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전환 노력, 숨기고 싶은 일->드러내고 고쳐야 하는 일로신고 건수 크게 늘고 교육현장 사고방식 변해..인프라도 확충
  • 지난해 딱 이맘때쯤.
    전국을 뒤흔든 대구 학생 자살 사건.

    1996년 일진회 사건 이후로 4~5년마다 꼭 한 번씩 터지던 학교 폭력 사태의 참담한 실태가 또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함부로 종합대책을 발표하지 마라.
    다 공감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당시 일선학교를 찾아 실태를 살펴 본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겉만 번지르한 대책만 내놓고 숨기기만 바빴던 그동안의 교육행정을 비판한 말이었다.

    이후 이 대통령은 ‘학교폭력만큼은 잡겠다’며 뛰기 시작했다.

    대책은 교육부에서 마련하고 추진하는 일이었고, 대통령이 할 일은 따로 있었다.
    현장을 다니고 교육 주체들을 만나 인식을 전환시키는 일이었다.
    학교폭력은 숨겨서 될 일이 아니라 드러내고 속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다녔다.

    즉각 전국 시·도 교육감을 청와대로 불렀다.
    상황을 보고 받은 뒤 곧바로 행동에 나선다.

    교육 3주체를 모두 만났다.
    학생을 만났고 학부모를 만났다.
    학생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교사도 관리직인 교장·교감과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일선 교사들 모두를 만났다.


  • 지난해 여주 한 중학교를 방문해 학교 폭력 실태에 대해 학생들과 대화는 이명박 대통령 ⓒ 자료사진
    ▲ 지난해 여주 한 중학교를 방문해 학교 폭력 실태에 대해 학생들과 대화는 이명박 대통령 ⓒ 자료사진



    √ 1년만에 신고·상담 건수 크게 증가

    팔을 걷고 나선지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아선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인식의 변화’는 가져왔다.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추진한 이후 신고와 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

    더 이상 학교 폭력을 쉬쉬하고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려는 풍조가 많이 사라진 셈이다.

    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실시 1주년(2월6일)을 앞두고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보고됐다.

  • 먼저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2월 1천124건이던 것이 같은 해 6월에는 1만923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중요했던 피해 학생 보호조치도 2010년 1만3천748건에서 지난해에는 1학기에만 1만2천17건을 기록할 만큼 큰 폭으로 늘었다.

    두드러진 모습은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이 지난해 1월 25%에서 같은 해 8월에는 74%까지 껑충 뛰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사람들의 신고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교폭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 해결하는 분위기 조성됐다는 교육계의 평가다.


  • 학교 안전 인프라 강화도 함께 시도됐다.

    CCTV 설치 대수를 2011년 8만9천867대에서 지난해 10만53대로 확충했다.
    또 민간경비원을 포함한 학생보호인력을 8천955명에서 1만633명으로 늘렸다.

    특히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던 대구교육청의 경우, 관내 모든 초등학교의 교내 CCTV를 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24시간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가장 인식깊은 부분은 학생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또래상담, 또래조정, 학생자치법정 등 학생 스스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었다.

    경기 연현중에서 시행되는 학생 자치법정을 살펴보면 '1단계 : 멈춰 - 2단계 : 변호해줘 - 3단계 : 학생자치법정'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과정이 시행되고 있다.

    학생 갈등을 함께 해결하려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한 사람의 왕따도 없게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일선 학교의 교원과 학교폭력 담당자, 학생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박범훈 교육문화수석 등 23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