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14년 지방선거, 야권 주도권 놓고 벌이는 신경전에 목 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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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주통합당 친노계의 좌장 이해찬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 ⓒ뉴데일리
    ▲ 민주통합당 친노계의 좌장 이해찬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 ⓒ뉴데일리

     

     

    나란히 손을 잡고 대선에서 미끄러진 민주통합당 주류 세력과 안철수 전 후보 측이 연일 신경전을 펴고 있다.

    대선 패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네 탓’ 공방에 이어 이번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밥그릇 싸움’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안철수 전 후보 측이 최근 결사체를 구성하고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통합당 주요 인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 “안철수 세력을 흡수하라” 민주당 당론?

     

    이들의 밥그릇 싸움은 지난달 22일 본격화됐다.

    민주통합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안철수 전 후보의 정치적 존재감을 깡그리 무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안철수 현상의 이해와 민주당의 대응 방향’이라는 2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안철수 현상은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 아웃사이더’ 부각현상.”

    √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수명이 상당히 짧다는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선거 패배 뒤 다시 정치권의 주역이 된 경우는 없다.”

    √ “안철수가 입당한 뒤 당내 혼란과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 “안철수 입당론이 반복되면 민주당 일반 지지층의 환멸을 더 크게 한다.”

    √ “안철수 행보에 신경 쓰지 말고 자체적인 개혁으로 그의 지지 세력을 흡수해야 한다.”


    민주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당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류 세력인 친노(親盧·친노무현)계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 정치권에선 안철수 전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가 아직까지도 친노계의 좌장을 맡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보고서는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 철저히 ‘무시전략’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안철수 전 후보가 민주화 운동이나 시민운동 출신도 아니었고 출발부터 정당 정치와 제도권 정치를 부정하면서 등장했다고 규정했다.

    “한국에서는 (안철수와 같은) 정치적 비주류가 응집력이 약한 민주 진보 진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민주당에 특히 위협적이다.”

    ※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문재인 전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발언하는 도중 코를 풀거나 가치연대 상대를 ‘이명박 정부’에 빗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민주통합당이 애초부터 안철수 전 후보를 정치적 비주류인 ‘아웃사이더(political outsider)’로 보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보고서는 민주정책연구원의 한상익 연구위원이 작성했다.
    한상익 연구위원은 민주정책연구원장인 변재일 의원에게 보고서를 제출했고, 변재일 의원이 이를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 ▲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만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를 응시하는 모습. ⓒ뉴데일리
    ▲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만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를 응시하는 모습. ⓒ뉴데일리

     

     


     
    #. ‘민주당 싫어’ 안철수 측 그래서 신당 창당?  

     

    민주통합당의 보고서 내용을 접한 안철수 전 후보 측은 격분했다.

    안철수 캠프 정치혁신포럼에서 활동했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좌파매체인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통합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를 굉장히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도 역시 무능하다는 얘기가 아니겠나.”

    “이런 식으로 당권 경쟁만 목적에 두고 특정한 계파가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자신들의 패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전히 민주당 중심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민주당의 어떤 역량이나 자기개혁의 동력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통합당에 불만을 쏟아낸 정연정 교수는 신당 창당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새로운 정당 모습을 충분히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같이 가는 것이 유일한 대안은 아닐 수 있다.”

    “안철수 전 후보를 도왔던 몇몇 분들을 통해 상당히 필요성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4월과 10월 보궐선거에 맞춰서 신당 창당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지방선거라든지 또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있지 않냐.”

    안철수 전 후보 측이 사실상 신당 창당을 공론화 한 대목이었다.

     

  • ▲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금태섭 변호사 ⓒ연합뉴스
    ▲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금태섭 변호사 ⓒ연합뉴스

     

     

    #. “안철수, 어떤 형식으로든지 조직 만들 것”

     

    친구와의 전화통화 내용까지 폭로하며 대선 승리를 기대했던 안철수 전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 역시 “정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만나고 돌아온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정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캠프에 있던 많은 분들이 신당 창당 혹은 다른 여러 가지 방안으로 정당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조직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고 각자 자유롭게 생각하고 있는 과정이다.”

    금태섭 변호사는 본인과 안철수 전 후보의 재·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캠프에 있던 분들과 함께 의논하면서 움직일 것이다.
    정치를 한다고 한 마당에서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산이 있으니 오른다는 식으로 선거가 있으니 나간다고 할 수는 없다.”

    일단 캠프 관계자들과 상황을 논의한 뒤 충분히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전 후보 측 한형민 공보실장도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지만 몇몇 인사를 중심으로 어떤 결사체를 추구해보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많이 아쉬운 점이고 금태섭 변호사가 말한 내용 그대로가 공감을 많이 얻고 있다”고 밝혔다.

     

  •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 “안철수, 딴 살림을 차리는 건 도리가 아니다”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었다.

    친노(親盧) 세력과 안철수 전 후보 측이 벌이는 신경전에 민주통합당 비주류계의 선봉장격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노 세력의 손을 들어줬다.

    문희상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후보 측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안철수 전 후보는 (대선 패배에 대한) 공동책임을 져야 될 입장이다.
    ‘네 탓, 내 탓’ 하면서 딴 살림을 차리면 지지해준 사람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안철수-문재인 두 사람은 (대선 패배에) 무한 책임이 있다.
    안철수 전 후보 주변엔 새로운 밭을 개간하자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근데 앞으로 큰 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그런 말을 따르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60년 전통이란 명분이 있다. 아무리 망해도 문패가 있다.
    그걸 마다하고 자기가 새로 개척한다는 게 간단하게 아니다.
    문전옥답이 소출이 적다고 외면하고 벼랑 끝에서 새로 텃밭을 개간하려면 얼마나 힘이 드는데….”

    안철수 전 후보가 ‘충치(蟲齒·민주당의 썩은 이빨)’라고 지목하며 ‘퇴출’을 요구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6일 YTN 라디오에 출연, 안철수 전 후보 측에 경고성 발언을 던졌다.

    “만약 안철수 전 교수가 민주당을 생각하지 않고 밖에서 새로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본인에게는 자유지만 국민들에게 야권 분열로 보이기 때문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 정치권 내에선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이들의 전쟁은 필연적이며 승리한 쪽이 향후 권력을 움켜쥘 수 있는 만큼 갈수록 신경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