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노(親盧) 민주당'에 대한

    한상진 교수의 쓴 소리


     

  • “당권을 장악해온 주류 세력의 운동권 체질의 자기도취와 망상, 상호 불신으로 점철된 계파 싸움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

    “포용과 소통 대신 동원 가능한 권력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려는 체질화된 패권적 조직문화가 ‘아름다운 단일화’의 전제 조건, 즉 신뢰를 파괴시키는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의 대선패배 평가를 맡았던 한상진 교수가 내뱉은 쓴 소리다.

    한 교수는 민주당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에 서있는 인사다.
    그런 한 교수의 말인지라 그의 쓴 소리는 한결 더 돋보인다.

    [운동권 체질의 자기도취와 망상]이란 말이 특히 시선을 끈다.
    운동권 문화의 가장 퇴영적인 부분을 적절하게 집약한 말이다.

    현역이든 퇴역이든 운동권 사람들은 20대 때 신념을 업그레이드 할 줄을 모른다.
    신념이란 말 자체가 자칫 잘못했다가는 고집불통, 고정관념, 사이비 종교적인 신앙, 사실이나 진실보다 “나는 이렇게 보겠다”를 더 중시하는 습성으로 빗나갈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것이다.

    게다가 그런 신념으로 인해 새 공부를 하지 않고 나이가 들고 세상이 바뀌어도 옛날 옛적 논리에 그대로 잠겨있는 경우엔 도무지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이 된다.
    그들의 그런 심리상태와 세상 보기는 흔히 [민족주의적] 세계관으로 보강되기 일쑤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친일관료를 숙청하지 않았다든가,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핍박을 받은 줄 아는가?“라든가, 하는 등등의 증오심의 이유를 그들은 동원한다.

    그래서 이승만-박정희를 100% 깎아내리고, 김구-여운형-김규식-장준하를 겉으로 내세우곤 한다.
    아주 일부의 극단적인 분파는 그보다 더한 것을 동원하고 싶지만 차마 겉으론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런 운동권 문화에선 조직력, 공작(음모)력, 꼼수, 프로파간다가 발달하게 돼있다.

    손학규 씨가 “당내에선 내가 이겼는데도 모바일 투표에선 내가 졌다”고 개탄한 것 이면에는 바로 그들의 그런 문화가 잠재해 있다.
    안철수 씨도 그들의 그런 문화에 나가떨어진 셈이다.

    한상진 교수가 지적한 것은 이런 흐름을 두고 말한 것이다.
    민주당은 본래 그런 정당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문화를 가진 그들이 민주당을 먹어버렸다.
    아마도 열린 우리당 때부터였을 것이다.
    민주당이 살려면 이런 그들과 그들의 운동권적 체질과 결별해야 한다.

    민주당 안에는 선배인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초선의원인 황주홍 의원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건전한 인사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그러나 그런 인사들이 운동권 사람들의 기득권을 능히 이겨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먹혔으니 말이다.

    민주당은 미국 민주당 류(類)의 진보성 있는 리버럴 정당으로 정착해야 한다.
    안철수씨 신당이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만약 자신이 무엇을 잘못 짚었던가를 진실로 제대로 깨칠 수만 있다면 향후의 야권(野圈) 재편과정에서 그가 할 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진실로 깨달았다면 말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