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동북아시아 외교 박차, 다양한 인맥 유리한 점..중립-실리 외교 펼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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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정부의 핵심 정책?
    결국 외교가 될 수밖에 없다.”

    10일 <뉴데일리>와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확신에 찬 말이다.

    아베 총리 취임으로 날로 우경화 되는 일본.
    시진핑 체제로 전환과 함께 파격적인 외교 변화가 예상되는 중국.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 추진력으로 동북아 정세에 드라이브 걸려는 미국.

    앞으로 5년간의 세계정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흘러온 지난 5년과는 다르다.
    그동안은 전 세계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안으로 노력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한 국가들이 치열한 외연 확장에 돌입하는 시기다.

    특히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더욱 혼란스럽다.
    더욱 치열한 외교력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 CEO 출신답게 자원외교로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섰다.

    그렇다면 앞으로 5년 동안 박근혜 당선인이 보여줄 외교 콘셉트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외교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각종 변수가 산재한 국제 사회에서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당선인의 외교력을 점수로 매길 수는 없다.
    하지만 당선인 신분으로 보여준 지금까지의 박근혜 해외 인맥을 살펴보면 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 ▲ 임기 내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펼칠 외교 정책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18대 대통령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을 찾은 박근혜 당선인. ⓒ 뉴데일리
    ▲ 임기 내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펼칠 외교 정책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18대 대통령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을 찾은 박근혜 당선인. ⓒ 뉴데일리



    ◆ 총리 취임하기도 전에 손 내민 아베 일본


    대일 외교관계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중에서도 국민의 관심이 가장 큰 분야다.

    위안부 문제 사과를 둘러싼 과거사 갈등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영토 분쟁까지.
    우경화되는 일본과의 관계는 앞으로 더욱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베 내각 등장으로 우려됐던 이 문제는 최근 의외의 분위기가 펼쳐지면서 청신호를 켜고 있다.
    아베 총리가 취임도 하기 전에 박 당선인에게 특사를 보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4년 자민당 간사장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박 당선인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표였다.

    박 당선인은 지난 4일 아베 총리가 보낸 특사와 만났다.
    당초 박 당선인 측은 아직 인수위 인선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터라 특사 접견 일정을 미루려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간곡한 요청으로 접견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겠는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지나친 우경화에 대해서도 일본이 적극적인 해명을 해왔다는 소식도 있다.
    극우 인사가 아베 내각에 기용된 것은 이들이 아베 총리 탄생에 기여했기 때문이며, 외교적 의미는 전혀 없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극우 인사들을 외무상이 아니라 총무상 등 내치담당 부처에 기용했다.

    특히 가장 민감한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선 입장이 나왔다.
    즉시 공표할 것처럼 밀어 붙였던 다케시마의 날 지정을 연기하겠다는 우호적인 시그널이다.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주장이나 ‘고노 담화’ 수정을 민간 연구에 맡기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달라진 일본의 외교 방침에는 박근혜 당선인의 제시한 대일 강경 기조가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대선 행보 내내 ‘역사 직시’와 ‘신뢰’를 강조했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양국관계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일본도 이를 마냥 무시만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과의 관계마저 멀어질 경우, 자칫 일본이 아시아 전체에서 완전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는 반증인 셈이다.


  •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서를 들고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한일의원연맹 간사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서를 들고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한일의원연맹 간사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0일 중국 특사와 접견, 시진핑과도 인연

     

    박 당선인이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외교에 나선 나라는 중국이다.

    박 당선인은 10일 오후 4시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접견했다.
    이날 장즈쥔 부부장으로부터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박 당선인의 대 중국 외교 노선은 ‘균형·실리외교’다.

    미국으로 많이 치우쳤던 MB외교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놓치지 않겠다는 ‘두마리 토끼 잡기’ 노선인 셈이다.

    여기에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중국과의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도 실리를 챙긴다는 전략도 기대된다.

    때문에 박 당선인이 보여줄 대 중국 외교 행보는 대 일본 외교와는 또 다른 관심사다.

    박 당선인의 대 중국 외교의 가장 큰 장점은 평소 시진핑 당 총서기와도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박 당선인이 중국어를 꽤 유창하게 한다는 점도 전략적으로 유리한 부분이다.

    시진핑 총서기는 2005년 저장성 당서기로 방한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당선인과 처음 만났다.

    당시 예정된 1시간의 점심 식사 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날 정도로 두 사람의 대화는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는 시 총서기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새마을운동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자세히 물어봤기 때문이었다.

    이후 시 총서기는 박 당선인을 세 차례 중국으로 초청하는 등 각별한 애정과 공을 들이며 인연을 이어왔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다른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인연도 눈에 띈다.
    박 당선인은 2001·2005·2006·2008년 네 차례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도 세 번 만나 의견을 나눴다. 
    2006년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박 당선인에게 건넨 “대통령이 되세요”라는 덕담은 유명한 일화다.

     

  • ▲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중국정부 특사 자격으로 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장 부부장은 1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중관계 발전 및 대북정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중국정부 특사 자격으로 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장 부부장은 1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중관계 발전 및 대북정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 독일 호주 싱가포르까지 인맥, 미국에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만큼 박 당선인은 각 국의 여성 지도자들과 각별한 사이도 맺고 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가까운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 독일을 방문한 박 당선인이 당시 야당 총수였던 메르켈 총리와 처음 만난 이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박 당선인과 물리학을 전공한 메르켈이 나눈 교감은 상당히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06년 박 당선인이 독일에 갔을 때와 2010년 메르켈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개인적으로 만날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깝다.

    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차 한국을 방문한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박 당선인을 개인적으로 만나기를 요청한 일화도 있다.

    여기에 2011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했을 때 만난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이나 2006년 박 당선인이 신촌에서 테러를 당했을 때 위로의 글을 보낸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과의 인연도 눈에 띈다.

    박 당선인 측은 취임식에 이들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각국 여성 지도자를 초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 ▲ 박근혜 당선인이 G20 서울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해 명예 정치학박사학위를 받는 메르켈 독일총리의 학위 수여식에 참석,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당선인이 G20 서울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해 명예 정치학박사학위를 받는 메르켈 독일총리의 학위 수여식에 참석,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연도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아버지 리콴유(李光燿) 전 총리는 평소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모델에 깊은 감명을 받고 싱가포르에도 이를 적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리 전 총리 부부와 박 당선인도 30여년간 친분을 이어올 정도로 집안간의 인연이 깊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1974년 포드 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수행하며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영접에 나선 박 당선자와 만났었다.