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의 정은에게

    <한국언론들이 김정은 제1비서라고 할 때, 어느 탈북자가 북한의 김정은에게 쓴 편지>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 정은아. 이렇게 편지를 쓰는 나는 탈북자 형님이다.
    너보다 내가 나이가 위니깐 그냥 말 놓을게, 초면에 말 깐다고 미사일 겨누지 마.
    이것도 남한에선 친해지는 방법이야, 인마!
    요즘 세상은 이렇게 둥글게 사는 거야, 너처럼 매사에 심각하면 남한에선 인간 취급 못 받는다.

    참말이지 네가 만약 김씨만 아니었더라면 ‘돼지’라고 편하게 장난치며 이 형님이 정을 듬뿍 주는 건데,,,북한에 20대 최연소 최고위직이 나왔대서 사람들은 혀 차며 다들 그러더라. 네 형님이 후계자가 될 거라고, 음매, 근데 그게 너더라. 위로 둘이나 되는 형님들을 제치고 새치기 지도자라서 다들 놀라 뒤 번져지더라.
    그걸 보면 너 아버지는 하여튼 계산이 치밀해. 3대 세습이라고 셋째를 택한 것 좀 봐,

    그나저나 너 요즘 어디 아프니? 사진 보니깐 시도 때도 없이 웃더라.
    영양실조 걸려서 모가지가 젓가락 같은 군인들, 병든 얼굴로 쭈그리고 서있는 농민들, 못 먹어서 키가 콩알만한 아이들, 그게 그렇게도 웃기더냐?

    노동신문 사진 보니깐 넌 그 속에서 양심 없이 혼자 뚱뚱해가지고 정말 생각 없이 잘 웃더라. 와~역시 넌 백성과는 아무 상관없는 수령이야.
  •  아 맞다! 너 최근에 또 일 쳤더라. 불가침 폐기하겠다고 난리 쳤다며?
    철없는 이것아, 그거 절대로 네가 갖고 장난칠 거 아니다.
    불가침, 그게 없으면 사실 평양이 더 위험해지는거야.
    핵? 핵이 있다고? 그걸 실험했다고 중국 동지들도 난린데 미련한 것아, 생각 좀 해봐, 쏘겠다면 그땐 너를 살려두겠냐! 아예 통 돼지로 굽고 말지.

     말 나온 김에 장거리로켓이요, 핵무기요 하는 너의 그 위험천만한 장난감들 빨리 미국선생님께 싸그리 갖다 바쳐. 너는 그게 신기하지? 쏘니깐 막 날아가고 터뜨리니깐 없던 지진도 생기고,
    정은아! 너 아버지도 그 짓 하다가 제명 다 못 살고 가셨다. 욕은 또 오죽이나 처묵으셨냐,

    “인민에게 쌀밥에 돼지고깃국을 먹이는 것이 평생 소원이다.” 너의 할아버지는 이러면서 자기 생일날만 쌀밥에 돼지고깃국을 먹는 배고픈 나라로 만들었지, 너의 아버지 소원은 한 수 더 떠서 돼지고기는커녕 배급마저 없애버려 대량아사의 나라로 만들었지,

    정은아, 넌 차라리 소원하지마! 너 김 씨인 걸 다 아는데 백성들 두 번 속지 세 번까지는 안 속는다. 너 그러다 할아버지, 아버지처럼 20대에 미라가 된다.

    이 탈북자 형님이 그래도 고향 동생이라고 이런 착한 조언도 주지 남들은 말로 하는 줄 알아?
    너도 얼마 전에 봤지? 남조선 바다에서 쏙 올라오던 미사일을!
    그게 성나면 너 응가 할 때 화장실 창문 두드리고 들어간다.
  •  인마, 너 사실 그게 쫓아올 까봐 인민경제요 선군영도요 하면서 현지지도 다니잖아.
    역마살 낀 놈처럼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리저리 싸다니는 네 그 억울한 심정도 모르고 아첨꾼들이 소란 떨며 만세 부를 땐 또 오죽이나 불안하겠냐, 참 너도 힘들게 산다.

    어쨌거나 축하한다. 제수 씨가 참 예쁘더라. 너보다 헐 낫더라.
    역시 넌 “수령복”을 타고 났어. 이 형님이 충고 주는데 이제는 가정도 있으니 행실에 각별히 신경 써라. 네 아버지처럼 ‘기쁨조’에 너무 들이대지 말고.
    그러다 이혼하면 3대 세습이 3대 상습이란 말 듣는다.
    그럼 난 피곤해서 이만 자야겠다.
    너 답장 쓰지 마, 나 그러면 국가보안법 걸린다.
     
     장진성 /탈북자신문 뉴포커스 대표,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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