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비대위원장, ‘헛발질’ 박기춘 원내대표 겨냥 우회적 비판
  •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은 아노미 상태?

    8일 오후 여야가 정부조직법 처리 협상을 나흘 만에 재개했다.

    정부조직법 협상의 계기를 만든 건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폭탄 발언이었다.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희상 위원장이 남긴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정부조직법 처리를 못한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거취에 관한 중대 결심을 할 것이다.
    만약 이 일을 못 해낸다면 명색이 정치한다는 주제에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하겠느냐.”

    문희상 위원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직권상정과 3대 선결요건을 언급한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여우와 두루미식으로 상대가 받을 수 없는 안(案)을 그만 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직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국민만 생각하면 어찌 현명한 대안이 안 나오겠느냐.
    그것(정부조직법 협상 처리)만이 국회 위상을 살리는 길이고 ‘통법부(通法府)’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회의 직후 “우리는 박기춘 원내대표가 제기한 3대 요구조건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문희상 위원장이 자신의 직을 내걸고 여야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박기춘 원내대표는 MBC 김재철 사장의 사퇴 등 3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면서 방송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동의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문희상 위원장의 지원사격에 대해 새누리당은 환한 얼굴로 반색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의 현안브리핑 내용이다.

    “문희상 위원장께서 오늘 회의에서 조속한 여야 합의를 위한 충정을 표시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문희상 위원장께서 표현하신 충정이 꼭 조속한 여야합의로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간 갈등 속에서 민주통합당이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내놓은 무리한 제안으로 협상이 더 큰 혼란에 빠졌다는 것.

    특히 공개석상에 당 지도부간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대선패배 후 혼란에 빠진 내부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배수진 발언 역시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기춘 원내대표가 3대 선결과제라는 무리수를 꺼내들면서 당내 논란이 커졌고, 문희상 위원장이 이를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해 오늘 작심 발언을 던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민주통합당은 지상파 방송문제와 종합유선방송 사업 문제는 별로도 다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내 의사소통 부재 문제로 인해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