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준강간죄(準强姦罪)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다시 말해 폭행이나 협박의 방법으로 간음 또는 추행한 것은 아니지만 인사불성인 상태를 악용, 개인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 했을때 성립되는 강력 범죄(형법 제299조)다.

    A씨는 경찰 진술 조사에서 "15일 새벽 2시경 박시후의 차를 탄 이후로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A씨가 정신을 차린 시각은 대략 오전 10시경으로 알려졌다.

    "눈을 떴을 때 이미 박시후와 관계를 맺고 있었고, '새벽에도 했는데 기억이 안나냐'는 박시후의 말을 듣고 지금이 2번째 관계임을 알아챘다"는 게 A씨의 주장.

    박시후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을 인지한 A씨는 곧장 집을 빠져나오지 않고 오후 3시경 집을 나섰다.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15일 새벽 2시부터 혼절해 오전 10시경 의식을 되찾았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오후 3시경 집을 나왔다는 얘기.

    술에 취한 뒤 8시간을 내리잤던 A씨는 10시 이후 다시 잠이 들어 5시간 가량 '숙면'을 취한 뒤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같은 정황 때문에 사건 초기, 'A씨가 약물에 혼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국과수의 정밀 감정까지 이뤄졌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24시간 내 A씨가 물뽕 등 '특정 약물'을 접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A씨는 홍초 소주 한 병 가량을 마시고 장장 8~10시간 가량 혼절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정도 술을 마시고도 오랫동안 인사불성 상태를 유지하는게 가능한지 '의학적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 전문가들의 소견이 증거로 채택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중요한 관건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박시후 측 D씨 "A양은 만취하지 않았다"


    박시후의 지인을 자처하는 D씨는 얼마 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정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D씨는 "당시 A씨는 박시후의 자택 앞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토했다"며 "토하면서 술이 깬 A씨는 스스로 욕실에 들어가 씻고 곧바로 침대로 갔다"고 주장했다.

    물론 D씨는 박시후의 최측근으로, D씨의 발언은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다.

    만일 박시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D씨 역시 남의 거짓말을 '대리 증언'한 셈이 된다.

    <디스패치>의 보도도 상당 부문 D씨의 발언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D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검토하는 것도 사건 해결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이 든다.

    A씨가 구토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경비원의 증언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경비원은 A씨가 만취한 이후로 그를 목격한 첫번째 인물이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선 A씨가 정말로 만취했는지 아니면 소취(小醉)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증인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